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버려진 강아지들이 불쌍해 한두마리씩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 중성화 수술 없이 한 공간에서 키우다 보니 유기견은 30마리를 넘어섰다. 결국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A씨는 소음 민원까지 들어오자 지난 1월 12마리를 상자에 담아 유기했다.
 
A씨는 동물을 기르기보다 수집하는데 집착하는 전형적인 '애니멀호더(animal hoarder)'다. 이에 서울시는 민간 전문가들과 A씨가 사육 중이던 33마리에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고 입양을 지원하는 등 전문상담을 통한 예방책을 세웠다.
 
서울시는 이처럼 자체 번식으로 개체수가 늘어나 유기동물이 버려지는 일을 막기 위해 전국 최초로 '유기동물 예방 중성화' 사업에 나선다고 6일 밝혔다.
 
우선 관련 단체와 마포구 동물유기 위험군 사례를 시작으로 중성화를 추진한다.
 
서울시수의사회 마포구분회 자원봉사 수의사들은 A씨가 사육 중인 개들을 상대로 중성화를 포함한 건강진단, 백신 접종, 동물등록을 지원한다. 지난달 3마리를 이미 중성화한 데 이어 나머지 사육중인 개에 대해서도 보호자와 협의해 진행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애니멀호더를 설득해 중성화 수술을 받도록 하고 이들에게 동물 입양을 연계한다. 사육 동물 돌봄에 대한 상담과 등록을 지원, 동물유기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한다.
 
시는 동물보호 감시원을 통해 소유자가 적절한 동물 수를 유지하고 동물관리를 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시 관계자는 "'동물유기 위험군'으로 사육동물뿐 아니라 소음, 배변 냄새로 이웃에 피해가 발생하고 백신 등 치료를 받지 못해 질병을 퍼뜨릴 수 있어 중성화로 유기동물을 예방하면 지역사회 공중보건문제 사전 차단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에선 개 5587마리, 고양이 2760마리, 기타 288마리 등 8635마리의 유기동물이 발견돼 인도, 분양된 바 있다. 이 가운데 25.6%인 2224마리는 입양 등이 어려워 안락사 됐다.
 
시는 현재 동물유기 위험군에 대한 법·제도적 대책이 없는 실정에서 이번 사례를 기반으로 근본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동시에 중성화 수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동물 사육에 대한 시민의 책무를 확산하기 위해 서울시수의사회, 카라와 함께 '유기동물 예방을 위한 중성화 캠페인'도 함께 진행한다.
 
실제로 미국 뉴욕시에선 1970년대 정책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권장해 연간 약 15만 마리에 달하던 유기동물 숫자를 1990년대 약 5만 마리까지 줄인 바 있다. 일부 국가에선 사육할 수 있는 동물 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은 유기동물을 줄이는 최선의 정책이라는 인식을 확산하는데 주력하겠다"며 "동물소유자는 증가하는데 동물유기 위험군에 대한 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민·관, 전문가의 협업으로 해결한 사례를 제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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