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반성하고 한반도 평화 딴죽 걸지 말라”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삼일절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가 주목 받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대일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진행된 99주년 삼일절 기념식에서 독도를 비롯해 위안부 문제 등을 직접 거론하며 일본의 반성을 촉구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언론은 즉각 유감을 표명하며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관계는 오히려 한중관계보다 차갑다. 일요서울은 문 대통령의 대(對)일본 강경 발언의 속내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독립·항일정신 상징인 서대문형무소서 기념식 열어

지난 1일 서대문형무소에서 99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열렸다. 역대 정권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삼일절 경축행사를 개최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기념식 장소로 서대문형무소를 선택했다. 

서대문형무소는 애국열사의 혼이 깃든 역사적 공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이던 지난해에도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삼일절 기념행사를 가졌다. 문재인 정부가 삼일절 행사를 서대문형무소에서 치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독립·항일정신의 상징인 서대문형무소에서 행사를 치름으로써 일본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둘째는 우리나라 건국일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로 간주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문 대통령, 위안부 문제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서대문형무소가 갖는 ‘항일’ 의미에 걸맞게 강력한 대일 메시지를 기념사에 담아 발표했다. 일본을 향한 메시지의 핵심은 독도와 위안부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전쟁 시기에 있었던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다. 우리 고유의 영토”라며 “지금 일본이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영토란 내용을 유지하고, 최근 도쿄에 독도 전시관까지 만든 점을 지적하는 표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불행한 역사일수록 그 역사를 기억하고 그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이라며 “일본은 인류 보편의 양심으로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일본이 고통을 가한 이웃나라들과 진정으로 화해하고 평화공존과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저는 일본에게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그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답게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우리는 더 이상 우리를 낮출 필요가 없다. 우리 힘으로 광복을 만들어 낸 자긍심 넘치는 역사가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평화를 만들어 낼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러한 국민들의 역량과 자신감으로 3·1 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잘못된 역사를 우리의 힘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반도 침탈’ ‘강점’ ‘반인륜적 인권범죄행위’라고 표현한 것은 역대 대통령의 발언 중 수위가 가장 높은 편이었다.

‘매우 유감’이라는 일본
강경행동은 자제 분위기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문 대통령이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매우 유감”이라며 “외교적 루트를 통해 항의하겠다”고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스가 장관은 1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합의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일본)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정상 간 합의를 했으며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유엔 사무총장도 일부러 성명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 정부(일본)는 (위안부) 합의 내용을 모두 성실하게 이행했다”며 “한국에 더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 소환을 주문하는 등의 강경한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즉각 항의는 했지만 북한 문제로 한국과의 연계가 중요한 만큼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냉정한 대응을 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생각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마이니치신문은 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독도 문제까지 강경한 자세를 보인 데 대해 일본 내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문 대통령이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면서 왜 역사문제만 거슬러올라가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의 한국 관료들에 이어 문 대통령까지 역사 문제를 되풀이하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한 항의를 반복하는 등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스가 장관이 문 대통령의 독도 발언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거론한 것은 문제해결에 응하지 않는 게 누구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다며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산케이도 북한 정세가 급박한 만큼 일본 정부도 한국과 연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냉정한 대응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과거사·북핵 문제 관련
일본에 경고


일본과의 관계가 경색 국면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한 속내는 세 가지 정도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불가역적’이라며 기존 합의 이행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합의과정에서 한일 정부가 피해자들의 이해나 동의를 구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기존 합의를 파기 하지 않는 이상 일본의 변화된 행동이 있어야만 진전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는 북핵문제에 대한 자세를 확실히 하라는 경고다. 그동안 일본은 북핵 문제에 대해 해결보다는 자국 내 정치 이슈화 하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남북·북미 대화에도 부정적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이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현상 유지를 바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셋째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사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 문제 모두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결같은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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