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동아제약 경영권분쟁 막전막후 제4탄

국내 제약업계 부동의 1위, ‘부자의 난’ 보다 한 아버지 사이 이복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동아제약 사태가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법원의 허가여부에 따라 이르면 추석 직후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통해 판가름 날 공산이 높아졌다. 만일 임시 주총이 소집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늦어도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연임했던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첫번째 부인 박정재씨와 두번째 부인 최영숙씨 사이에서 각각 태어난 차남 강문석 이사(46, 전 대표이사 사장), 4남 강정석 대표이사 부사장(43, 동아오츠카 사장 겸임)간의 파워게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지는 지난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 없이 극적으로 봉합된 것으로 보였던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 제 2라운드의 전말을 긴급 점검해 본다.


지난 동아제약 정기주총에서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와 강신호 회장의 40년 지기인 유충식 전 동아제약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동아쏘시오 그룹의 구조조정과 전문의약품 개발에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 속에 실질적으로는 2004년 중반 이후 타의에 의해 경영권에서 물러난 강 이사로서는 와신상담 끝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주총 직후 현 동아제약 경영진의 심중을 알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 동아제약 이사회는 강정석 전무를 동아제약의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고 강 이사와 유 이사는 비상근 신분으로 등재시켜 회사경영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경영권 분쟁 제2라운드 연 이사회 전환사채 발행 결정

한동안 잠잠하던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에 다시 기름을 부은 사건이 지난달 발생했다.

지난 달 초 동아제약 이사회는 자사주 74만8440주(총 주식 7.45%)를 교환사채(EB)를 발행해 매각한다고 결의했다. 동아제약의 이사회는 7인으로 구성돼 있는 가운데 이중 강문석 이사측의 구성원은 강 이사와 유 이사를 포함해 2명뿐이었다.

동아제약 측은 “이사회라는 적법한 절차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을 납부하고 공장 재배치와 연구개발 투자를 하려면 자사주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강 이사 측은 “현 이사회가 수적인 우세를 앞세워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아직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우호세력과 결탁해 자사주와 채무보증을 이용해 지분과 의결권을 가져가려는 의도”라며 “최고 우수한 평가를 받는 동아제약 신용도로 다른 대안으로도 자금 조달이 가능함에도 주간사에 과다한 수수료 지불과 함께 회사와 주주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강 이사측은 이사회의 결정 직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및 주식처분금지’를 냈다가 취하한 이후 다른 카드를 내밀었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유 이사와 수석무역·한국알콜산업 등 주주들과 함께 이사 재선임을 안건으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이다. 현재 사외이사 2명을 포함해 7명의 이사 가운데 강 이사 측이 과반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강 이사측은 서울북부지법에 신규 이사 선임 명단과 인적사항 등 제반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임시주총 허가 가부는 이달 말일을 전후해 서울북부지법으로부터 결론이 날 전망이다.

본지 취재결과 동아제약의 임시주총이 소집되면 강정석 부사장 측과 강문석 이사 측간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법원으로부터 허가가 나오면 곧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표 대결도 배제할 수 없으며 소집이 불허되더라도 내년 정기주총서 표 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표 대결이 이뤄진다면 향후 향배는 어떻게 될까. 강 이사측은 유충식 이사, 한국알콜산업, 수석무역 등 우호세력을 포함해 동아제약의 지분 15.71%를 보유하고 있다.

강 부사장 측은 7% 내외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교환사채 7.45% 와 한국오츠카제약 4.7%정도가 우호지분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어 한미약품이 7.14%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우호세력인 한양정밀까지 포함하면 10%가 넘는 동아제약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 소액주주 및 외국인이 40%, 기관투자가 23%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즉 표 대결이 이뤄진다면 양측이 절대 우위를 가졌다고 볼 수 없으며 주주들에 대한 설득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투자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을 뿐 동아제약의 지분매집과 관련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한미약품이 어느 편이냐를 놓고 의견도 분분하다.


불가피해지는 표 대결, 승자는 누구?

증권가에 따르면 강 이사 편에 선 유 이사는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과 한양정밀 신동국 대표와도 학연으로 연결돼 있으며 한미약품 장안수 사장 역시 그가 동아제약 사장 시절 영업본부장으로 함께 일했던 사람이다. 또한 유 이사는 동아제약 소액주주협의회와도 끈이 닿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동아제약에 대한 적대적 M&A설도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 측 지분이 표 대결에서 중립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편, 최근 강 이사 쪽의 수석무역은 지난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위스키인 윈저와 조니워커의 제품 수입 및 한국판매권을 따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지난해에만 우리나라시장에서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두 제품을 통해 수석무역은 우리나라 최대의 양주수입업체로 등극할 수 있게 됐으며 강 이사는 향후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과 관련 실탄 확보에 강력한 지원군도 얻게 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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