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 ‘서막’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유동성 위기로 허덕이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드디어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계열사 금호생명을 외국계 생보사에 팔아넘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 측은 보험사 등 일부 국내외 금융회사를 상대로 이미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금호아시아나는 유동성 확보와 동시에 지주회사는 금융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까지 충족시키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금호생명 매각이란 칼을 꺼내들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8월 11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금호생명 지분 39.3%의 부분 또는 전부를 연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금호생명은 그동안 줄곧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으나 방향을 돌려 아예 통째로 팔고 경영권까지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호생명 지분 39.3% 통째 매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생명 매각은 그동안 금융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었던 까닭이다. 실제 잇따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7월 유동성 위기설로 한차례 몸살을 앓은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괴롭히고 있는 유동성 위기설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에서부터 출발한다. 당시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은 총 6조4000억원을 투입해 대우건설 지분 72.1%를 인수했다. 2조9000억원은 자체적으로, 나머지 3조5000억원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돈을 댔다.

그러나 문제는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금호산업·금호석유화학·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이 인수자금 상당부분을 차입금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2005년 말 3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이들 4사의 순차입금(단순합계)은 2006년 말 6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또 금호산업은 이 과정에서 차입을 위해 연 9%의 높은 수익률을 재무적 투자자들에 보장해줬다. 3년 내 대우건설의 주가가 해당 수익률을 상회하지 못하면 같은 값에 주식을 되사주는 ‘풋옵션’을 제공한 것이다.

차입금 증가와 대규모 풋옵션 부담으로 시장의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금호는 지난해 총 4조1000억원을 투입, 대한통운마저 인수했다. 대우건설·아시아나항공·금호렌터카·금호P&B화학 4사가 떠안은 인수금액만 3조4000억원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했던 핵심 4사의 순차입금은 무려 8조700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자비용(단순합계)은 상반기에만 2469억원에 이른다. 2005년 연간 비용과 맞먹는 규모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대한통운 인수 직후부터 큰 시련을 맞게 됐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내년 유상감자를 실시해 대부분의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일시적 부담 확대에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당기순이익만 851억 알짜

특히 건설경기 악화까지 겹치면서 심화된 대우건설의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이면서, 위기설에 기름을 부었다. 주가 하락의 악순환이 거듭된 것 또한 이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잠재적인 풋옵션 부담 금액은 투자자들의 대우건설 지분인수 참여 금액 3조5000억원에 3년 간 9%의 연 복리 이자를 적용해 계산할 수 있다. 단, 여기서 실질적으로 투자자들에 보상해준 유상감자와 배당금은 차감된다. 한 증권사가 추산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부담액은 총 4조1000억원이다.

따라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한 해 동안 총 8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알짜기업’ 금호생명을 팔게 된 데는 지난 7월부터 계속되는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금호생명 인수자 누구?

미국계 메트라이프생명 유력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생명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음이 알려지자 매각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호 측이 접촉중인 인수후보로는 미국계 생보사다. 이들 업체는 유럽 혹은 미국계 펀드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금호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는 메트라이프생명이 꼽힌다. 메트라이프는 대한생명 등 수차례에 걸쳐 국내 생보사 인수를 시도했고 국내 생보사 추가인수를 통해 업계 상위사로 발돋움을 노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메트라이프의 경우 애초 회사가 출범할 당시 코오롱그룹과 합작사로 출발해서 조직문화나 인력도 현지화 돼 기존사를 인수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알리안츠생명은 노조와의 갈등으로 파업 중에 있어 여력이 없고, 푸르덴셜은 보장성보험만을 파는 회사여서 변액보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금호생명을 인수하는 것은 본사 경영방침과도 배치될 수 있다.

ING생명의 경우 자체로 충분히 큰 회사(4위)이고, 그간 한 번도 국내 생보사를 추가 합병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력 인수후보군은 아니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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