“우리나라 가맹 사업은 한계점이자 과도기”

건설·유통업 적 성격 지우고 가맹 사업 본질 다가가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우리나라 가맹 사업 분야는 대변혁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동안 갑을(甲乙)관계의 대명사였던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역할이 조정되고 있고, 필수품목 지정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가맹 사업 분야와 밀접한 정책들이 말 그대로 홍수처럼 나오고 있다. 일요서울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소속 정종열 가맹거래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가맹 사업 시장의 현실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종열 가맹거래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우리나라 가맹 사업 분야의 현실은.

▲ 우리나라 가맹 사업 시장은 많은 내우외환에도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 매출은 1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다만 여전히 초창기적 색채를 벗어나지 못한, 과도기의 시대라고 평가한다. 우리나라 가맹 사업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가맹 사업의 본질을 활용한다기보다는 건설 분야, 유통 분야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 가맹 사업의 본질과 한계점은 무엇.

▲ 가맹 사업은 기본적으로 무형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점포 출점 때와 물류 마진이 대부분이라 가맹 본부가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근본적 업무를 성실히 이행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한계가 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로열티(Royalty)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고,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한 무형적 가치 상승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 우리나라 가맹 사업 분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 적나라하게 말하면 가맹 본부가 그동안 과도하게 마진을 보고 있었다. 필수품목 지정 등 정책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수익 배분의 문제다. 가맹본부가 어느 정도 수익을 가져가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물류비나 매장 출점 수익이 너무 컸기 때문에 성장이 가로막혀 있었다고 본다.

- 필수품목 지정 등 급진적 변화가 가맹본부의 어려움을 초래하지는 않는지.

▲ 일례로 미국도 똑같았다. 가맹 사업의 시작이라는 미국 역시 70년대 이후 한계에 봉착한 순간 수많은 분쟁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도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치열하게 싸웠다. 하지만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도 물류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뒤 점주들의 수익이 대폭적으로 늘어나게 됐고, 그 효과로 가맹본부도 자연스레 전체 총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또 다른 예로 우리나라 가맹사업 분야 영업이익을 분석해 봤을 때 총 7조5000억 원 정도 수준이 나왔다. 그 중 2조5000억 원 정도를 가맹본부가, 5조 원 정도를 가맹점주가 가져간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가맹 본부는 실제 2500여 곳이 2조 5000억 원을, 가맹점주는 23만 명이 5조 원을 나누고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 갑을 논란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 우리나라는 가맹 사업 시장이 확대된 것이 실질적으로 10년 전후라고 본다. 급격한 성장 과정을 지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가맹점주들의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 때문이다. 이제 우리 가맹점주들이 ‘단체협의권을 달라’ 거나 ‘통행세나 물류 마진의 문제가 있다’ 등 불공정거래를 직접 지적하고 나선다. 지적하는 눈이 많아진 만큼 발전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 현재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생각은.

▲ 우리나라 가맹 사업자들이 무너지면 1000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봐야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일반 근로 노동의 현장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은 이들이 무너지면 사회 복지 수급자로 돌아선다는 이야기다. 적절한 조치라고 한다면 정부가 당장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상승분 등을 확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안정자금 재원인 3조 원이 적절하게 나누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 다음이 카드 결제 수수료인데, 우대 수수료 대상을 늘려야 한다.

- 소비자들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진 않은지.

▲  사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과 관련해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것은 맞다. 소비자라고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자영업자도 자영업자의 가족도 일반 근로자도 모두 소비자가 될 수 있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적절한 범위 안에서 나누고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 개인적인 향후 목표는

▲ 우리나라 가맹 사업 분야도 과도기만 잘 넘긴다면 스타벅스와 같은 세계적 브랜드가 탄생하지 않겠냐는 희망으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가맹거래사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에 놓인 분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됐다. 마지막 ‘한 분만 도와드리고 내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제 정책과 체질 개성을 위해 전국가맹점주연석회의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가장 핵심적으로 변했으면 하는 부분 첫째, 부당한 필수물품 강매 행위가 제발 근절되길 바라고 둘째 집단적 대응권이 강화되길 바란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감독 강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가맹 본부들도 그동안 노력해 온 바를 알지만, 상생이라는 것이 가맹 산업 자체의 생존 문제라는 점을 조금 더 인식해 주길 바란다. 가맹 사업 분야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정종열 가맹거래사 약력
■ 길프랜차이즈연구원 대표
■ 서울시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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