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으로 관심 끈 ‘김상열’, 임대아파트 등 도마 오른 ‘이중근’

왼쪽부터 김상열, 이중근 회장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전국구 건설사 반열에 올랐던 호반건설과 부영건설이 우리나라 건설 시장을 흔들고 있다. 호반건설이 재조명받고 있는 배경은 앞서 대우건설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부실 돌출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하면서부터다. 호반건설과 같은 호남 뿌리의 부영그룹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00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세금탈루 혐의를 받으면서 세간의 화제다.

‘고래’ 대우건설 품으려던 ‘새우’ 호반건설
인지도 높였으나, 인수합병 전적은 ‘물음표’

호남 출신의 또 다른 전국구 강자 ‘부영건설’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 소명 가능할까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사업을 확장했는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다. 당시까지만 해도 김상열 회장을 향해 ‘고래를 품은 새우’라면서 시장이 그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호반건설 창업주이기도 한 김상열 회장은 승부사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오히려 반등의 기회로 삼았고, 호반건설을 대도약(퀀텀 점프)시킨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로만 따져도 호반건설사는 13위인 중견 건설사다. 특히 김상열 회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라는 이유도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상열 회장은 고등학교를 6년 만에 마칠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하지만 조선대학교를 나와 중소건설사에 입사한 뒤, 1989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직원 5명, 자본금 1억 원을 가지고 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외환 위기 때는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광주·전남 지역에서 사세를 확장했다.

상당수 건설사가 부도로 사라진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이후 2002년 호반건설은 천안, 대전, 울산, 전주 등에서 성공적인 분양 성적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 했다.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한 호반건설은 2005년 주택시장의 격전지로 불리는 수도권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호반베르디움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도 출시하고, 용인 등 수도권에서 호반베르디움을 공급하며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호반건설의 성장 과정에서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이 수도권 알짜 부지를 매각했고 인천 청라, 고양 삼송, 수원 광교, 성남 판교 등의 부지를 호반건설이 사들여 수도권 입지를 공고히 했다.

김상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비해 과감하게 기존의 사업 방식을 버리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신규 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을 포함한 호반의 미래 비전 찾기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호반건설은 신년사를 밝히고 한 달여 만에 대우건설 인수 추진을 알렸다. 호반건설이 대형 건설사로 발전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실제 호반건설은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연이은 인수합병

그때까지만 해도 호반건설의 김상열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자금력과 향후 경영에 대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약 1조5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인수 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고, 인수 후 독립 경영을 통해 대우건설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공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시공순위 3위 대우건설 최종 인수와 향후 경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지만 김상열 회장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며 “대우건설 인수 중도 포기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 절차가 중단된 지금, 김상열 회장을 향한 시선은 앞으로 호반건설의 득실과 향후 행보가 어떨지 집중한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이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해외 손실액이 3000억 원이라고 밝히면서 호반건설이 인수에서 물러섰다.

대우건설의 부실한 해외 사업 때문에 매각이 무산됐다는 것인데, 안정적 경영을 기조로 삼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경영원칙이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분석이 높다. 또 업계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과 관련해 얻은 것과 잃은 것, 그리고 향후 행보 등을 점치고 있다.

우선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을 품는 데 실패했지만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사를 인수하겠다고 뛰어들면서 회사의 인지도는 매우 높아졌다는 점은 득이다. 호반건설은 1조 원을 웃도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본 상황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대형 건설사 인수가 가능할 정도로 튼튼한 건설사’라는 대내외적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조금 더 들어가봤을 때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호반건설이 자꾸만 발을 빼고 있다는 점은 향후 그들의 인수합병 과정에 의문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이후 총 10번의 인수합병을 시도했지만 울트라건설과 제주 퍼시픽랜드 등 2건만 성공한 바 있다. 금호산업 인수를 비롯해 동부건설, 보바스병원, SK증권, 블루버드CC 등 수천억 원대 M&A에서는 인수를 포기하거나 실패했다.

때문에 향후 호반건설은 주택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사업 다각화라는 현안이 남았다. 앞으로 호반건설이 또 다른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 사업을 다각화 하는 데 성공 여부가 그들의 미래를 결정 지을 것으로 보인다.

법에 묶인 총수

또 다른 호남 뿌리의 부영그룹은 이중근 부영 회장이 100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세금탈루 혐의를 받으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은 모양새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재계 순위 16위의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일선의 총수다.

그동안 이중근 회장은 전남 순천 출신의 자수성가형 총수로 입지를 다져왔다. 그는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입학했으나 어려운 생계 탓에 학업을 중단하고 공군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2년 우진건설산업을 설립했지만 7년 만에 부도를 맞이한 그는 1983년 부영의 전신인 삼진엔지니어링을 창립한 후 임대주택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부영은 2016년 기준 자산총계 21조7155억 원, 종업원 2659명 규모의 주택 건설업체로 거듭났다.

1976년 35살의 나이에 부영의 전신인 삼신엔지니어링을 설립해 임대주택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이후 승승장구하면서 1983년 3월 부영주택을 설립했고, 지난 1994년에는 회장으로 취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호텔·리조트·골프장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분야 확장에서도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제주 부영호텔&리조트를 개장했으며 경기 안성시 마에스트로CC, 강원 태백시 오투리조트 등을 연달아 가져왔다.

현재 서울 중구 소공동과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일대에서는 호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대형 건물 매입에도 의욕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3월에는 인천 연수구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을 사들였으며 이어서 6월에는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영이 최종 선정된 바 있다.

이와 같은 성장 배경엔 이중근 회장의 경영 전략이 제대로 숨어 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임대주택을 도입한 인물이다. 그는 싼 값에 매입해서 비싸게 판다는 게 제1원칙이지만, 비싸게 팔 수 없다면 비싸게 팔 수 있도록 개발하면 된다는 철학을 고수한다.

그런데 이중근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 역설적이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아파트 임대료 인상과 부실시공 문제,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고발 문제 등이다. 그의 성공을 보장했던 임대아파트 사업이, 이번에는 그의 목을 죄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에 따르면 이중근 회장은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실제 들어간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를 매겨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부당이득을 챙긴 데 관여한 혐의(임대주택법 위반)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회사가 법을 지켰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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