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하염없이 오르는데…내 지갑사정은?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소시민의 삶이 나날이 팍팍해지고 있다. 올해 시간당 최저 임금이 상승하면서 인건비 명목으로 많은 분야에서 물가 상승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교통, 음식, 주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에서 드러난다. 현재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최대 4500원까지 인상하는 안건을 검토 중이다. 식당에 들어가면 ‘서민의 술’이라 불리던 소주 한 병 가격이 이제 5~6000원선으로 서민친화적이지 않은 가격을 뽐낸다. 질주하는 물가 상승률로 녹록지 않은 소시민의 지갑사정을 들여다봤다.



택시 기본요금 4500원, 소주 한 병 5~6000원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허리띠 졸라매는 서민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지난달 27일 열린 제278회 임시회에서 택시요금 조정 검토 진행사항을 발표했다. 2013년 10월 인상된 후 5년 만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택시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의 택시요금 조정 요구가 증대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택시요금은 2001년 이후 4년 주기로 조정돼 왔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의 근거로 2017년 이후 물가상승(2016년 대비 2.9%), LPG 연료비 증가(2016년 대비 20.4%), 7530원으로 상승한 최저임금(2017년 대비 16.4%)을 들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 박병성 택시정책팀장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그는 “2016년에 용역조사를 실시한 뒤 2017년에 결과를 보니 비용보다 수입이 많이 나왔다. 이에 요금 인상이 없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팀장은 “발표를 하고 나니 그 이후부터 6~700원하던 LPG요금이 900원으로 오르고 최저임금 역시 많이 상승했다. 그래서 재검토를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올해 3월부터 시, 시의회, 노동자, 택시업체, 전문가, 시민단체가 포함된 택시노사민전정협의체를 통해 요금조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박중화 시의원은 “택시노사민전정협의체에 속한 시민단체나 법인택시(택시업체) 외에 민간택시, 민간이 운영하는 모범택시 (사업자)와도 (요금인상에 관한 의논이) 된 건지 모르겠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요금을 협의하는 택시노사민전정협의체에 (이용자인) 시민들은 왜 포함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박 의원은 “요금인상을 한다고 해서 (그 수익이) 택시기사들에게 가느냐. 지금까지 요금인상을 했을 때 (수익은) 택시회사에게 갔다. 사납금(택시운행 시 기사가 회사에 지급하는 일정 금액)만 올랐지 기사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요금을 인상하게 되면 대략 6개월 정도 (택시 이용) 손님이 감소한다. 그동안 인상된 금액 전체를 기사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회사가 6개월간 사납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택시 기본요금만 인상 아냐
대중교통 요금 인상 논의 중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대중교통은 일정 기간마다 요금을 협의에 들어가는데,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될 경우 버스나 지하철 요금 역시 인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2017~2021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교통공사는 내년에 지하철 기본요금을 200원 인상한다는 방침을 서울시에 제시했다.

이 안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성인 기준 편도 지하철 요금은 1450원이 된다.

현재 서울 지하철 요금은 1250원으로 이는 2015년 6월 27일 1050원에서 200원 오른 가격이다.

수도권과 연결돼 있는 서울 지하철의 특성상 독자적인 요금 인상 논의는 어렵다. 경기·인천 철도공사와 협의한 뒤 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교통공사 역시 인천 지하철 1, 2호선의 기본요금 2~300원 인상안을 진행 중이다.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될 경우 국민들이 느낄 중압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밖에서 마시면 가격 부담돼
‘혼술’ 택하니 안주값 상승
 



술집과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주류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서울 강남 소재의 술집과 음식점의 소주 가격은 4~5000원에서 5~6000원으로, 강북권은 3~4000원에서 4~50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이트 진로 홍보팀은 “출고가가 인상된 건 2015년이다. 당시 3년 만에 5.62%를 올린 것이었다”고 밝히면서 “그 이후로 출고가는 변동 없다”고 알렸다. 주류 가격 인상이 출고가 때문은 아니란 뜻이다.

술집 또는 음식점의 주류 가격이 오른 까닭 역시 시간당 최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정론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직장인 A씨는 “술값이 오른 것을 확실히 체감한다”고 밝히면서 “심지어 좋은 술집에 가면 (소주 한 병에) 5~6000원을 받는다. 너무하는구나 싶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학생 B씨는 “매년 최저임금도 오르니 (술값 인상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술이 아닌 ‘소주’가 인상됐다는 사실에 서운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소주는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친숙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한 20대 남성은 “양주나 와인도 아니고 서민의 술인 소주(가격)를 왜 올리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밖에서 사먹는 데 쓰는 비용이 부담돼 집에서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마저 버거워진 실정이다.

편의점 CU는 지난 1일 마른안주 24종의 가격을 최고 20% 가량 인상했다. 이중 대표적인 안주로 손꼽히는 ‘찡오랑’은 3500원에서 4100원으로 600원, ‘숏다리’는 1500원에서 1700원으로 200원이 올랐다.

CU를 운영하는 BGF 리테일 홍보팀 측은 “가격은 유통사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사에서 인상 요청이 오면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오른 마른안주 24종이 모두 수산안주다. 요즘 오징어 어획량이 저조해서 ‘금징어’라 불릴 정도”라면서 “어획량이 감소함에 따라 제조사(에서 요금 인상) 요청이 들어온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상승됐다고 해서 소시민의 지갑 사정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이제는 현실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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