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순환 장애로 골프 코스를 걸어가려면 심한 고통이 따르고 출혈과 골절이라는 심각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던 케이시 마틴은 미국 프로골퍼협회에 토너먼트 경기 중에 골프 카트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PGA는 최고 프로 토너먼트에서는 카트 이용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들어 마틴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마틴은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대법원은 마틴의 손을 들어주었다. 골프의 본질은 골프공을 얼마나 적게 쳐서 홀 안에 넣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미국이었다면 소송을 제기했을 희한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외국인 선수의 신장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장신, 단신 각 1명을 뽑되 장신의 경우 2m 이상은 KBL에서 못 뛰게 했다. 또 단신의 경우 186cm 이하인 선수만 뛰게 했다.
 
그러니까 키가 201cm와 187cm인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 수 없다는 말이다. 당장 2017~2018시즌에 뛰고 있는 선수들 중 몇 명은 올해를 끝으로 짐을 싸야 할 형편이다.
 
KBL은 전에도 키 제한을 두었다가 철폐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우리나라 장신 선수들을 보호하고 경기를 좀 더 스피디하게 하기 위해 키 제한을 다시 두게 됐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명백한 차별이다. KBL은 농구의 본질이 뭔지 모르나 보다. 농구는 농구공을 주어진 시간 안에 누가 많이 높이 달려있는 바구니에 던져 넣느냐는 것이다. 물론 키가 큰 선수가 유리할 수 있지만 농구의 본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과거에는 항공사들이 승무원의 키를 제한했다. 키가 너무 작으면 승객들의 짐을 올려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같은 처사가 차별이라며 항공사들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몇 년간 뜸들이던 항공사들은 신장 제한 제도를 없앴다. 지금은 키가 작아도 승무원이 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농구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우리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국제대회에 나가보라. 2m 이상이 수두룩하다. 그런 선수들과 싸우려면 비슷한 선수들을 많이 경험해봐야 하지 않은가? 국제대회는 포기하겠다는 소리인가?
 
좋은 학교로 성장하려면 성적, 리더십 등 다양한 면에서 뛰어난 학생을 많이 뽑아야 한다. KBL은 지금 KBL 국내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키 큰 외국선수를 뽑지 않으려 하고 있다. 더 좋은 리그가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NBA가 왜 NBA인지 아는가. 키 제한 두지 않고 전 세계 선수들이 다 뛸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미국농구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MLB가 왜 MLB인지 아는가. 아무런 제한 없이 전 세계 선수들이 다 뛸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미국야구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WBC 대회에서 우승하지 않았는가.
 
아직 늦지 않았다. KBL은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발상 그만 하고 외국인 선수에 대한 신장 제한을 철폐하라.
 
키가 커서 농구를 하지 못하게 한다? 그럼 누가 농구를 해야 하지? 참 해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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