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싫어하는 사람도 갓 볶은 커피의 향은 싫어하기가 힘들다. 은은하게 번지는 커피의 향은 무미건조한 시간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커피는 향으로 마신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향은 가장 중요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커피의 향은 커피의 씨앗, 그러니까 생두에 열을 가했을 때 나는 향을 말한다. 이 과정을 커피 로스팅이라고 한다. 최초 커피 열매를 발견하여 수도승들이 마시기 시작 하였을 때는 생두를 로스팅하여 마신 건 아니다. 주로 과육이 있는 커피열매를 달여서 차처럼 마시는 방식이었다.
 
여러 전설에는 처음 커피 열매를 발견하였을 때 불결하다고 생각하며 불에 태워버렸다가 그 향에 취해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기도 하고 산불이 나서 여러 초목들이 타는 과정에 커피의 열매가 타면서 나는 향에 이끌려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고 하는 설도 있다. 그러나 그 시기 정확하게 커피를 로스팅하여 마셨다고 하는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다.
 
커피 로스팅에 관한 설은 15세기 이후 좀 더 확산이 되었는데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생두를 로스팅하여 마시기 시작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커피 로스팅의 시작은 커피가 전 세계로 활발하게 뻗어나가면서 시작되었다.
 
주생산국들은 커피를 자국에서만 생산하여 수출을 하고자 하는 의도로 씨앗인 생두가 발아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로스팅을 하였는데 향과 맛도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로스팅을 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게 되었다.
 
전기나 가스의 열이 직접적으로 생두에 가해지는 가장 원초적인 직화식 로스팅 방법 뿐만아니라 뜨거운 공기를 가해 커피를 볶는 열풍식 로스팅기, 직화식과 열풍식의 중간 형태인 반열풍식 로스팅기 등 기계들이 고안되었고 각각의 방법에 따라 로스팅을 할 수 있는 양과 방법이 다르고 같은 생두라도 그 맛과 향이 다르게 배출되어 로스팅을 하는 기술도 다양하게 발전하게 된다.
 
커피 로스팅에 있어 맛을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생두의 태생과 상태이다. 생두는 그 해에 수확하여 2~3개월 된 신선한 생두를 뉴크롭이라고 한다. 9~10개월 된 생두는 커런트 크롭, 2년이 지난 생두는 패스트 크롭, 3년이상 경과한 생두는 올드크롭이라고 한다.
 
패스트 크롭이나 올드 크롭은 통상적으로 수입이 되지 않고 수입이 된 상태에서 재고로 2년 이상 경과한 생두는 구매자의 동의하에서만 팔게 되어 있다.
 
뉴크롭은 수분함유량이 12~13%로 수분함유량이 많은데 함유수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향을 낸다. 뉴크롭은 로스팅을 하기전인 생두에서도 기분 좋은 초원의 향이 난다. 또 각 생산지별 수확의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시기를 잘 맞추면 1년 내내 뉴크롭을 공급받을 수 있다.
 
로스팅을 하는 시간과 온도는 기계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통 12~20분 동안 섭씨 180~250℃의 온도에서 이루어진다. 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두의 상태를 미리 체크하고 로스팅 정도의 이미지를 미리 머릿속에 그려야한다.
 
로스팅은 얼마나 강한 열을 어느 정도의 시간에 걸쳐 받았는지에 따라 산미와 단맛의 강도가 달라지는데 원두의 색상에 따라 구분하여 라이트, 시나몬, 미디엄, 하이, 시티, 풀시티, 프렌치, 이탈리안으로 로스팅 정도를 나타낸다. 20분이 안 되는 시간동안 열이 가해지며 로스팅 정도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로스팅 완료시점에 대한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대체적으로 시티 로스팅 정도에서 커피품종의 특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며 산미가 풍부하고 단맛이 강한 편으로 드립용으로도 적합하다. 풀 시티와 프렌치 로스팅은 쓴맛이 강하고 산미가 엷어지는 단계로 커피 품종의 특징은 거의 사라지지만 유럽식 진한 커피에 적당하여 주로 에스프레소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요즘은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여 판매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눈에 띄게 늘고 있고 아예 집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는 홈 로스팅족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홈 로스팅은 개인이 생두를 직접 골라 구입하고 직화식 방법으로 팬에 취향에 맞게 로스팅을 하는 것이다. 또 가정용 에스프레소머신의 대중화로 다양한 커피를 가정에서도 쉽게 즐기게 되었다.
 
신선한 콩으로 갓 볶은 커피한잔의 맛은 한 잔의 예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황홀하다. 한잔의 예술을 만날 수 있는 행운 같은 오늘에 감사 할 따름이다. 커피의 매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길고 깊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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