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시대 이후 또 한 번의 도약 시기 ‘마련’

왼쪽부터 정용진, 정유경, 이경후, 이선호, 조원태, 조현민
신세계그룹 경영권 향방 순항(?)…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젊은 조직 분위기로 변화…시너지 효과 기대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재계 굴지의 기업들이 남매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정유경 남매, CJ그룹의 이경후·이선호 남매, 그리고 한진그룹의 조원태·조현민 남매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모두 소속 계열과 직책이 다르고 각자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룹사 전체적으로 본다면 적지 않은 시너지(Synergy)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 구태의연했던 재벌들의 장자승계 원칙과 상관없이 능력에 맞는 후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업주 시대 이후 또 한 번 도약의 시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남매 경영 체제를 확고하게 한 곳은 단연 신세계그룹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 장남인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과 장녀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 각각 마트 및 종합쇼핑몰, 백화점의 사업부분을 맡기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끔 판을 짰다. 이는 이명희 회장의 지분 향방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향배가 달라지게 만든 것.
 
이에 남매간의 책임경영이 강화되면서 신세계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끄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 연초부터 두 남매는 M&A와 대규모 투자에 집중하며 신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유경 사장은 면세점, 전문점(까사미아, 시코르), 신세계인터를 통한 화장품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와 전문점(노브랜드)과 스타필드, 이마트24 등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남매의 경쟁구도로 인해 발생한 긍정적 효과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조8721억 원, 영업이익이 344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1.4%, 37.2% 증가했다. 2011년 신세계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으로 분할된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은 15조1772억 원으로 8.1%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56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줄었다. 다만 2016년에는 매출이 14조358억 원, 영업이익 5685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두 남매의 신세계그룹 경영권 향방은 아직 미지수다. 신세계그룹은 블록 딜(시간 외 대량 매매)를 통해 서로의 지분을 교환한 것에 대해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고 있지만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국내 재벌가에서는 형제간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비번하게 일어 난 바 있으며, 법원의 판단으로 넘겨지는 등의 선례가 있어 신세계그룹 전체의 이미지 타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개편 통한 지배력 강화
 
지난 정권으로부터의 퇴진 압박, 건강상의 문제, 구속 등으로 장기간 오너리스크를 겪었던 CJ그룹은 정권 교체와 동시에 이재현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의 복귀와 함께 복귀할 것으로 점쳐졌던 동생 이미경 부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 2014년 유전병 치료를 이유로 돌연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 회장이 구속된 2013년부터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함께 CJ그룹 사업의 한 축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주요 현안을 챙겨온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은 컸다.

이에 일각에서는 ‘남매경영’을 통해 그룹의 비전인 그레이트 CJ(2020년 매출 100조 원 달성)을 이뤄낼 것으로 봤지만, 경영 ‘3세남매 경영’ 시나리오에 더 무게가 쏠리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오너리스크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겪은 CJ그룹은 ‘3세 경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며 점차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상무대우와 장남 이선호 CJ 제일제당 과장의 ‘남매경영’ 체제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두 남매는 아직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번 CJ오쇼핑과 E&M을 흡수합병으로 인해 CJ그룹 지분 참여율이 낮았던 것과는 다르게 지분율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흡수합병이 진행될 시 오쇼핑의 자회사인 CJ헬로까지 지배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제일제당과 KX홀딩스가 보유한 CJ대한통운 지분을 통합하는 등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 두 남매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
 

한진그룹은 여전히 조양호 회장 지휘아래 경영전략을 구상 중에 있지만 실무에서는 3세 경영인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한진그룹은 3남매의 3세 경영체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조원태·조현민 남매의 경영행보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 조원태 사장의 승진으로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에 접어들었다. 당시 한진 측은 젊고 역동적인 조직 분위기로의 쇄신을 위해 조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며, 경영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조직 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취임 1년여가 지난 현재 조 사장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는 평이다. 지난해 유가 상승과 사드 배치 여파에 따른 여객 감소에도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2011년 이후 7년 만에 배당을 실시하는 등 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올해 역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 평창동계올림픽,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가시화 등 여객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그의 한진그룹 내 입지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원태 사장의 동생 조현민 부사장 역시 진에어 기업공개(IPO) 성공을 이끌어내며 경영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진에어는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과의 선두경쟁에서 1위로 도약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조원태 사장으로 굳어진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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