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집권 꿈꾸는 시진핑 중국 주석

헌법에서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삭제키로
마오쩌둥 사후 도입된 집단지도체제 유명무실화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지난달 3일 자문 회의인 정협의 개막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갔다. 전례대로 정협 개막식에 이어 이틀 뒤인 5일 중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가 개최됐다. 올해 양회의 최대 관심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절대권력' 공고화다. 특히, 헌법 수정을 통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 삽입과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 삭제가 실현되느냐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2중전회)에서 국가 주석 임기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안이 제안된 바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따르면 관영 중국청년보 산하 잡지 ‘빙점(氷點)'의 편집장을 지낸 대표적인 비판 언론인 리다퉁(李大同)은 온라인 공개서한을 통해 이번 전인대에 참석하는 베이징 인민 대표 55명에게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 개헌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그는 “마오쩌둥 시대는 이미 끝났는데 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가"라며 “당신들은 우리를 대표해 표결권을 행사한다. 당신들에게 긴급하게 요구한다. 헌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촉구했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도를 반대하는 네티즌과 이들의 비판 의견을 차단하려는 당국의 숨바꼭질이 계속되면서, 중국 온라인의 금지어 목록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개헌안이 발표된 지난달  25일 이후 ‘시황제(習皇帝)' ‘3연임(3連任)' ‘독재(獨裁)' 등의 단어가 검색 금지어가 된 데 이어 시진핑(習近平)과 마오쩌둥(毛澤東)의 합성어인 ‘시쩌둥(習澤東)' 혹은 ‘마오진핑(毛近平)'도 새로 검색 금지어에 추가됐다.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시진핑이 중국을 무기한으로 통치하는 길을 열게 된다. 하지만 시 주석이 잠재적인 정치적 경쟁자의 부상(浮上)을 용납하지 않는 가운데 처음에는 절대 권력의 증명처럼 보이는 이것이 실제로는 허약함의 징후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것은 64세의 시진핑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시진핑 후계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권력 다툼에 나서면서 중국에서 미래 불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그들은 지적한다. 그리고 그의 절대적인 권위는 중국에 경제적 충격이나 외교정책상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 전적인 책임이 그에게 추궁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특히 후자(後者)는 갈수록 더 그럴 듯해지고 있다. 미국의 후퇴에 의해 아시아에 남겨진 권력공백 속으로 중국이 진입을 모색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시 주석의 통치 스타일은 더 완고한 군사·외교 정책으로 특징지어져 왔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온 나라가 내전과 같은 혼란에 휩싸였던 문화대혁명(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중국의 최고지도자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된 극좌 사회주의운동) 끝에 1976년 마오쩌둥이 죽자, 그의 후계자들은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으로 인해 초래됐던 국가적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에서 1인 지배체제에서 벗어나 공산당 최고위 간부 여럿이 권력을 분점(分點)하는 합의제 또는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했다. 이런 원칙 아래 ①중국공산당 총서기 ②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③중국 국가주석이라는 세 직위를 전부 갖는 것으로 완결되는 중국 내 1인자는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으로 순조롭게 전환되어 왔다. 장쩌민·후진타오 두 사람은 각각 5년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해 10년간 직위를 유지한 뒤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그런데 2013년 3월 취임한 시진핑의 경우 1기 임기 초부터 그가 이런 추세를 무시할 것임을 짐작케 하는 징후가 뚜렷했다. 그는 공산당 “핵심 영도자”로 선포됐으며, 국영 언론은 보도 과정에서 마오쩌둥 이래 볼 수 없었던 성인(聖人)의 반열에 시진핑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중국공산당 강령에 “시진핑 사상”이 추가되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이 표현이 추가된 것은 한 주요 회의에서였는데, 이 회의에서 시진핑은 종전의 관례와 달리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치 관측통들 사이에서 그가 2023년 이후에도 지도자 자리에 계속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해졌다.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 삭제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중국 전인대는 당의 결정을 무조건 승인하는 회의체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저지 주 사우스오렌지 소재 세튼홀대학의 법학 교수이자 중국 헌법 전문가인 마거릿 루이스는 “시진핑 시대에 우리가 보아온 것은 심지어 최고지도부 사이에서조차 점점 늘어나는 권력 공유의 결여”라면서 “시진핑의 방식은 권력 강화”라고 미국 CNN 방송에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장기적으로 그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중국 정치는 조금도 민주적이지 않지만, 개혁파와 보수파의 권력과 영향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공산당 체제 자체 내부에 모종의 견제와 균형이 있어 왔다. 영국 노팅엄대학 중국정책연구소의 존 설리번 소장은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계속 남는 것은 “중국공산당을 위해 35년간 잘 작동함으로써 여타 공산당 정권들을 괴롭혔던 해로운 분열을 중국공산당이 피하는 것을 가능케 했던, 권력 이행(移行)의 제도화를 부정한다”고 말한다. 중국공산당의 많은 내부 중요사안들은 은밀히 진행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중국공산당과 관련해 동의하는 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중국공산당 내부에 장쩌민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상하이방(上海幇)’과 같은 파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주석의 광범한 반부패운동은 그 자체가 시주석이 적으로 여기는 파벌들과 잠재적 경쟁자들을 쳐내는 작업이라고 파악해 왔다. 시진핑은 주석 취임 직전 터진 대형 부패 사건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틈타 취임 직후부터 대대적인 반(反)부패 사정 작업을 진행했다. ‘호랑이(부패한 권력층)든 파리(지위가 낮은 비리 공무원)든 다 때려 잡겠다'는 시진핑 정권의 선언에 여론은 열광했다. 시 주석은 반부패 캠페인을 철저히 정치적 경쟁 세력을 척결하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용해 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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