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부터 중진까지’ 닻 오른 여당 권력 쟁탈전

홍영표 의원(왼), 김태년 의원 <뉴시스>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은 올해 여권의 차기 ‘빅3’ 권력 개편이 예고돼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6.13지방선거를 전후로 원내대표, 국회의장, 당대표 선거를 차례로 치른다. 각각의 선거가 여권의 향후 국정 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치권으로선 ‘핫한’ 여름이 될 전망이다.
 
누가 되느냐의 문제는 여의도 권력 역학 관계와도 맞물려 있어 야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문 주류 세력과 비문 비주류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로선 결국 ‘문심(文心)’의 향배에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地選 전후 원내대표→의장→대표 선거 잇따라…‘문심’은 어디로
‘협치’ 관건 원내대표…홍영표·김태년·노웅래·조정식 하마평
‘의회 최고 사회자’ 의장…이해찬·문희상·이석현·박병석 거론
‘21대 총선 공천권’ 쥔 대표…송영길·김두관·이인영·김진표 등

 
빅3 선거 중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5월 원내사령탑 경선이다. 지난해 5월 선출된 우원식 현 원내대표의 후임을 뽑는 선거다. 차기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 민생·개혁 입법을 처리하고, ‘여소야대’ 속 급변하는 의회 권력 지형에서 원만한 원내 협상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는 친문계로 꼽히는 홍영표(3선·인천 부평을) 의원과 김태년(3선·경기 성남수정) 의원이 부각되는 형국이다. 아울러 비문계로 분류되는 노웅래(3선·서울 마포갑)과 조정식(4선·경기 시흥을)도 출마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
 
홍영표 의원이 이번 선거에 도전할 경우 ‘재수생’이 된다. 지난해 우 원내대표와 맞붙었지만 7표 차이로 석패했다. 우 원내대표도 원내대표 선거 ‘재수’,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에서 ‘재수’ 끝에 당선돼 당내에서는 “재수가 대세”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홍 의원이 재수에 나설 경우 의원들의 ‘동정표’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홍 의원은 대우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사무처장 출신으로 노동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GM 사태와 관련해 당내 한국GM대책TF위원장을 맡으며 노동·경제 현안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경선 직전까지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김태년 현 정책위의장도 출마가 점쳐진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우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추면서 1년간 여권의 정책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원내대표 예행연습 격인 정책위의장을 거쳤다는 점에서 내실을 갖춘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평이 나온다.
 
2년 전 원내대표 경선에 나와 저조한 득표를 했던 노 의원은 현재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기자 출신인 노 의원은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특히 대학 내 구성원들의 처우 개선 문제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지난 7일엔 정당·종교·시민단체 200여 개가 회원으로 있는 범국민 통일운동 상설협의체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위원회) 공동 의장으로 선출됐다.
 
4선의 조정식 의원의 경우 비문계의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조 의원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받고 있다. 친문 둘, 비문 둘로 계파가 나뉘는 가운데 결국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투표와 의원들 간 친소 관계 등이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내대표 경선이 마무리되면 연이어 국회의장 선거를 치르는 숨가쁜 일정이 예정돼 있다.

 
노웅래 의원(왼), 조정식 의원 <뉴시스>
   후반기 입법부 수장 ‘주목’
지방선거·재보선 결과 촉각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 2위이자 ‘의회 최고 진행자’로서 2년간 국회를 이끈다. 여전히 상징적 의미가 강하지만 최근엔 여야의 실질적 협상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20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었던 정세균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29일 종료된다. 후반기 의장의 임기는 2020년5월29일까지다. 국회의장은 관례적으로 원내 1당이 내부 경선을 통해 단수 후보를 추천하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현재 원내 1당인 민주당에서는 이해찬(7선·세종시), 문희상(6선·경기 의정부갑), 이석현(6선·경기 안양동안갑), 박병석(5선·대전 서구갑) 의원 등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은 자타공인 친노 좌장으로 꼽히며, 문희상 의원도 과거부터 진보 정권 출범에 기여한 범친노계로 현재 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물밑 행보는 문 의원이 가장 눈에 띈다. 각종 모임이나 세미나·포럼 등에 얼굴을 내비치며 적극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다. 문 의원은 포용력과 안정감, 온건함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해찬 의원의 경우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하는 모양새다.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정세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강한 카리스마와 중량감, 국정운영 경험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친노 좌장으로서 계파 세력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친노 색채가 강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어서 의장 선거에 고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야당에서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8월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을 맡은 이석현 의원은 무(無)계파 중도 성향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19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은 중재·타협 능력 등을 내세우고 있으며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당내에서는 결국 핵심 친문 진영의 의중에 따라 국회의장 선거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과거와 달리 국회의장 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지만, 결국 투표에서 ‘문심’과 밀접한 인사가 당선될 거란 분석이다.
 
한편,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에 원내 1당 지위를 뺏길 수도 있어 중대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21석의 민주당과 116석의 한국당의 의석 차이가 불과 5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역 차출과 재보궐 결과에 따라 1당 지위가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정세균 의장의 임기 종료 전 후반기 의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선거 때문에 이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따라 원내 1·2당의 지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예 의장 선출 시기를 지방선거 뒤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에서도 의장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후보는 없지만, 5선 이상인 잠재 후보로는 서청원(8선·경기 화성갑), 김무성(6선·부산 중구영도구), 심재철(경기 안양동안을)·원유철(경기 평택갑)·이주영(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정갑윤(울산 중구) 이상 5선 의원들이 있다.
 
다만 친박(친 박근혜) 인사나 검찰 수사, 다른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는 중진 등을 빼면 실질적으로는 심재철, 정갑윤 의원 정도가 상황에 따라 의장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폭행’ 安 아웃
당권 경쟁 점화

 
지방선거 이후 8월엔 2년간 민주당을 이끌 새 리더를 뽑는 전당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당대표의 경우 2020년에 열리는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뜨거운 당권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8월 전 각종 선거가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여러 의원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송영길(4선·인천 계양을), 김두관(초선·경기 김포갑) 의원이 일찌감치 움직이고 있으며, 윤호중(3선·경기 구리), 이인영(3선·서울 구로갑)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여기에 중진급인 김진표(4선·수원무) 의원과 이종걸(5선·경기 안양 만안구) 의원도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당 안팎에서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제기됐던 안희정 충남 지사는 ‘성폭력 파문’으로 자연스럽게 후보군에서 삭제됐다.
 
송영길·이인영 의원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출신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우상호 의원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 신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송 의원은 비문이었지만 지난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으며 친문으로 돌아섰다. 현재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전임한 이인영 의원은 당초 서울시장에 나설 것으로 점쳐졌으나, 친구인 우상호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에 나서자 뜻을 접고, 현재는 국회 헌정특위(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임종석 실장 등 청와대 신주류의 지원과 당내 운동권 세력이 뭉칠 경우 전당대회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전대협 출신 간 교통정리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송 의원과 이 의원 간 정리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두관 의원이 전당대회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남해군수에서 도지사까지 이룬 경력으로 ‘리틀 노무현’이란 별칭을 얻은 그는 노무현 정부 초대 행자부 장관을 역임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출마, 삼수 끝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당대표 선거는 8월에 진행되는 만큼 지방선거 결과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엄경영 리서치앤리서치 소장은 “지방선거 결과 승리하면 친문 세력이 유리하고, 패배 수준의 결과가 나오면 비주류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당내에서 서울시장에 도전 중인 인사들이 경선에서 패배하면 당대표 선거로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 소장은 “일부 의원의 경우 서울시장 경선을 전대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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