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과 ‘미소’의 나라, 미얀마. 하늘을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황금불탑과 땅 위에서 환한 빛을 밝히는 사람들의 미소가 기나긴 세월을 함께 해왔다. 뿌리 깊은 그 공존의 역사를 더듬어가며 ‘미얀마’ 세 글자를 가슴에 새기는 여행길에서 만난 두 도시.
 
            바간과 양곤, 두 도시는 ‘아시아의 마지막 보석’으로 불리는 미얀마의 과거와 현재를 대표한다. 강력한 왕국을 건설하고 불국토를 꿈꾸던 고대 도시 바간은 당시의 영화롭던 기억들을 또렷하게 간직한 채 남아 있다.

미얀마의 경제 수도로 자리 잡은 양곤의 하루하루는 현지인들도 몰라볼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천년의 시간을 넘나들기라도 한 것처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두 도시지만 사원의 황금불탑과 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미소만큼은 별반 다르지 않다.

부처님을 섬겨온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룩해 낸 황금의 나라는 결국 그 우직한 진심의 보상으로 미소의 나라를 선물받게 된 건 아닐까.
 
          바간 Bagan
 
정적이고 감성적인 풍경과 경험을 찾아 미얀마를 찾은 여행자들에게 바간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한다. 꼼꼼하게 살필 필요 없는, 광활하게 펼쳐진 오래된 풍경은 여행을 단조롭고 여유롭게 이끌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과거의 영화와 평화를 간직한 흔적들 그리고 그 과거를 잊지 못한 듯 원초적이고 풍성한 자연의 조화 속에 여전히 그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의 미소가 있어 바간은 지금도 온기롭다.
 
         유적과의 하모니, 아우레움 팰리스 호텔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적이나 다름없는 바간의 모든 풍경들이 뜻밖에도 아우레움 팰리스 호텔에서 펼쳐진다. 고대 사원들이 너른 자연 속에 원초적인 모습을 지켜오며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오래된 풍경, 그 풍경을 만나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현대적이면서도 과거 친화적인 진귀한 풍경이 아우레움 팰리스 호텔을 찾은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곳에 호텔이?’라는 의문이 생길 만한 초지에 아우레움 팰리스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지리적 위치도 의아한데 입구에서부터 고개를 들고 올려봐야 하는 높은 건물이 더욱 궁금증을 불러낸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방문이 가능한 이 전망대는 어쩌면 바간에서 가장 높을지도 모르는 전망대.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가능한 이곳에서 온종일 머무른다면 고요 속에 생동하는 바간의 신비를 모두 확인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사원을 배경으로 파란빛이 더욱 청량해 보이는 수영장은 이 호텔의 백미.
         천 년 전의 세상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수영을 또 어디에서 경험할 수 있을까. 그 하늘 위를 유유히 떠도는 알록달록한 열기구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즐기는 경험은 또 언제쯤 해 볼 수 있을까.
 
         바간 유적 1호, 쉐지곤 파고다
 
세계3대 불교유적으로 꼽히는 바간에는 무려 400만 개의 불탑이 존재했었고, 현재는 약 2500여 개의 사원과 탑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바간에서 유적 1호의 영예는 쉐지곤 파고다가 차지하고 있다.
        고색창연한 바간의 수많은 사원과는 달리 양곤의 쉐다곤처럼 우아하고 화려하며 웅장한 멋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곳. 부처님의 쇄골과 앞니를 보존하고 있는 쉐지곤 파고다에 들어서면 황금빛 스투파가 바간 유적 1호의 명성을 알린다.
        삼단으로 세워진 이 불탑은 바간을 넘어 미얀마에서도 가장 우아한 불탑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이 불탑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 불탑 앞에 작은 홈이 있고 물이 차 있는데, 그곳에서 절을 하면서 바라보면 물 위로 황금색 불탑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신기한 모습을 눈에만 담는 것이 아까워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려고 하지만 여간 쉽지 않은 일. 옆에서 꽃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스마트폰을 넘겨받아 사진을 찍어준다.
        불탑이 사진에 담길 때마다 주위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 소리에 쉐지곤은 계속해서 즐겁다. 바간 유적지 1호에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쉐지곤에 들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바간 식 재래시장, 낭우 마켓
 
바간에서 가장 유명한 재래시장인 낭우 시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아주 오래된 시장 풍경을 회상하게 한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사람들 속에 머리색이 다른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지만, 낭우 시장에서는 이상하게도 그들 또한 바간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이 이 시장이 갖고 있는 뜻밖의 매력은 아닐까.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다나카를 파는 이들이 손을 내민다.
       사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얼굴에 발라주는 다나카를 바른 채 시장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 두세 명이 겨우 지나다닐 만한 빼곡한 골목들이 이어진다.

여행객들을 위한 기념품보다는 바간 사람들의 식탁과 가정으로 가게 될 물건들이 더 많아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때로는 비위가 상할 수 있는 모습도, 냄새도 시장 안에서 여과 없이 펼쳐지지만 그저 바간이 살아가는 모습일 뿐이다.
       그 풍경 속에서 그들이 웃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바간식 미소를 만날 수 있는 곳.
 
바간의 또 다른 사원들
 
▲ 아난다 사원
      쉐지곤 파고다와 함께 바간을 대표하는 사원 중 하나인 아난다 사원은 동남아시아 불교 사원 건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꼽힌다. 수직과 수평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이 사원의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동굴에 들어온 듯한 풍경이 펼쳐져 더욱 이색적이다. 동굴 속에 거대한 황금 불상 등은 아난다 사원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 담마양지 사원
      바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적색탑이 입구에서부터 위용을 과시한다. 적색 벽돌로 지어져 눈부신 태양이 쏟아지면 그 풍경이 더욱 빛난다는 담마양지 사원은 보존상태가 바간에서도 가장 좋은 편에 속하는 사원. 
      중국의 고대 석굴이 연상되는 분위기와 동굴 내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벽화와 오래된 유적들이 독특한 멋을 선사한다. 때문에 한 장의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스폿이기도 하다.
 
     양곤 Yangon
 
양곤의 하루는 무척 빠르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뒤바뀌는 풍경 속에 급박하게 변화하는 오늘날 미얀마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돼 있는 것만 같다.

깔끔하고 화창한 시민공원과 늦은 밤 클럽에서 터져 나오는 빵빵한 음악 소리는 양곤 여행의 이정표 역시 새롭게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싸움의 종결이라는 뜻의 양곤은 지금, 미얀마의 한 시대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평화의 중심, 마하반둘라 공원
 
마하반둘라 공원은 양곤 시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연두색 잔디 공원을 가운데 두고 주변으로 다양한 역사와 문화의 흔적들이 뒤섞여 있지만 양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평화가 일대에서 숨 쉬고 있다.

공원 한가운데에서 파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백색의 독립기념비는 평화의 상징이자 중심. 영국 식민지 시절의 아픔을 지우고 독립의 기쁨을 가득히 채워놓은 모습이 시선을 압도하기에 공원의 평화는 더욱 짙게 가슴에 닿는다.
    독립기념비만큼이나 하얀색의 양곤 시청사와 2000년 역사의 황금빛 술레 파고다는 나란히 붙어선 채 미얀마의 현재와 과거의 아름다움을 각기 뽐내고 있다.

한편에는 미얀마라는 사실이 어색한 건물들이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개의 십자가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1830년에 건립된 임마누엘 침례교회와 18세기 초 앤 여왕 시대의 양식으로 지어진 현재의 고등법원 건물. 역시 나란히 서 있는 이 두 건물만 보고 있으면 미얀마라는 이름도 2018년이라는 시간도 모두 잊어버리게 되지만 모두가 하나 돼 오늘의 시간을 공존하고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들이다.
    독립에 앞장섰던 마하반둘라 장군의 이름을 얻게 된 그 감격의 시간 이후로, 이공원에는 더 이상 긴장과 아픔이 아닌, 오로지 평화만이 맴돌고 있다.
 
   황금빛 불심, 쉐다곤 파고다
 
기원전 2세기 경부터 미얀마 역사 속에 기록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황금의 땅’이라는 수식어는 쉐다곤 파고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 사실은 쉐다곤 파고다가 차지하는 미얀마에서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얀마 최고의 보물, 황금사원 쉐다곤 파고다의 기원은 무려 100m높이에 이르는 황금 주탑에서 시작됐고, 미얀마 연대기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약 2500여 년전,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인도와 미얀마를 오가며 장사를 하던 미얀마의 상인 형제가 부처님을 만나 꿀떡을 보시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머리카락 8가닥을 주었고 그들은 그 무엇보다 귀중한이 보물을 그들의 왕에게 바쳤다.
 
   그 순간, 땅이 갈라지고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 왔으며 때 아닌 히말라야의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보석들이 쏟아져 사람의 허리춤 높이까지 찼다. 왕은 백성들이 예불을 드릴 수 있게 언덕 한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모셨다’ 처음부터 이 탑이 황금탑은 아니었다.

왕들은 지속적으로 탑의 규모를 확장시켰고 15세기 신소부여왕이 탑에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금박을 입힌 것이 최초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주탑의 황금은 늘어났고, 부처님을 위한 사원의 규모는 커졌다.
   지금도 부처님을 향한 그들의 사랑과 노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 3대사원의 명성은 단순히 한 사람의 업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00개가 넘는 건축물이 들어찬 거대한 쉐다곤 파고다를 걷는 길은 2500년이 넘는 세월, 부처님을 모셔온 수많은 미얀마인들의 영혼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온통 황금으로 둘러싸이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수 없이 많은 보석들로 치장한 쉐다곤의 가치는 오로지 그들의 진실한 불심으로만 이야기될 수 있을 것이다.
 
   양곤의 또 다른 볼거리들

▲ 차욱탓지 사원
  쉐다곤 파고다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차욱탓지 사원은 여섯 번 칠한 부처님이 누워계신 곳이란 뜻을 갖고 있다. 신발을 벗고 사원 내부로 들어서면 이름이 그러하듯 거대한 와불이 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미얀마에서 가장 긴 약 66m 이상 길이의 이 와불이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새색시처럼 고운 부처님의 얼굴은 더욱 이색적이다. 막 손질을 마친 것 같은 가지런한 긴 속 눈썹과 앵두같이 붉은 입술이 근엄하고 건조한 부처상에 익숙한 우리의 편견을 깨어 놓기에 충분하다. 
  색계, 욕계 등을 표현한 108개의 문양을 새겨 넣은 널찍한 발바닥 역시 이 와불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와불 앞에 그 모습처럼 누워 사진을 찍는 것이 한 때 이곳의 필수 코스였는지, 이를 금지하는 팻말을 세워놓았다.
 
▲ 카바 아에 파고다
  카바 아에는 세계평화라는 뜻. 그 거룩한 뜻을 지닌 카바 아에 파고다는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파고다로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시기에 세워졌다. 때문에 미얀마 내에서도 그만큼 중요한 사원으로 손꼽히는 곳.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사원과는 사뭇 다른 내부 풍경 역시 이색 볼거리이지만, 이곳의 가장 큰 볼거리는 건립당시 인도의 수상 네루가 선물한 부처님의 진신사리이다.
  3개의 작은 불탑 모양의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진신사리를 보기 위해 수많은 불교신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항상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아니고 한정된 시간에만 공개하고 있으니 사전에 꼭 확인하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 보족 시장
  양곤을 대표하는 재래시장. 장군이라는 뜻의 보족(Bogyoke)이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보석과 수공예품으로 특히 이름난 전통시장은 이미 여행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시장 안에는 미얀마 전통제품에서부터 골동품, 예술적 감각이 깊게 베인 한 폭의 그림까지 수많은 종류의 제품들이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보석의 나라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미얀마의 대표적인 보석 시장인 만큼 보석에 관심이 있다면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만한 시장이다. 미얀마 여행의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론지나 미얀마를 상징하는 천연 선크림 다나카 같은 것들을 사는 것도 좋다. 양곤의 대표적인 쇼핑몰 중 하나로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모던한 정션시티몰과 연결돼 있어 쇼핑은 더욱 풍성해진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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