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란 이름은 고려 충숙왕(1314년) 때에 처음 생겨 조선 태종(1407년) 때에 군사상의 이유로 낙동강을 경계로 경상좌도(慶尙左道)와 경상우도(慶尙右道)로 나뉘었다가 중종(1519년) 때에 다시 경상도로 합쳐졌다.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의 5개 광역시·도를 합쳐 경상도라 하지만, 경상도란 이름이 ‘경주(慶州)와 상주(尙州)에서 연원을 두고 있으니 경북이 경상도의 원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상 고구려는 705년(기원전37~668), 백제는 678년(기원전18~660), 고려는 474년(918~1392), 조선은 518년(1392~1910) 동안 존속했지만, 신라는 천년에서 8년이 모자라는 992년(기원전57~935)을 존속한 국가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역사가 긴 국가이다. 신라보다 역사가 긴 국가는 1천58년(395~1453)을 존속한 동로마(비잔틴)제국 뿐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삼국 중 최약체였던 한반도 동쪽 끝 작은 나라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천년제국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화랑정신·호국정신의 바탕 위에 초원길을 통한 교류, 개방성과 포용성, 그리고 인간존중의 홍익인간 사상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신라 제38대 원성왕의 능인 괘릉에는 서역인의 모습을 한 무인석이 능 앞에 정렬해 있다. 서역의 옛 페르시아 땅인 이란의 대서사시 <쿠쉬나메>에는 “페르시아 망명 집단과 신라 간 폴로 경기를 벌였다” “신라 여인들은 마치 삼나무와 같이 늘씬한 몸매에 얼굴은 달과 같았고 밝은 태양보다 더 흠잡을 데가 없으며 마음을 빼앗는 정원보다 더 아름답다”는 내용이 나온다. 게다가 5, 6세기의 신라 고분에서 발견되는 ‘로만글라스(Roman glass, 로마와 속주에서 제작된 유리그릇)’라고 불리는 유리공예품도 당시 서역과 신라의 활발한 교역을 증명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신라 금관에는 불멸을 꿈꾸었던 고대인들의 영원한 욕망이 새겨져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초의 실크로드, 8천㎞ 광활한 유라시아 초원길은 북방 유목민족들이 황금을 동서로 나르던 황금길이기도 하다. 초원길은 찬란한 황금문화를 전파해주었고, 이 길의 종착지였던 신라는 이를 발전시켜 세계적인 금관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천년왕국 신라와 교역했던 국가들의 문헌에는 화려한 신라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했다. “금은을 비롯해 눈이 부실 것 같은 진귀한 보물이 많은 나라”(일본서기), “부가 많고, 땅이 비옥하며 귀중한 보석이 지천에 많았다”(이슬람 역사지리서 ‘황금초원과 보석광’) 

박천수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유리기로 본 동부유라시아 실크로드의 변천’ 논문에서 “기존 신라의 실크로드 연구는 중국 중원의 실크로드를 경유한 사막로를 가정해 왔지만 실제 분석한 결과 중국 중원을 통하지 않고, 북방 초원로인 카자흐스탄과 몽골초원을 지나 만주를 거쳐 경주까지 전해진 것”이라며 “북연∼고구려∼신라로 이어지는 동부 유라시아의 실크로드를 통해 신라가 독자적으로 서역 문화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라는 시기별로 초원과 사막, 바다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서양과 교류한 글로벌 제국이었다”고 주장했다.
 
아라비아 상인들은 이러한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황금의 도시’라고 불렀으며 시칠리아의 알 이드리시가 1154년 그린 지도에는 ‘신라가 금이 너무 흔해 개의 사슬이나 원숭이의 목테도 황금으로 만든다’고 쓰여 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수도 서라벌에는 금으로 장식한 금입택(金入宅)이 30여 채에 이르고 사찰의 수만 해도 200여 개소가 넘었으며, 가구 수가 17만 8,936호(1호를 5인으로 잡으면 90만 정도의 인구)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에 비춰볼 때 8세기 때 신라의 서라벌은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나 당나라의 장안(長安), 이슬람제국의 바그다드와 함께 세계 4대 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민족문화의 원형은 ‘3대 경북문화’와 ‘4대 경북정신’으로 고스란히 응축돼 있다. 경주 불교문화, 안동 유교문화, 고령 대가야문화의 ‘3대 경북문화’와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 새마을 정신의 ‘4대 경북정신’이 그것이다. 이것은 모두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으로 연결되고 있다.
신라인들은 호국불교의 상징인 불국사, 세계 유일의 인조석굴인 석굴암, 신라의 꿈이 담긴 황룡사 구층탑, 천년 궁성 월성(月城), 동아시아 전통 우주론이 깃들어 있는 첨성대 등 숫한 세계적인 문명을 창조했다.
6.13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앞 다투어 경북의 문화관광 공약을 내걸고 있다. 그 첫 시작은 서라벌의 영광 재현을 위해 경주 왕경(王京)을 복원하는 일이 돼야 한다. 경주는 대한민국의 원형이 탄생한 곳이며, 현대 한국인 DNA의 일부이며, 위대한 문명으로 가득 찬 세계적인 역사도시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