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한식당 ‘정통’보다 ‘호기심’ 자극해…

“한 가지 메뉴 전문적으로 하는 한식당 인기 증가할 것”
 
집밥과 외식의 경계에서 ‘한식’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한식 업종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단품 전문화다. 이는 인건비 인상, 원재료비 절약과도 관련이 깊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식문화 변화로 잡다한 찬류를 걷어낸 원 플레이트 음식 선호는 한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꼽은 2018 외식 트렌드에서도 “한 가지 메뉴를 전문적으로 하는 한식당의 인기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메뉴에서 반찬수를 줄이는 등 단순화, 소형화, 전문화의 과정을 통해 음식점의 서비스가 단품메뉴에 최적화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기류에 따라 반찬수를 줄이고 돼지국밥, 곰탕, 국밥, 감자탕, 육개장, 칼국수, 쭈꾸미, 시래기국, 닭갈비 등 한 가지 메뉴에 집중, 전문화한 한식당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식품제조 기술을 활용해 원조의 깊은 맛을 간단하게 해결하는 ‘퀵 국밥전문점’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담백한 국물에 목살과 전지살을 푸짐하게 넣은 수육국밥과 순대국밥, 얼큰국밥 등 국밥을 전문화 한 ‘더진국’과 60년 전통의 양념으로 만들어진 건강식 국밥을 선보이고 있는 ‘안동국밥’ 등이 있다.
 
대게 작은 사각쟁반에 밥과 국, 반찬을 소박하지만 깔끔한 1인 한상을 5분에서 7분 이내로 고객 상에 내놓는다. 인테리어도 카페처럼 젊은 층 취향에 맞추고 메뉴 가짓수를 줄여 간소화, 전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함경도 지방의 향토음식인 ‘가릿국밥’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국밥 브랜드도 있다. 국밥전문점 ‘가리온반’의 대표메뉴는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인 ‘가리국밥’이 있다. 사골분말이나 농축액이 아닌 가마솥에서 종일 우려낸 진한 우탕(牛湯) 국물을 베이스로 만든다. 이곳의 경우 김치만 전문으로 만드는 전문가가 담근 김치가 찬류의 전부다. 또 매장에서 직접 도정한 신선한 ‘오분도미’로 지은 쌀밥을 제공 차별성을 뒀다.
 
찬류를 간소화하고 밥에 들어가는 다양한 토핑에 집중한 ‘솥밥전문점’도 인기다. ‘모랑해물솥밥’은 솥밥 안에 해물, 나물, 야채 등 재료를 푸짐하게 넣고, 주문 즉시 밥을 짓는 퓨전 솥밥 전문점이다. 2014년 육수를 이용한 솥밥 제조 방법과 그 방법에 의해 제조된 솥밥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한식브랜드다.
 
무엇보다 소화가 잘 되는 무를 이용한 무 반찬 3가지와 마른 김, 간장이 찬의 전부인 대신 밥에 들어가는 굴, 소라, 새우, 곤드레, 버섯, 날치알 등의 다양한 토핑에 집중했다. 대표 메뉴로는 해물솥밥, 곤드레솥밥, 소고기 고추장버터비빔솥밥 등이 있으며 따뜻한 솥밥과 함께 구수한 누룽지를 맛볼 수 있고 자극성 있는 맛보다는 재료에서 나오는 순수한 맛을 느끼게 한다.
 
모든 메뉴, 일관된 맛으로 제공
 
감자탕전문 프랜차이즈 ‘이바돔감자탕’은 20년 가까이 감자탕을 연구하며 이바돔 만의 맛을 완성시켰다. 특히 이바돔은 유통전문 회사인 에덴축산에서 시작한 만큼 신선하고 일률적인 물류 공급을 보장한다. 이바돔 물류센터에서 직접 배송한 최고급 등뼈를 각 매장에서 매일 2시간 이상 고아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의 진한 육수가 특징이다. 대표 메뉴는 20년 노하우를 담아낸 ‘명품 감자탕’과 남도식 묵은지를 추가한 ‘묵은지 감자탕’, 무공해 산야초나물인 곤드레를 넣은 ‘곤드레 감자탕’ 등이 있다.
 
가정의 식탁에 흔히 오르는 ‘시래기’를 전문화한 곳도 있다. 시래기국전문점 ‘순남시래기’는 60년간 3대째 이어온 ‘들깨시래기국’ 비법을 브랜드화해 성공한 브랜드다. 시래기국에는 무청시래기, 된장, 표고, 다시마, 들깨, 멸치 등 8가지 이상의 천연재료를 담아냈다. 특히 시래기는 강원도 양구 시래기만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3대째 내려오는 레시피를 가맹점에 전달해 모든 메뉴에 일관된 맛을 제공하고 있다. 본사는 시래기를 손질해서 세척한 후 삶아서 냉동시킨 채로 각 가맹점에 공급, 각 가맹점들은 식재료를 해동해서 삶은 후 조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전문 주방장을 두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하다.
 
‘3500원 가성비 칼국수’로 인지도를 쌓아온 ‘밀겨울’은 오는 2018년 3월에 3900원의 사골시래기국밥을 출시하면서 ‘칼국수&시락국밥’ 전문점으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밀겨울 시락국밥 또한 편의점과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편의점에선 맛볼 수 없는 건강식인 시래기의 따뜻한 온기를 더한 집밥으로 고객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락국밥은 멸치육수가 아닌 담백하고 깔끔하게 끓여낸 밀겨울의 사골육수와 된장으로 깊은 맛을 우려내 시래기 특유의 좋지 않은 냄새를 완벽히 잡아낸 것이 특징이다.
 
본사에서는 잘 손질, 세척한 시래기를 냉동형태로 가맹점에 공급해 매장에서는 1차 조리(삶기)후 소분해 주문 시마다 4분 칼국수와 마찬가지로 주문 후 4분 안에 끓여 나갈 수 있도록 해 회전율과 고정비 둘 다 잡았다.
 
한식과 양식의 요리 경계 허물다
 
전주지역 명물인 전주비빔밥을 응용한 ‘전주비빔빵’이 화제다. 밥 대신 빵 안에 돼지고기, 콩나물, 당근 등 비빔밥의 고명으로 쓰이는 15가지 재료를 무농약 고추장으로 버무려 만든 것이 특징인 이 빵에 대한 호기심으로 1시간 이상 줄을 설 정도로 인기고 하루 약 2000여 개가 팔려나간다고 한다.
 
고급육회와 함께 이색적인 창작요리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육회 포차전문점 ‘육회이야기’의 대표 메뉴는 당일 도축한 신선한 한우로 만든 ‘모듬한우육회’다. 하지만 한우육회 외에도 ‘눈꽃크림육회’, ‘립스틱’이란 퓨전등갈비 요리 등 이색적인 한식요리를 선보여 젊은 층, 특히 여성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성들의 주문율이 가장 높은 메뉴 중 하나라는 ‘눈꽃크림육회’는 생크림과 베이컨으로 맛을 낸 까르보나라 소스를 육회에 버무린 후 100% 모짜렐라치즈와 까망베르 치즈를 눈꽃처럼 얇게 채쳐서 뿌려 나오는 퓨전육회요리다.
 
또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갈비를 치킨처럼 튀겨 낸 ‘립스틱’(Ribs, Stick의 합성어)의 경우 ‘프라이드’, ‘양념’, ‘반반’ 3종류로 1만8000원선에 판매하고 있는데, 육회보단 퓨전안주요리를 선호하는 고객층과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한식은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이기에 품질과 맛에 대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맛에 대한 정성뿐 아니라 참신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업계에서는 전통 한식을 기반으로 양식 레시피 등을 더한 한식 퓨전 메뉴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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