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ㅣ고정현 기자] 서울 송파을 지역이 이번 재보궐 선거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출마 예상자들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방송으로 얼굴을 알린 언론인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지난 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다. 민주당에서는 송기호 변호사가 이미 출마 선언을 마쳤음에도 SBS 기자 출신인 한정원 청와대 행정관과 KBS 아나운서 출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거론된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박종진 전 MBN 기자 겸 앵커가 일찌감치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번 송파을 지역 선거가 ‘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심판’ 프레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다.
 

- “배현진은 정부의 방송 장악 최대 피해자” 한국당의 ‘언론 정책 심판’ 프레임 통할까?
- 한국당에 바른미래까지 ‘언론인’ 출신인데… 속앓이하는 민주당

 
최근 MBC를 퇴사하고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서울 송파을 재보궐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해당 지역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파을은 지난 17·18·19대 총선에서 모두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승리를 차지했을 만큼 보수 정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송파을은 어떤 지역?
보수 텃밭이었지만...

 
하지만 최근 20대 총선에서 ‘공천 파동’을 겪으며 민심에 변화가 생겼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당시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인 유영하 변호사를 송파구을에 공천하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과 채현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김무성 의원의 소위 ‘옥새 투쟁’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해당 지역에 공천을 하지 못했고 결국 김 전 구청장 등은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나섰다. 새누리당 발 ‘공천 파동’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최명길 전 의원이었다.
 
당시 정치 신인에 가까웠던 민주당 소속 최명길 후보는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44%에 달하는 득표율을 올리며 당선됐다. 그러나 최명길 전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아 당선이 무효화돼 현재 송파을 의원 자리는 공석이다.
 
이로 인해 송파을은 보수 정당 진보 정당 어느 쪽 후보가 유리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게 중론이면서도 일각에선 무게추가 다시 보수 정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도 나오는 것이다.
 
한국당 내부에서 8년간 메인뉴스를 진행해 인지도가 높은 배 전 아나운서가 송파을 지역에 뛰어든다면 무게 추를 확실히 기울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의 연장선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배 전 아나운서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연일 언론의 불공정 보도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당, 나아가 배 전 아나운서가 정권의 언론장악 프레임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배 전 아나운서 영입 당시 “문재인 정부의 방송 탈취 정책에 대해 이 두 분(배현진 전 아나운서, 길환영 전 KBS 사장)들을 통해서 국민적 심판을 받아보고자 하는 것”이라며 언론 문제를 재보궐 선거 전략의 핵심 메시지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세를 몰아 한국당은 지난 15일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특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당에 따르면 특위는 이인호 전 KBS 이사장, 강규형 전 KBS 이사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사임하거나 해임된 방송 관계자들을 지원한다. 송파을 재보궐선거를 ‘현 정부의 방송정책에 대한 국민적 심판’ 프레임에 가두면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역시 특위 위원으로 선임됐다. 박대출 위원장은 지난 15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부당하게 자리에서 나간 피해자들이 그 이후에도 소송 문제라든지 여러 가지 2차 피해까지 당하고 있다”며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는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보겠다”라고 말했다.
 
배현진·박종진 등판론에
송기호 “인지도보다 실력 중요”

 
이에 맞서 민주당에서는 ‘가습기 변호사’로 명성을 얻은 송기호 변호사가 송파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송 변호사는 송파을에 불고 있는 ‘언론인 범람’ 현상에 대해 “물론 좋은 분들이겠지만, 우리나라 안팎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검증된 콘텐츠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외적 인지도보다, 내적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배 전 아나운서 대항마로 송 변호사가 역부족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같은 언론인 출신 후보자로 대항하자는 주장이다.

특히 MBC 기자 출신인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송파을이 공석이 됐다는 점, 한국당에다 바른미래당 후보까지 언론인 출신인 탓에 송파을 재보궐 선거의 쟁점이 언론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도부로 하여금 상징성이 있는 후보를 내놓지 않을 경우 프레임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자 당 내부에서는 KBS 출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과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한정원 SBS 기자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인재 1호’로 영입한 인물이다.
 
고 대변인은 당시 KBS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고 대변인을 비롯해 민주당 안에서 거론되고 있는 언론인 출신 당사자들은 송파을 출마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바른미래당에서는 일찌감치 박종진 전 MBN 기자 겸 앵커가 후보 등록을 마쳤다. 바른정당 대표 시절 박 전 앵커를 ‘인재 영입 1호’로 소개한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송파 주민분들은 상식 있고 품격 있는 분들이라, 상식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본다”라면서 박 전 앵커를 추켜세웠다.
 
박 전 앵커는 한국당의 배 전 아나운서 전략공천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배 전 앵커를 공영방송 MBC의 불공정 보도 상징 프레임에 가둘 수만 있다면 보수 세가 강한 지역에서 오히려 자신이 부각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비친다. 배 전 아나운서와의 양자 구도를 내세워 경쟁력을 높이면 당선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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