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수산 가족분쟁 막후

지난 6월 4일 밤 11시,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1호 빈소에선 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검은 양복 차림에 머리와 어깨에 노란띠를 두른 오양수산 임·직원 100여명만이 빈소 안팎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6월 2일 별세한 고 김성수(85) 오양수산 회장에 대한 애도의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창업주 고 김성수 회장의 장례식장은 재산을 둘러싼 집안싸움의 ‘악취’만이 코끝을 자극했다.

이러한 와중에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경쟁사인 사조산업에 갖고 있던 주식 전량을 매각한 배후에는 우리집안의 막강 사위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부회장이 말한 ‘막강 사위’들의 존재에 대해 알아봤다.

고검장·변호사·대표이사·병원장 등 사위들 면면 화려
김 부회장·임직원 “사위들이 부추긴 가족싸움” 주장


맛살명가 오양수산의 창업주인 고 김성수 회장은 부인 최옥전 여사와의 사이에 2남 4녀를 뒀다. 생전의 김 회장은 ‘가족 간 분쟁은 화해와 우의로 해결해야지 법적 소송은 절대 안 된다’는 소신을 자주 피력했다고 한다. 자녀들도 이 뜻을 받들어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지냈다. 그러나 이도 잠시. 김 회장이 2000년 11월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가족 간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본격적으로 장남과 가족 간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 그러나 회사 임직원들은 경영권을 거머쥔 김 부회장 편이었다. 가족간 분쟁이 끊이지 않던 2000년 당시, 오양수산 임직원 100여명은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대전고등검찰청 앞에서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시위상대는 다름 아닌 대전고등검찰청의 박상길 고검장이었다. 박 고검장은 김성수 회장의 첫째 사위다.

같은 날 나머지 오양수산 임직원들은 서울 삼청동 김성수 회장 자택과 변호사 사무실, 성형외과병원 앞에서 비슷한 시위를 가졌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사시 19회 출신인 박 고검장은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와 대검찰청 중수부,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을 거쳐 현재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둘째 사위인 한강현씨도 사시 12회로 서울고법 판사와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지내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양수산 사장을 지낸 셋째 사위 문영식씨는 현재 엠앤케이란 회사를 설립해 운영중이며, 넷째 사위인 송홍식씨는 드림성형외과 원장이다. 당시 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오양수산의 한 관계자는 “당시 병환 중이던 회장님이 주식을 은행에 신탁했었다. 때문에 해외어업권에 문제가 생겼고, 경영은 악화됐다”며 “이러한 모든 일들을 뇌졸중으로 쓰러진 회장님이 하신 일이라고는 믿기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강력한 사위 파워

이러한 가족 간 불화의 골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위들이 부모님들을 설득해 나 몰래 지분을 매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김 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에서 혈투로만 비춰져 답답했다”며 “아버지와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모두 사위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이어 “아버지 집에 못 들어가게 그쪽에서 차단했다.

아버지와 대화도 못 할뿐더러, 대화를 한다고 해도 주위에서 떠들어서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성수 회장이 별세한 지난 6월 2일에도 부산 출장 중인 김 부회장은 가족들로부터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 부회장은 “바로 하루 전날 만해도 사조산업측과 회사 매각 관련된 양해각서만을 체결한 줄 알았다. 그래서 몇 달 정도는 가족들을 설득할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일 입관식 10분 전에 양해각서가 아니고 정식 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오양수산측 임직원 또한 김 부회장의 주장에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오양수산 관계자는 “우리도 그렇게 예상만 하고 있다”며 “나머지 가족들은 회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생각보다 처분해야 겠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가족들 간의 재산분쟁이 몇 년 전부터 계속돼 온 상황에서 김 회장님이 쓰러진 이후 남은 가족들이 부랴부랴 회장님의 개인 재산을 모두 자신들 명의로 이전했다”며 “이 때문에 김 부회장은 현재 상속받은 재산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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