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영토확장 예고된 후폭풍

최근 동원에프앤비(F&B)에서 판매한 ‘농약 녹차’ 파문이 소비자들과 녹차 관련 업계를 충격에 몰아넣으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 등에 버금가는 대형 식품 파동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인다. 그동안 녹차는 웰빙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피를 맑게 해주며 소화를 촉진시키는 데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부각되면서 음료시장은 녹차의 전성시대였다. 종류도 다양해 티백, 가루녹차 등 시장규모는 연간 215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식양청의 동원F&B 제품 농약 과다 검출 전량 회수, 폐기 명령과 언론보도에 따라 소비자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동원그룹도 그 동안 무리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결과로 소비자를 기만한 치명적 실수를 범해 한동안 식품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시의 한 대형할인점 음료수 매장. 이모(여·33)씨는 이날 녹차 대신 옥수수차, 보리차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씨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고 그 동안 다이어트를 위해 사먹은 동원녹차가 얼마인데 어처구니가 없다” 며 “녹차시장의 투명한 검증절차가 진행되기 전에는 당분간 녹차 종류는 입에도 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할인점, 편의점 등에서 동원녹차 관련 제품 매출이 평소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심지어 녹차 사업을 전면 철수하는 기업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 등 유통점에서는 ‘농약녹차’ 보도 이후 최근 동원 관련제품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농약녹차 보도 이후 가루녹차 판매를 중지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않지 않고 있다” 며 “동원 녹차음료 등 녹차 전 제품에 대한 불신이 확대돼 녹차 관련제품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앞으로 녹차제품은 특별관리대상식품으로 지정해 정기적으로 시중 유통 제품의 수거·검사를 강화하고, 관련 제조업소 등에 대해 원료 및 제품의 자체 품질검사를 철저히 하도록 촉구함과 아울러 수입제품은 통관 전 수입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허무감에 휩싸인 소비자와 업계

농약 녹차 파동은 지난 10일 시중에 유통되는 녹차티백에서 ‘파라티온’이라는 고독성 농약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모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난 12일 식약청이 동원, 동서 가루녹차에서 기준치보다 4배 많은 고독성 농약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청은 이 제품을 생산한 동원F&B 등에 전량 회수, 폐기 명령을 내렸다. 식약청은 이때 녹차티백 등 다른 녹차 제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부 인터넷 매체는 기타 제품은 농약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청 관계자는 “시중 제품들을 회수해 조사가 진행 중이기에 현재로써는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다른 녹차 제품들이 괜찮을 지는 검사결과가 나와야 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과 음료업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녹차 관련제품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녹차 전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원그룹 일가 지주회사 설립 후 경영권 승계

참치로 시작해 본격적으로 식품업을 시작한 1982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증권업에도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증권회사의 인식이 좋지 않아 원양어선 한 척 값(80억원대)으로 중견 증권회사인 한신증권을 인수한다. 한신증권은 1996년 동원으로 개명했다.

지난 2004년 12월에는 아예 동원그룹에서 분리,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재탄생했다.

이 후 무서운 속도의 사세 확장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지주회사로 설립, 자회사인 동영콜드프라자(61.10), 동원F&B(44.98), 동원에이치알디(100), 동원와인플러스(81.25), 동원홈푸드(96.94) 선진사료(50.00), 이팜(58.85), 코리아화암(100), 동원산업(35.83), 동원시스템즈(92.59), 디엠푸드(손자회사) 등을 거느리는 거대사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2004년 12월 그룹을 각각 금융과 식품의 양대 지주회사로 분리하면서 큰아들에게는 금융을, 작은아들에게는 식품을 맡도록 했다.

장남인 김남구(44)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은 2004년 3월 동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듬해인 2005년 6월 자사보다 덩치가 훨씬 큰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며 기존 동원금융지주보다 시가총액이 두 배나 많은 1조원대의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설립했다.

김남구 사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 1대 주주다. 지분율은 자사 주식 1107만1636주(20.93%)로 증시가 폭락한 상황을 차지하고도 17일 현재가 기준 약 5315억원 상당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주력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을 100% 소유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다시 한국투자신탁운용(99.46%)과 한국밸류자산운용(100%)을 각각 지배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이외에 한국투자파트너스(100%)와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98.13%)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사모전문 투자회사인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에도 지분 100%를 투자했다.

일본 게이오대학과 미국 와튼스쿨 MBA 출신답게 금융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다.

김남구 사장 동생인 김남정씨는 동원산업 상무 겸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 실장이다. 김 상무는 동원F&B, 동원산업 등 총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식품 부문 지주회사 ㈜동원 엔터프라이즈 지분 67.23%(361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동원F&B 등 식품 계열의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물려받았다. 고려대 사회학과 92학번인 김 실장은 회사 지분 44.98%를 갖고 있다. 97년 동원산업에 입사, 동원엔터프라이즈 과장 등을 거쳤다.

박인구(63) 동원그룹 부회장도 공무원 출신 CEO다. 산업자원부 전신인 상공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매형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권유로 민간 기업에 발을 들여놓기는 했지만 첫 무대가 만성적자이던 동원정밀이었다. 3년 6개월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동원산업에서 떨어져나간 F&B 대표(현 김해관)를 맡았다. 이곳에서도 보성 녹차, 양반죽 등 히트상품을 내놓으면서 우량기업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도 김 회장의 처남 2명이 자회사의 사장으로 재직하는 등 전형적인 일가 경영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이권형 경기지원 성남·하남·광주출장소장 인터뷰

이 소장은“농식품 안전안심 서비스‘세잎큐’를 운영하는 기관으로써 이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찾고 조치를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이 농약잔류허용기준을 넘게 된 원인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첫째, 차잎을 생산하는 일부 농민이 무분별하게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다.

농약은 성분과 제품의 특성을 감안해 사용할 수 있는 작물이 정해져 있으며, 차는 살충제 25품목을 포함하여 총 35품목이 고시되어 있다.

이번에 초과 검출된 이피엔(EPN)은 식용하지 않는 담배와 살포 후 수확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있어 잔류성분이 충분히 줄어들 수 있는 사과와 배에만 사용할 수 있으나 살충효과가 좋을 것이라 여기고 차나무에도 사용했을 것이다.

둘째, 상품 제조회사는 원료인 차잎을 구입할 때 잔류농약을 확인하지 않는다.

제조가공회사는 원료의 품질을 확인할 때 잔류농약도 포함시켜 농민에게 농약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줘야 하나 대부분 분석비용이 비싸 생략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에 무사히 통과된 다른 상품도 언제 잔류농약이라는 지뢰에 걸려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셋째, 농약잔류허용기준이 농산물별로 충분히 설정되어 있지 않고 일관성이 부족하다.

이피엔을 예로 들면 200여개 이상의 농산물중 38품목에 대해서만 허용기준이 정해져 있으며 그 중 사과, 배, 배추 등 12품목은 0.2ppm, 쌀, 딸기 등 24품목은 0.1ppm이고, 대두와 기타 콩은 엉뚱하게 20~40배나 강화된 0.05ppm이다. 차는 이피엔에 대한 기준이 없어 잠정기준에 따라 가장 낮은(강화된) 0.05ppm을 적용한다.

차잎을 건조하므로 5배정도 농축이 되어 실제 사과와 배에 비하면 200배나 강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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