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법 개정 시도를 ‘사회주의 관제개헌’으로 규정하고 사회주의 개헌을 저지하지 못하면 한국당 의원들은 총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헌법 개정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당은 “문 정권이 사회주의 체제로의 변혁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가짜뉴스’라며 펄펄 뛰고 있다.
한국당은 왜 문 정권이 우리 체재를 사회주의로 바꾸려 한다고 확신하는 것일까? 그리고 문 정권은 정말 우리나라를 사회주의화하려는 것일까? 설왕설래 와중에 불현듯 과거 여권의 실세였던 보수당의 한 인사가 사석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제2의 베트남이 될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동독의 몰락이 아니라 월남의 패망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과 베트남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하고 문화적으로도 흡사하다. 우리가 ‘반만년 배달민족’이면 베트남은 ‘반만년 황룡(黃龍)의 후손’으로 말한다. 중국이 팽창할 때면 두 나라는 굴욕적으로 조공(朝貢)을 바쳐야 했다. 반대로 중국이 혼란할 때는 자주독립을 유지했다. 둘 다 중국 주변 민족으로 살면서 한족(漢族)에 동화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독립 후 상황도 비슷하다. 베트남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제네바협정에 따라 북쪽에서는 공산정부인 베트남 민주 공화국(越盟)이 들어서고 남쪽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정부인 자유 베트남 공화국(越南)이 수립됐다.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우리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분단 이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역사적 패턴까지 닮아있다. 당시 월남은 자주국방을 하지 못해 미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월맹이 쳐들어오자 미군을 중심으로 연합군이 파병돼 공산 월맹과 전쟁을 했다. 북한의 6.25 침략전쟁 때 미국과 연합군이 북한군과 중공군을 상대해 싸운 것과 같다. 우리와 다른 점은 미국이 전쟁에서 손을 떼고 철수해버리자 베트남 전역이 월맹에 의한 공산화가 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월남의 공산화 직전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휴전협정이 체결된 후 월남에서는 무수한 간첩들에 의해 반미·반전 데모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시민단체들의 선동으로 좌경화가 급속히 이루어졌다는 사실 말이다.
야권과 보수세력이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문 정권의 속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공권의 약화는 간첩들의 준동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그도 그럴 것이 월남이 당시 정보기관의 무력화로 간첩들의 활개에 속수무책이었던 사실을 모르지 않는 터다.
이러한 월남의 상황과 비슷한 현상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시나브로 나타나고 있다. 보수지지층이 진보 시민단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우리사회가 패망한 월남의 당시 상황과 비교할 만큼 허약하지는 않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기에 문 정권은 앞으로 체제 변혁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하는 데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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