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시끄러운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적전분열 양상까지 보여 지지층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앙에서는 이른바 지도급 인사들이 서로 저 잘났다고 티격태격이고, 지역에서는 경찰 수사, 비리 의혹, 탈당에 이은 민주당 입당 등 흉흉한 소식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아무리 좋게 봐도 정상적인 당의 모습이 아니다. 

이런 내분 사태의 배경에는 뭣보다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 결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끊임없는 막말과 독단적인 당 운영방식에 시대정신과는 한참 거리가 먼 선거 전략으로 “이러다가는 정말로 정통 보수정당이 지방선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여기저기서 홍 대표를 향한 불만들이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4선 이상 의원 12명이 한국당이 제1여당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심을 우려하면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재개할 것을 요청했음에도 홍 대표는 “두세 명이 준동한다고 해서 이제 흔들릴 당이 아니다”라고 일축해버렸다. 쓴 소리에는 귀를 막아버리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논어에 ‘말(言)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라는 의미다. 성인들은 이를 지도자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라고 했다. 지도자가 이 같은 자질을 갖추지 못할 때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없고 오직 막말과 허언만이 난무해져 사려 깊지 못한 일부 인사들은 섣부른 충동적 집단행동을 불사하게 되는 것이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당을 추스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도자에게 그런 덕목까지 바란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사치일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는 적어도 이슈 선점이라도 해야 그나마 국민의 눈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홍 대표와 한국당은 케케묵은 ‘색깔론’으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하니 보수층이 답답해 하는 것이다.       

지금 홍 대표의 행보와 한국당의 지방선거 전략을 보면 외연확대는 팽개치고 오로지 ‘집토끼 단속’만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중도층 유권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역대 선거에서 중도표의 향방에 따라 승패가 결정돼 왔다는 사실을 한국당은 잊은 듯 보인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 위원장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중도 층이 부의 재분배와 복지 재벌 및 대기업 규제에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경제민주화’를 이슈로 내세웠다. 이렇게 해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프레임에서 여야 구분이 없어지자 이들은 다시 안보를 의제로 설정했다. 즉, 좌클릭을 함으로써 중도 층으로 하여금 정당 선택 이슈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한 후 안보를 막판 이슈로 들이댄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대세가 기울어졌다던 총선과 대선 판도를 완전히 뒤집는 효과를 발휘했다.  

아쉽게도 지금 한국당에는 이런 선거 전략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저 ‘좌파 종북’이라는 집토끼용 프레임만 주구장창 외쳐대고 있다. 중도층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은 모양새니 중도층이 움직일 리 없다. 

선당후사 정신없이 지방선거 후나 도모해보자는 식으로 수수방관하는 지금의 한국당 내 분위기로는 그 무엇도 기대하기 힘들다. 진작 이 땅 정치는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으며 한국당의 존재감은 더욱 약체화돼 가는 현상을 통찰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