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신세계 부회장 홈페이지 화제

재계 ‘뉴스메이커’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달 온라인상에 개인홈페이지를 오픈했다가 일주일만에 폐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재계 총수들이나 CEO들이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홈페이지 오픈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홈페이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만 간간히 알려졌을 뿐 베일에 가려있던 정 부회장의 ‘라이프스타일’이 본인의 입을 통해 직접 전해졌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물론 다소 호의적인 이미지만을 풍기는 내용이 전부지만 비교적 솔직한 내용이 담겨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홈페이지는 오픈 일주일만에 폐쇄됐다. 예상 외의 반응에 본인이나 신세계 관계자들도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벌총수 아닌 평범한 일반인 모습 알리는데 주력
일반인 공개 일주일만에 폐쇄… 관심 부담스러워서


일주일만에 폐쇄된 정용진 부회장의 홈페이지에는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부터 한 기업의 실질적 총수로서의 고민까지 다양한 모습이 소개돼 있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간간히 흘러나온 정부회장의 이미지가 ‘명품을 즐겨 찾는 귀공자형 경영인’ 혹은 ‘유명 연예인의 전남편’ 정도였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했던 본인의 모습은 보다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는데 힘썼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생활이나 경영철학 등을 알파벳 ‘A~Z’로 나눠 올려놓은 부분에서는 옷을 사는 아버지의 모습, mp3를 통해 음악을 듣는 취미 등을 공개함으로써 일반인들과 별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알파벳으로 소개한 내용 중 일부분.

‘I (i-pod): I-pod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렵다. 음악 감상을 워낙 즐기는데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차 안에서도 I-pod로 음악을 듣다보니 여러 대를 갖게 되었다...(후략)’
‘K (kids) : 바쁜 중에도 짬을 내어 아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들을 위해 옷을 산다. 옷을 고를 때면 아이들이 많이 컸다는 것을 깨닫는다...(후략)’
‘H (health) :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도 다이어트를 함께 하고 있다...(중략)... 나를 몹시 유혹하는 그 메뉴는 다름 아닌 짜장면과 짬뽕이다’

개설 한 주만에 완전 폐쇄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가족들을 소개한 ‘Family’란 카테고리다. 여기에는 외조부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등이 소개돼 있다. 정부회장은 평소 이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놓았다. 이병철 회장에 대해서는 “인재를 나무 기르듯 하라는 선대회장님의 정신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는 말씀으로 생각한다”며 자신의 경영철학이 이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을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과 관련해서는 “67세 나이로 한국인 첫 우주인 선발대회에 나설 정도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신다”며 “기업가의 젊음은 나이로 환산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신 데에 깊은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 대해서는 “자신에게는 최고의 어머니”라며 “삶 자체가 나에게 최고의 가르침이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여동생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 대해서도 “내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해 준 것은 어떤 말로도 이 고마움을 표현할 수 없다”고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경영인 ‘정용진’ 알릴 목표

그러나 이 카테고리는 언론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후 일주일만에 폐쇄됐다. 또한 이 카테고리가 없어진지 하루만에 홈페이지 전체가 폐쇄됐다. 신세계 홍보실의 김대식 과장은 “정부회장 개인이 만든 것이어서 만든 의도나 내린 이유 등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이처럼 홈페이지를 만들어 일반인들과의 접촉(일반인들이 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은 없음)을 늘려가려 시도했던 것은 신세계의 본격적인 ‘정용진 시대를 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정부회장의 언론노출 빈도수가 부쩍 늘었다”면서 “이번에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도 신세계 오너 ‘정용진’의 모습을 알리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회장은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신세계 경영자의 모습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유명 연예인의 전 남편으로 각인돼있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경영자로서의 모습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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