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이 온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세상사가 겉으로는 삶이 풍요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고달프고 비관적일 때 이런 표현을 한다. 
특히 2018년 무술년 대한민국의 봄은 민초들의 마음을 한겨울처럼 차갑게 하고 있다. 북한 핵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외교·안보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위태하다. 동맹인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중국과의 관계는 현대판 ‘중화 사대주의’라는 시비가 일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본과는 내정간섭과 위안부 문제로 갈등의 골이 심화하고 있다. 
정치판은 1년 가까이 이른바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논란 등으로 연일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 집권 여당은 협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고 야당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체제 변혁과 관련된 헌법 개정 문제를 두고 벌이는 여야의 이념 논쟁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 공학적 이합집산을 일삼는 구태는 식상하기만 하다. 
경제에서의 불사춘(不似春)은 더 심각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향해 선포한 무역전쟁으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되고 있다. 미국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앞 다투어 보호무역에 나서고 있어 그 직격탄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날아오고 있다. 
국내 경제 사정도 ‘한겨울’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판에 외국의 굴지 기업들마저 하나 둘 씩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다. 당장 한국지엠의 철수 발표로 군산 지역 경제는 사실상 ‘패닉’ 상태가 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제2의 한국지엠 사태가 또 어디서 터질지 예측조차 어렵다. 
청년 일자리는 또 어떤가. 매달 청년 실업률이 발표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 매번 기록을 경신했다는 보도 일색이다. 지자체들이 야심차게 실시하고 있는 청년수당 프로그램이 무색하기만 하다. 
사회적으로도 우울한 소식뿐이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운동’ 쓰나미가 우리나라를 거세게 덮치고 있다, 검찰發 성희롱 사건이 폭로되면서 문학계, 교육계, 방송계, 영화계, 의료계, 종교계, 정치판 국회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집권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마저 위선의 극치를 나타낸 성폭력 구설에 휩싸여 충격을 주고 있다. 앞으로 어디까지 퍼질지 가늠이 안 된다. 
게다가 들불처럼 번진 한국판 ‘미투운동’을 두고 일각에서 이를 진영논리로 비화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어 자칫 ‘미투’ 절규가 정치적 이념 프레임에 갇혀 그 본질을 훼손당할 우려마저 있다. 
좌우 대결 구도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3·1절 행사에서는 양 진영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따로 기념식을 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제비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주제로 하는 흥부전 덕에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새로 알려져 이 땅 백성들은 봄이 다가오면 남쪽하늘을 쳐다보며 못내 제비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서식지를 빼앗긴 제비는 돌아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총체적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우리나라에 제비가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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