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성향 가진 사람의 방송  “문제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딴지일보 총수이자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활약에 여의도가 들썩이고 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과 비선 실세 최순실에 대해 취재를 해 왔고 지난해와 올해 그 결실을 맺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두 언론인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빠’ 수준의 맹렬 지지자가 있는 반면 혐오 수준의 극렬 반대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공중파까지 입성했다. 그러자 여의도에서는 두 사람의 공중파 입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 “기용한 배경 철저히 조사해야”
신문·방송기자들의 정치 입문 끝없다, 인기 끄는 이유는?


“지상파 방송이 이상한 데로 가고 있다”

지난 9일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라디오 뉴스 진행자 김어준씨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지상파 진출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김어준, 주진우 등 노골적으로 친문 성향을 보여 온 인사들이 속속 지상파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등용되고 있다”며 “대놓고 어용방송을 하겠다고 선언한 인사가 공정성이 생명인 시사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등용된 예는 박근혜, 이명박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어준 씨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다스베이더’에서 ‘보수 세력이 지방선거 후 홍준표를 안철수로 교체하려고 한다. 홍준표를 지켜야 한다’는 망언을 했다”며 “말로는 적폐청산을 떠들지만, 실은 적폐청산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더니 이것이 공정인가”라고 반문하며 “적폐청산이 아니라 ‘적폐팔이’가 목표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인사가 지상파 진행자가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런 편파적 인사들을 진행자로 기용한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면서 “SBS와 MBC는 이들 진행자들을 즉각 교체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탐사·시사 프로그램으로
공중파 입성


김어준 씨는 지난해 11월 4일부터 SBS의 새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진행하고 있다. 

첫 방송에서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장남 유대균씨를 단독 인터뷰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을 꾸준히 파헤쳤고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 측근으로 ‘3철’ 중 하나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도 인터뷰했다.

방송과 라디오 두 매체 모두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씨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김 씨가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청취율 조사에서 SBS파워FM의 ‘두시탈출 컬투쇼’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 9일~22일 2주간 MRS 2018년 1라운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두 프로그램이 청취율 11.6%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청취율 1위를 차지한 것은 출범 1년 6개월 만에 이뤄낸 일이다. 

뉴스공장에서 나온 주요 이슈들은 즉각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 실시간 검색어 오르기도 한다.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정치인들이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주진우 기자도 마찬가지다. 주 기자는 지난 4일부터 MBC 새 탐사 TV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 기자의 장기인 탐사 취재가 기본이다. 주 기자와 함께 배우 김의성 씨가 진행하고 MBC 기자 7명이 합류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방송에서는 강원랜드 취업비리 수사를 맡았던 안미현 검사의 외압 폭로를 다뤘다. ‘스트레이트’ 방송 직전 뉴스데스크에서 첫 보도를 한 뒤 ‘스트레이트’를 통해 심층 취재가 나가자 반향이 컸다.

두 사람의 공중파 진출을 문제 삼는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이 진보·친문 성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성향만 갖고 이들의 방송 출연을 막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방송가에는 이들 외에도 과거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진행 등을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 대변인 출신
뉴스 진행하기도


이명박 정부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전 아나운서는 현재 MBN에서 ‘뉴스&이슈’라는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김 전 아나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됐다. 

김 전 아나운서는 대변인 사직 후 승승장구했다. 2010년 12월 김 전 아나운서는 KT그룹 콘텐츠 전략담당 전무로 취임했다.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통신민영기업 KT가 이명박 정권의 전리품인 양 낙하산 인사 집합소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 전 대변인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KT에 없는 보직을 새로 만들어 자리를 마련해 줬다. 전형적인 위인설관(爲人設官)이다”고 비난한 뒤 “현 정부 핵심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KT 고위직에 포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같은 당 이규의 수석부대변인도 “(이명박 정부가) 정권에 줄 댄 인사들을 2009년부터 줄줄이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 KT는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민간기업이 됐다”며 “청와대는 낙하산 된 KT의 모든 인사들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지금은 사라진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청와대 전 대변인을 위해서는 없는 자리도 만들면서 노동자들에게서는 있는 일자리조차 빼앗는 이명박 정권의 파렴치함은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며 “이러고도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말한다면 임기를 채우는 걸음걸음 그 뻔뻔함이 너무 무겁지 않겠는가”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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