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무환경은 누가 쾌적하게 해주나요?”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환경공무관(환경미화원)들은 쾌적한 거리환경 조성을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 노고에 비해 그들의 근무환경은 턱없이 열악하다.

한여름 악취, 한겨울의 혹한, 야생동물이 뜯고 간 음식물쓰레기봉투 같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노동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근무환경이다.

노동권이란 국민의 균등한 생활을 보장하고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일요서울은 환경공무관들이 토로하는 근무상의 어려움을 알아보고자 취재에 나섰다.



근무에 필요한 600여만 원대 오토바이 자비 구입
긴 호스 하나가 샤워실, 용역업체 소속은 더욱 어려워




지난주 일요서울로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익명을 원한 A씨는 “이런 것도 기사가 될 수 있느냐”면서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현재 금천구청은 환경공무관의 출퇴근 여부 확인 방식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이들의 출퇴근 확인이 행해지던 장소는 휴게소다. 자신의 근무구역과 인접한 휴게소로 가서 근무복을 입은 뒤, 그곳에 놓인 명단에 본인과 조장이 서명하는 방식으로 확인절차가 이뤄졌다.

그런데 구청 측에서 이달 말부터 카드리더기를 사용해 출퇴근을 확인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A씨는 “(출퇴근 확인) 방식을 바꾸는 것에는 전혀 불만이 없다”면서 “카드리더기 설치 장소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구청 측에서 당초 알려온 카드리더기 설치 장소는 구청과 차고지 두 군데였다. 그러나 공무관들이 “근무구역이 먼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이의를 제기해 추후 거리가 먼 근무지역 위주로 두 곳에 더 설치하기로 했다.

현재 카드리더기 설치 장소로 물망에 오른 곳은 구청과 차고지를 포함해 총 4군데다.
 


“불필요한 시간 소요”
 



쟁점은 이뿐만 아니다. A씨에 따르면 구청 측은 “카드리더기를 찍기 전에 근무복을 입고 올 것”을 요구했는데, 이럴 경우 출근 후 근무하는 데까지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A씨는 “환복하러 휴게소까지 가는 시간이 20분 걸린다. 거기서 카드리더기 설치 장소까지 가는 데 20분, 또 근무지역까지 가는 데 20분 정도가 걸린다. 출근한 뒤 근무하기 전까지 총 40여 분의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직업 특성상 이들은 출근수단으로 대중교통이나 개인차량을 이용하기 어렵다.

작업용 오토바이를 소지하고 있는 근무자일 경우 이보다 시간이 단축될 수는 있겠지만 잉여 시간이 소모되는 사실에는 큰 변함이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추가 이동 시간에 따른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A씨는 “(카드리더기를) 휴게소 전부에 설치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구청 측은 인터넷 설치를 이유 삼아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금천구청 측은 “현재 방식으로는 근태관리가 어렵다. 카드리더기 설치는 ‘(출퇴근 관리가 이전보다)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을까’해서 고민 끝에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휴게소마다 모두 설치하게 될 경우 회선비, 리더기 (설치) 비용 등 유지관리비가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현 상황에 대해 “이 문제를 3,4개월째 고민하고 있다. 강압적으로 진행하려 했다면 3,4일 만에 강행했을 것”이라면서 “(구청과 환경공무관이) 서로 의견을 맞추고 조율 중에 있다”고 전했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
 


환경공무관들의 고충은 또 있다. 보통 각자가 맡은 구역이 있지만 그들은 그곳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구역 청소를 마친 뒤 발생한 쓰레기들을 모아 차고지에 버린다. 어쩔 수 없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쓰레기가 많을 경우 도보로 운반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은 거리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차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이를 해결하고 기동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환경공무관들이 오토바이를 구매한다. 가격은 대략 600여만 원 정도다.

문제는 근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부족해 많은 환경공무관이 자비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인원이 적다 보니 초과된 업무량으로 인해 환경공무관들은 서로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한 사람은 오토바이에 다른 사람은 쓰레기 운반을 위해 연결해 놓은 리어카에 타는 경우가 생긴다.

오토바이 한 대에는 한 명이 승차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러 명이 승차할 경우 사고 등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량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이런 상황이 빚어진다는 게 공무관들의 주장이며 현실이다.

성북구의 경우 근무하는 환경공무관의 수는 총 116명이다. 오토바이는 총 83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구의 지원으로 구매한 오토바이는 단 3대에 불과하다.

80대의 오토바이는 공무관들이 자비로 구입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성북구청 청소행정과 정유섭 과장은 “올해 오토바이 구매를 위한 예산으로만 1억 2천만 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옛날에는 (환경공무관의 편익을 위한) 제도가 없었다. 시대가 나아지면서 행정 역시 이에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구입 예정인 오토바이 약 20대는 신규 채용되는 이들을 위해 보급될 계획이다.

환경공무관을 위한 뚜렷한 복지예산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복지 문제는 전적으로 구의 재량이다. 각 구마다 편차가 있단 뜻이다.

정 과장은 “성북구는 (환경공무관들에 대한) 지원이 후한 편”이라면서 “만족스런 복지제도로 3년 동안 무사고를 기록했다”고 평했다.

환경공무관 내부에서도 복지 편차가 존재한다. 구청 소속과 용역업체 소속으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구청 소속의 환경공무관은 조금 나은 편이다.

그들에게 제공되는 휴게소는 일반 주택을 빌린 것으로, TV와 샤워실 정비 등 휴게공간이 잘 마련돼 있다.

반면 용역업체 소속일 경우 더욱 노동권을 보장받기는 더욱 어렵다. 수도꼭지에 연결된 긴 호스 하나를 둔 곳이 샤워실이라 불리는 실정이다.

대다수의 구청에서 근무하는 환경공무관의 비율을 살펴보면 구청 소속보다 용역업체 소속이 더 높다. 환경공무관들은 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읍소한다.

미흡한 지원 개선, 휴식시간에 안락하게 쉴 수 있는 복지시설 마련 등 환경공무관을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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