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9일 국회의장, 부의장 임기 ‘종료’ 시점
- 국회의장 ‘장기공백상태’ 지속 미필적 고의 ‘직무유기’

 
국회법 제9조는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의 임기를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에서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 다만,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처음 선출된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는 그 선출된 날부터 개시하여 의원의 임기개시 후 2년이 되는 날까지로 한다.’고 하고 있다. 현재의 정세균 국회의장, 심재철,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이 규정을 적용받아 오는 5월 29일에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의 임기를 각각 마치게 된다.
 
한편, 국회법 제14조에서는 사무총장의 의장직무대행 규정을 두고 있는데, ‘국회의원 총선거 후 의장이나 부의장이 선출될 때까지의 임시회의 집회공고에 관하여는 사무총장이 의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최초로 선출된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만료일까지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이나 부의장을 선출하지 못한 때와 폐회 중에 의장·부의장이 모두 궐위된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정함으로써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이 모두 공석, 궐위된 경우를 상정하여 사무총장이 국회의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다. 또한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의전서열 2위로 대통령 다음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장이 궐위되는 상황은 가급적 회피하는 것이 옳을 것이며, 회피할 수 없다면 그 기간을 짧게 해야 할 것이고, 국회의원이 아닌 사무총장이 국회의장의 직무를 대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법 제15조는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선거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2항에서 처음 선출된 의장 또는 부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그 임기만료일 전 5일에 실시한다고 하여 오는 5월 24일에는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
 
그런데 5월 24일이면 6월 13일에 실시되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의 20일 전으로 각 당이 최종적으로 후보를 확정하거나 전략공천 등으로 여의도 일대가 극도로 혼란할 때이다. 지방선거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정당들,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정권을 반석 위에 올려놓고 싶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차도 지방선거에 올인할 시기인 것이다.
 
특히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실시될 예정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보궐선거 지역이 10여 곳이 넘을 가능성도 있어 미니총선을 방불케 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결과는 국회의 정치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궐선거의 전승 가능성을 믿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은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의 수들을 종합해볼 때,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기 국회의장 선출 기일인 5월 24일에 여야당이 합의하여 국회의장을 선출할 가능성은 감히 단언컨대 제로이다. 각 당의 당내 정치일정이 일차적인 변수가 될 테지만,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한 원내 제1당을 유지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제1당이 되고 싶은 자유한국당 간의 정치적 공방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선거 후에는 새로운 국회의장을 곧바로 선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예측도 심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의 결과가 정부 여당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게 되면,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지난 정부에 대한 정치적, 사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당은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국회를 장악하려고 할 것이고, 생존에 위협을 느낀 보수 야당은 국회를 통한 정부 발목잡기를 시도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도래한다면 국회의 장기공전은 불 보듯 뻔하다.
 
반대로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선전하고,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제1당의 지위가 바뀌게 된다면, 이 또한 불 보듯 뻔한 국회의 장기공전을 가져올 것이다. 여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와 제1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의 해묵은 싸움은 또 우리를 질리게 할 것이다.
 
국회법 제15조 제1항에서는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 제3항에서는 ‘제1항의 득표자가 없을 때에는 2차 투표를 하고, 2차 투표에도 제1항의 득표자가 없을 때에는 최고득표자가 1인이면 최고득표자와 차점자에 대하여,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이면 최고득표자에 대하여 결선투표를 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다수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국회의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규정대로 선거를 하는 것을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 헌정사를 되돌아보면 특정 정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여소야대의 국회가 일상화되기 시작한 지난 15대 국회 이후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장 임기 2년을 꽉 채운 국회의장은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유일하다.
 
전반기 국회의장들은 국회의원의 임기 개시와 함께 국회의장 임기를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지만, 후반기 국회의장들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것은 국회법 제15조 제2항을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지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를 후반기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시기까지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은 많은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했고, 치열한 논의도 없이 폐기되고 말았다. 그 19대 국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국회법에 따라 선출했으니 자신들의 책임은 면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2월 임시국회가 끝났다. 국회법 개정은 없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연장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의 장기공백사태를 불러올 것이다. 과거 국회의장 공백기가 가장 길었던 것은 15대 국회 후반기의 65일이다. 국회법을 개정해서 전반기 국회의장의 임기를 연장하든지, 국회법을 지켜서 5월 24일에 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당신들의 행위는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이자 직무유기(職務遺棄)다.
 
평소 협치를 유난히 강조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신임 국회사무총장에 4선 중진의 김성곤 전의원을 임명한 것이 국회의 장기 공전, 국회의장의 장기 궐위상황을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기우(杞憂)이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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