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전쟁이냐 평화냐, 美·中·日 3색이몽
[긴급진단] 전쟁이냐 평화냐, 美·中·日 3색이몽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8-02-14 18:45
  • 승인 2018.02.14 18:45
  • 호수 1242
  •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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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과 동북아 패권 다툼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여동생이자 특사인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와 함께 구두로 평양 초청의 뜻을 전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웠던 문 대통령 입장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주도권을 쥘 새로운 기회지만 이를 바라보는 미국, 중국, 일본의 반응은 제 각각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한반도 주변 3국의 속내를 들여다 본다.

文 ‘북·미 대화 멈춘 상태서 남·북 대화만 할 수 없다’ 고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기간 중·일은 북한과 대화 나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과거 남북정상회담 성사 과정에 비하면 이번 정상회담 제의는 전격적이면서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쁜 내색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확히 말하면 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국제관계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 구상의 한 축인 북·미 대화가 멈춘 상황에서 다른 한 축인 남·북 대화만 가속화하다가는 자칫 또 다른 문제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운전자론
본격 시험대 올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이제부터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남북·북미·한미 관계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지 않고서는 운전대를 잡고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파격적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받은 문 대통령은 신중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한 상태다. 전체적으로는 수용의 의미라고 청와대가 설명했지만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분명히 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 배경에는 지금 당장은 응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에 있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상회담의 선행조건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의 대화에 북쪽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북미 대화를 강조한 것은 ‘최대 압박과 제재’ 기조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동의 없이 움직였다가는 한·미 공조는 물론 국제사회의 공조의 틀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만큼 문 대통령 독단으로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막고 제재를 완화시키기 위해 시간벌기용으로 정상회담 카드를 제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문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 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는 일반적으로 북한이 북미관계가 여의치 않을 때 남북관계를 돌파구로 삼아왔다는 경험적 사례가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의사를 밝히면서도, 동시에 북한군 창설 70주년(2월8일), 정권 수립 70주년(9월9일)을 열거해 자주성을 강조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공조를 느슨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짙게 담겼다는 분석이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모습에서 확인된 미·일 공조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일본이 미국과 호흡을 맞춰 대북 압박 공조를 강하게 드라이브할 경우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폐회까지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우선 대북특사의 파견을 통해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미국을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는 특사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단장으로는 문 대통령 ‘복심’을 가장 잘 아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거론되고 있다. 단원으로는 서훈 국정원장,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름도 오르내린다. 

과거 2000년에 성사됐던 1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 인사들을 만나 협의를 했다.
 
핵 포기 안 하면 
제재 강화한다는 미국


북한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생각은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확인됐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단일팀이 입장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 등 외국 국빈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날 펜스 부통령은 김 제1부부장과 김 위원장 앞좌석에 앉았지만 어떤 인사도 주고받지 않았다. 추가적인 만남도 없었다. 

AP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펜스 부통령이 김 제1부부장으로부터 불과 몇 피드 떨어져 앉았음에도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앞서 문 대통령이 주재한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도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펜스 부통령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을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결국 불발됐다.

미국 언론은 문 대통령의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등이 남북한 관계 개선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한미 동맹 관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조의 보도를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는 이날 김정은이 북한과 대화를 열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남북 간 화해 기대를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는 미국에게서 주요 맹방인 한국을 떼어내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신문은 경계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압박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 접촉 확대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온 만큼 북한의 방북 요청이 이간책 일환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미 공조는 공고한 것으로 보인다. CNN, CBS 등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동안 전용기 에어포스2 내에서 기자들에게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경제적, 외교적 압박 공조를 계속해서 강력하게 해 나기기로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경제적, 외교적으로 계속 고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 있어 미국과 한국, 일본 간에는 어떤 빛도 샐 틈이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남북정상회담 
반기지 않는 일본


일본은 남북정상회담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도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높을수록 자국 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만큼 드러내 놓고 반기지는 않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현재 자위대 관련 개헌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도 한반도 통일이 오히려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듯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의사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11일 한미일 대북공조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나타내면서 미국의 반대로 실현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재인 정권이 북한에 대해 과잉 양보하는 것을 미국이 경계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방북 실현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은 앞으로 실현을 위한 조건들을 수면 아래서 하나씩 한국에 제시하겠지만 이보다 더 벽이 높은 것은 대북압력을 강조하는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북한이 핵포기를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 대통령이 방북한다면 대북 공조에 틈이 생겨 한미일의 결속에도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대북) 압력 강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간단히 방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김정은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로 보낸 것은 역대 한국 대통령이 갖고 있는 “한반도 통일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라는 마음을 자극해 북핵문제는 놔두고 대북 경협을 조금씩 진전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방북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이러한 북한의 흔들기는 일정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미소외교에 (남북관계가) 날아오르고 있는 형국”이라며 북한이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대북공조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대북 압력이 완화되는 사태로 이어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과 함께 한국의 독주에 못을 박겠다는 태세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달리 아베 총리는 평창동계올림픽 리셉션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마이니치, 닛케이 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밤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있던 리셉션에서 김영남과 악수하고 잠시 말을 나눴다고 10일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 체제 들어 아베 총리가 북한 고위급 인사와 접촉한 것은 김영남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김영남에 일본인 납치 문제, 핵과 미사일 문제에 해결을 향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납치 문제,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라고 다그쳤다고 소개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에 관해선 “일본인 납치피해자 전부의 귀국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뉴시스>
    중국, 정중동 행보
‘쌍중단하자’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중국은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우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임에도 불구하고 사드에 대한 불만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초청을 남북 관계의 화해 움직임으로서 일제히 긴급 보도했다.

또 12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한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 대표단 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에 따르면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당서열 7위인 한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영남과 회담하면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겅 대변인은 한 상무위원과 김영남의 만난 일시와 회담 내용 등 자세한 사항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겅 대변인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남북이 활발히 대화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지지하고 환영한다”며 양측 움직임이 관계 각국 특히 미북 간에도 파급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하며, 미국에 북한과 접촉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중국은 일관되게 이른바 ‘쌍중단’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1면 논평에서 “한국이 미국에 정례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요청하고 북한이 한국과 접촉을 시작한 이래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중국이 제창한) ‘쌍중단(雙暫停)’ 상태”라고 지적했다.

‘쌍중단’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하는 동시에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상황으로 중국이 한반도 평화해결의 전제로서 주창했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