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밀도> 저자 강민구 / 출판사 청림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가늠하기 힘든 삶이라는 무게 앞에서 저마다 다른 인생의 농도는 성장판이 열리는 시간처럼 정해진 시간에 짙기를 단정짓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단단해져 가는 밀도 또한 얼마나 살았는가보다 어떻게 살아왔는가의  가치 척도로 굳기의 세기를 달리한다. 

올해 설이 되기전쯤 출간된 저자 강민구의 ‘인생의 밀도'는 급변하는 사회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삶의 일곱가지 자세에 대해 언급한다. 

책은 현재 대법원 법원도서관장이기도 한 저자가 진행한 화제의 강의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지난해 부산지방법원을 떠나며 진행한 고별강연의 핵심적인 내용만 추려서 담아냈다. 그 강연은 유명한 IT전문가이거나 미래전략기획자도 아닌 60대 법조인이 디지털 툴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자세에 대하여 언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저자는 강연에서 “전략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닥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미래로 나아가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공사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 안전하게 모방하되 맹렬하게 쫓아가겠다는 구상은 결코 전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책에서는 한순간의 도약을 위해 축적하는 힘을 강조하는 데 이러한 힘을 ‘격’이라고 정의 내렸다. 지식의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디론가 흘러 내려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만 자아를 성찰하며 축적해 온 치열한 사유의 시간들은 머리가 아닌 몸에 새겨진다. 

저자는 “우리는 오랫동안 칼을 단련하는 노력 자체보다 그 긴 세월을 보상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훨씬 두려워한다. 우회축적을 하기 위해 땅으로 추락하면서 매는 어떤 심정을 품고 있었을까? 반드시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었을까? 아니면 토끼를 잡아 하루를 무사히 넘기겠다는 생의 간절함이었을까? 다만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매는, 미리 절망하지 않았다. 그것이 매가 가진 격이다"며 격으로 해석한 삶이 한 차원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격은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가로 결정되는데 그것이 하루를 채운 ‘밀도’라고 가치척도로 귀결된다. 이러한 하루의 밀도로 벌어진 인생의 농도가 바로 그 사람의 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디지털시대를 대비하지만 잠시 동안 모든 기기를 거두고 명상에 잠기는 시간을 통해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문명이 주는 피로감을 해소하고 기기의 혜택을 누리면서 놓쳤던 것들을 짚어보라고 권유한다. 

마치 그러한 시간은 컴퓨터에서 조각모음을 하듯 고요히 나를 돌아보며 하루의 오류를 찾아내고 빈 공간을 채움으로써 다가올 내일의 새벽을 준비하는 필수단계라고 말한다.
같은 하루더라도 누군가는 수일처럼 여기며 보내고 누군가는 수분처럼 보낸다.

이러한 하루를 채운 밀도의 차이가 만든 하루 단위가 쌓여 수년이 지나면 인생의 밀도는 현격하게 벌어질 수 있다. 누구나 밀도있는 삶을 원하지만 하루를 천 년처럼 언제나 몰입해서 지낼 수는 없다.  다만 날마다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하고 앞날을 가늠할 때, 최소한 어제보다는 밀도 있는 오늘을 보낼 수 있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나가면 어떤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 단단하다면 살아가며 마주하는 어떤 변화 앞에서도 비겁해지지 않을 수 있다. 책 ‘인생의 밀도’가 이처럼 스스로의 단단함을 갖추기위해 떠나는 여정을 함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함께하는 법정’, ‘손해배상 소송실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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