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모텔‧노래방 등 경로도 ‘가지각색’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현재 청년들 중 대학생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또는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도 적잖다. 서울시는 이러한 형국에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수급자 일부에서 청년수당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부정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본인 스스로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을 자처하는 모양새다.

수급자 5000명 중 246명 부정 사용 적발돼
서울시, “사후 모니터링 통해 보완”···사각지대 ‘여전’


서울시는 미취업 청년에게 ‘서울시 청년수당(이하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청년수당은 올해부터 상‧하반기 각각 7000명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제도의 허점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만 19세~29세 미취업자
총 300만 원 지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청년수당은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중위소득 150%이하의 만 19세~29세 미취업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씩,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간 총 3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아직 사회로 진출하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비나 구직비용 걱정 없이 취업 준비에 전념 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마련한 청년활동지원 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6월, 5000명이 청년수당 혜택을 봤다.

청년수당 수급자는 우리은행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금을 인출해 사용해도 내역만 소명하면 된다. 당초 청년수당은 지난해 도입됐으나 정부와의 갈등 속에 1개월 만에 중단됐다가 정권 교체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 청년들은 학자금상환금이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이는 미래를 저당 잡힌 채 방치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년수당은 50만 원의 지원금을 넘어 사회가 빼앗은 시간을 청년들에게 되돌려 준다는 의미”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지적 난무했는데
고작 3개 업종 제한?

 
문제는 청년수당 카드의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취업이나 생계 지원 등 원래 취지와 무관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애초 청년수당 수혜자 모집 공고에는 구직활동 직접비(응시료, 학원 수강비 등), 간접비(식비, 교통비 등)를 지원한다고 돼 있지만 취지와 달리 호텔, 스크린골프장, 당구장, 노래방, 영화관, 주점, 성형외과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대리운전‧때밀이‧PC방‧속눈썹 연장 비용을 낼 때도 사용할 수 있다.

홍 의원은 “모텔, 소주방, 휴게텔 등도 갈 수 있는 게 확인됐다”면서 “청년수당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전체 340개 업종코드 중 특급호텔, 카지노, 귀금속, 안마시술소 등 48종(13%)에 대해서만 카드 사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업종코드가 모호한 업체들에게서는 청년수당 수급자들이 원하는 대로 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제도의 허점을 노려 현금을 인출해 사용한 뒤 거짓 내역을 첨부하거나, 상품권으로 구입해 현금화할 가능성도 있어 지적이 끊이질 않아 왔다.

실제 지난해 9월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 5000명 중 264명이 본래 취지와 부합하지 않게 카드를 사용해 적발됐다. 당시 서울시는 카드 부정 사용 시 해당 금액을 환수하고 수당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까지 사용 제한 업종코드를 올해 고작 3개 더 늘리는 데 그쳤다.

서울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용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며 다른 취‧창업, 진로모색, 역량강화 활동에 필요한 항목은 열어두고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그러나 규제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20대 실업자
구직 기간 크게 늘어

 
구직자의 평균 구직기간이 늘어나고 있어 청년수당을 지원하면 구직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지난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청년 실업자의 구직 기간이 평균 3.1개월이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대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대학 졸업생이 몰린 20대 후반의 구직기간은 평균 3.4개월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대의 평균 구직기간이 1년 전보다 늘었으나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것은 20대가 유일하다.

한편 서울시는 청년수당 지급 시기를 지난해 7월에서 올해는 4월로 앞당겼다. 일각에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다는 지적도 난무한다.

여러 지적이 끊임없는 ‘서울시 청년수당’. 포퓰리즘 프레임의 선심성 정책으로 흘러갈 경우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청년수당 지원이 아닌 청년의 자생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지속되는 만큼 청년들은 청년수당을 취지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규제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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