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여야 텃밭으로 상징적인 두 곳이 후보들 간 과열경쟁이 벌어지면서 현 시장들이 동병상련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는 광주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선이 벌어지고 있고 보수의 심장으로 알려진 대구 역시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두 곳 모두 ‘경선 승리=당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현역 시장이지만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데다 ‘친문’, ‘친박’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아울러 여야가 경선룰을 확정해 책임당원 50%로 결정하면서 ‘오더정치’가 더 강해졌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와 ‘민주화 성지’로 알려진 광주 시장 선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왼쪽부터 권영진, 이재만, 윤장현, 양향자
   - ‘보수의 심장’ 대구 ‘민주당 성지’ 광주 동병상련 셋
- ‘현역 프리미엄’ 못 누리고 경쟁력 떨어져도 ‘출마’ 왜

 
#동병상련①
‘경선룰’의 함정에 빠진 ‘후보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최근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경선룰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로 정했고 한국당은 책임당원 50%, 여론조사 50%로 했다. 여야 경선룰의 특징은 권리 내지 책임당원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일반당원과 책임당원을 나누어 경선룰에 포함시켰지만 사실상 일반당원과 여론조사 대상인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시피 해 여론조사가 높은 후보가 승리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 경선이 대표적인데 ‘당심’은 박근혜 후보였지만 ‘민심’에서 앞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됐다.
 
하지만 당원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은 현직 의원, 현직 단체장, 전직 의원, 전직 단체장, 당협위원장 순으로 유리하게 경선을 치를 수 있다는 점에 함정이 있다. 정치 신인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광주, 대구처럼 여야 텃밭인 곳은 ‘책임당원’을 많이 모집한 후보가 유리하고 모집할 기회조차 없는 정치 신인들은 인지도에 기대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오더 정치’가 횡행하는 한국정치 특성상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몰표를 줄 경우 지역 민심이 왜곡될 수도 있다. 인지도가 낮더라도 당원을 많이 확보하면 당선될 수 있는 경선 구조가 된 셈이다.
 
대구의 경우 권영진 현 대구시장, 이재만 전 최고위원, 김재수 전 농림부장관,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이 경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관료 출신’인 김 전 장관이 힘든 경선을 치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광주의 경우에는 3선의 강기정 전 국회의원, 민형배 전 광산구청장, 양향자 최고위원, 윤장현 광주시장, 이병훈 전 동남구을 지역위원장,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최영호 전 남구청장 등 7명이 나온 상황이다. 이중 당원 모집이나 인지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최 전 남구청장, 비례대표인 양 최고위원, 이 전 위원장의 힘든 경선이 예상된다.
 
#동병상련②
치열한 경선, 넘치는 경쟁자들

 
경선룰이 공천권이 있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게 정해졌지만 광주나 대구 시장 선거 모두 경선통과할 경우 ‘본선’은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의 경우를 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용섭 전 부위원장이 1등을 달리고 있다.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와 무등일보, 사랑방닷컴이 공동으로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 동안 광주시민 2520명을 대상으로 한 지방선거 2차 여론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 부위원장이 33.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가운데 윤장현 광주시장과 강기정 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자문위원장, 민형배 전 광산구청장이 각각 13.0%, 10.2%, 9.7%로 오차범위 내에서 2위 그룹을 형성했다.
 
이어 최영호 전 남구청장 5.9%,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 5.0%, 이병훈 동구남구을 위원장 2.6%의 순이었다.(이번 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DB 및 유선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성, 연령, 지역별 인구비례 할당)해 유·무선 전화조사(유선 18%,무선 82%) 방식. 응답률 15.4%. 자세한 결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구의 경우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구시장 출마를 위한 3월15일 공직자 사퇴시한을 넘기면서 불출마로 결정됐다. 불출마 하기 전 여론조사를 보면 연초부터 최근까지 김 장관이 압도적으로 한국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돌직구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와 실시한 여론조사 가운데 3자 가상대결에서 김부겸 장관(민주당)이 3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권영진 현 대구시장(자유한국당)은 23.2%,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가 20.2%로 그 뒤를 이었다.
 
(2월 3~5일 대구광역시 거주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 ARS 여론조사(유선 전화57%+통신사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43%, RDD 방식, 무작위 추출)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3.6%,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영남일보와 대구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부겸 장관이 41.5%로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권영진 대구시장이 17.5%, 이재만 한국당 최고위원이 10.7%, 이재용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이 5.2%,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이 4.0%,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3.8%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부겸-권영진’ 양자 대결에선 김부겸 장관이 57.0%, 권영진 시장이 32.8%로 큰 격차를 보였다. (2017년 12월 25~27일 대구시 거주 19세이상 성인남녀 81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4%p, 응답률은 4.0% 무선 70% 유선 30% RDD방식.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광주시장 여론조사를 보면 1강 3중 3약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경선은 4명 정도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 세 명의 약체 후보는 10%도 못 받고 있는 데다 인지도에서 앞선 후보에 비해 떨어져 승리는 요원하다. 하지만 2위 그룹은 기회가 있다.
 
경선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돼 이 전 부위원장이 1차에서 과반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반이용섭 연대’가 형성돼 반전을 노릴 수 있다. 반면 대구 시장 여론조사를 보면 김부겸 장관을 제외한 한국당 경선 판세는 2강 2약 구도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재만 전 최고위원간 대결이 유력하다. 결선투표제는 도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 모두 약체 후보군에 포함된 후보들은 경선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당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여야 모두 경선이 본선인 지역 특성상 자당 후보가 시장직에 오른다는 점에서 사후 보장을 받을 수 있고 차기 도전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그는 “정치 신인의 경우 경선을 통해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경력 관리도 할 수 있는 점에서 도전해 볼 만하다”며 “하지만 문제는 지역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여당 시절 벌어진 2013년 화성갑 재보궐 선거가 대표적이다. 한국당 우세 지역인 화성갑 지역위원장은 김성회 전 의원이었다. 하지만 ‘친박 좌장’역할을 하던 서청원 전 의원이 연고도 없다시피한 화성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직전까지 동작이 지역구였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됐고 서 의원이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후 김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2016년 총선에서도 서 의원은 재출마를 했고 김 전 의원은 지역구를 옮겨 화성병에 나섰지만 경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는 서 의원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하고 김 전 의원이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전형적인 민심 왜곡에 사후 보장까지 드러난 사례로 꼽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인사들은 경선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병상련③
현역 프리미엄 없는 비주류 단체장

 
광주시장은 윤장현 시장이고 대구시장은 권영진 시장이다. 하지만 두 인사 모두 앞선 여론조사에서 보듯 당내외 인사에게 뒤지거나 뒤지고 있다. 현역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또한 현역 시장의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에도 못 미치고 있다. 광주의 경우 정당 지지율이 60% 이상이지만 윤 시장은 절반도 못 받고 있다. 대구 권 시장도 마찬가지다.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3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권 시장은 정당 지지율을 개인 지지율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광주의 윤 시장이 현역임에도 무기력한 배경에는 인사 실패와 측근·친인척 비리가 발목을 잡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친문 주류 인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윤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당시 단체장 중 유일하게 안철수 전 대표 측근으로 꼽혔다. 안 전 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선 없이 윤 시장을 전략 공천해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윤 시장은 안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할 당시 동반 탈당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에서도 국민의당 ‘입당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윤 시장은 입당하지 않고 문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지만 친문 주류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지역 정가 시각이다.
 
권영진 대구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비박인 권 시장은 2014년 대구시장 당내 경선에서 1위를 했다. 당시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원조 친박계인 서상기, 조원진 의원이 나왔고 이재만 전 최고위원도 나왔다. 당초 친박계 인사 중 한 명이 무난하게 경선에서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분열되면서 권 시장이 1위, 이 전 최고가 2위, 서 의원과 조 의원이 각각 3, 4위를 했다.
 
권 시장은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긴 했지만 정치 경력은 서울에서 쌓았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전략조정단장을 맡아 정권재창출에 기여했지만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두 인사가 각각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이고 한국당 텃밭인 대구에서 한국당 소속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이 주류가 아닌 비주류 단체장이 받는 설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당내 경쟁자 캠프에서는 “텃밭에서 당선된 현역 시장이 당 지지율에도 못 미친다면 지역민에게 이미 시정 평가를 받은 게 아니냐”며 “경선 전 컷오프 대상에 현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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