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순환출자 해소 방안 5-태광그룹 편
기업별 순환출자 해소 방안 5-태광그룹 편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8-02-14 18:12
  • 승인 2018.02.14 18:12
  • 호수 1242
  • 4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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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 회장 소유 계열사 7개→1개로 정리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순위 50위권 이내의 기업들이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 현황을 알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상조 효과’가 빛을 발한다는 평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겠다. 연말까지가 마지노선(데드라인)이다”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밝히는 곳은 롯데 효성 태광 등 총수 일가가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비난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순풍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의 면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호는 태광그룹이다.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그룹계열사 26개→22개
 한국도서보급은 지주사 전환 전망…“긍정적 변화” 평가


태광그룹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처분했거나 처분할 계획이다.
<뉴시스>
 이 중 가장 주목한 부분은 이호진 전 회장 일가 소유 계열사 7개를 1개로 줄이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는 것. 이 합병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은 티시스(투자회사)에서 인적분할되는 투자사업 부문과 또 다른 계열사 쇼핑엔티를 오는 4월 1일부로 흡수·합병한다고 지난해 12월 26일 공시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총수 일가는 세광패션 지분을 태광산업에 매각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와인 유통업체 메르벵 지분을 태광관광개발에 무상 증여했다. 디자인 업체 에스티임은 티시스에 매각했다.

상품권 업체인 한국도서보급은 이 전 회장이 지분의 51%, 아들 현준 씨가 49%를 각각 보유한 회사로, 향후 지주회사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보유하던 1000억 원 상당의 티시스(사업 부문)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으로, 내년 상반기 중 법적 검토를 거쳐 증여 방식 등을 결정한다.

 합병사 실적 등 ‘가치상승 효과’ 기대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의 단순화와 함께 업무 전문성도 고려됐다. 태광그룹은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가 지분 구조가 비슷해서 계열사 줄이기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쇼핑엔티와 업무 연관성이 높은 한국도서보급의 온라인 유통사업과 티시스의 물류사업 등과의 협력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3개 회사 합병이 마무리되면 태광그룹의 전체 계열사는 26개에서 22개로 줄어들고,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세광패션, 메르벵, 에스티임, 동림건설, 서한물산,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등 7개에서 한국도서보급 1개만 남는다.

태광그룹은 “무상증여 등 후속조치가 완료되면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 등 계열사를 둘러싼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며 “공정위의 자발적 개혁 요구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시스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이다. 이 전 회장이 51.01%, 장남 이현준 씨가 44.62%, 이 전 회장의 아내 신유나 씨와 딸 이현나 씨가 각각 지분 2.18%의 지분을 갖고 있다. 티시스는 지난해 매출 2156억 원 중 84%를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티시스는 2015년에 이 전 회장과 이현준 씨에게 총 108억 원, 2014년에 총 25억 원을 배당했다.

재계에서는 그간 투명하지 못한 내부거래로 지적을 받아왔던 태광그룹이 긍정적인 변화에 나섰다고 평가한다. 국내 기업지배구조 연구소의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간 거래가 줄어드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차원

다만 이호진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 씨의 티시스 지분이 40%가량인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집단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 20% 이상)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규제하고 처벌한다. 태광그룹을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합병의 목적 자체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경영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 아니냐”는 시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합병이 단행된 기업들의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이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현준 씨가 이 전 회장과 함께 거의 절반씩 100% 또는 100%에 가까운 절대적 지배권을 보유한 기업들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