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야심이냐 기업인 소신이냐

현대중공업그룹 오너이자 한나라당 최고의원인 정몽준(MJ) 회장이 재계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조선업계 ‘지존’으로 군림하며 막대한 현금을 쌓아온 MJ가 각종 기업 인수·합병(M&A)전에 뛰어들면서 이곳저곳 파열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MJ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뛰어든 용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물론 이번 전쟁의 관전 포인트는 뒷배를 탄 현대중공업의 인수전 참여 속내다.

그동안 MJ의 오른팔 격인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M&A 참여 여부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고 못박아왔다. 불과 두 달 전 일이다.


민계식 부회장
“대우조선 관심없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응모마감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8월 27일 언제 그랬냐는 듯 인수의향서(LOI)를 전격 제출했다. 포스코·한화·GS 입장에선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 맞은 격이다.

현재 재계는 현대중공업의 예기치 못한 공격에 넋을 잃은 모양새다. 그룹의 부두목격인 민 부회장이 했던 말도 있거니와 설마 ‘제 무덤’을 자기가 팔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주주 MJ가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으로서 공기업인 대우조선해양 인수 협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현대중공업으로선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재계와 달리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사활을 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대한통운 사례처럼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속셈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독과점 시비와 MJ 특혜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여는)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내놓은 ‘다른 의도’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중공업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함으로써 향후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할 인수자에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업계 경쟁사 가운데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의 각종 내부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재계는 MJ의 정·재계 ‘양다리 태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돈을 쫓는 기업가로서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MJ는 기업가와 정치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다. 재계의 부정적 시각도 이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대주주 MJ의 두 얼굴

그동안 정경유착은 떼래야 뗄 수 없는 이해관계로 맺어져 왔다. 정치가와 기업가 간 검은 커넥션이 연일 신문 지면을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불필요한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MJ는 하루빨리 정치인으로서의 야심이냐, 아니면 기업가로서 세계적 명성이냐를 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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