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전쟁개입에 반대 의사를 가진 민주당을 압박키 위해 행했던 권력 남용이 후에 한 언론에 폭로되면서 이른바 ‘워터게이트’라는 정치스캔들로 비화될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 사건으로 대통령 직까지 사임해야 될 줄은 상상도 안 했을 것이다. 
또한 미국 코미디계의 거장 빌 코스비는 과거 수십 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악행들이 후에 언론에 의해 낱낱이 폭로될 줄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밖으론 대중을 즐겁게 하고 안으론 뭇 여성들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두 얼굴의 표본이었다.
조선시대 연산군은 수많은 사림의 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무오사화(戊午士禍)와 갑자사화(甲子士禍)가 후에 중종반정의 빌미가 될 줄은 까마득히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그 사화들 때문에 왕위에서 쫓겨나 이 땅 역사에 ‘폭군’의 대명사로 기록되리라고는 절해고도의 유배지를 향하고서야 겨우 깨달았을 법하다.     
작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비자금과 재임 시절 행했던 문제들 때문에 검찰에 소환되고 포토라인에 설 줄 전혀 예견치 못했을 것이다.    
기원전 4세기 전반 시칠리아 시라쿠스의 참주(僭主) 디오니시오스 2세의 측근이었던 다모클레스(Damo kles)는 늘 옥좌에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디오니시오스를 질투하고 부러워했다. 이를 눈치 챈 디오니시오스는 다모클레스를 초대해 옥좌에 앉아보라고 했다. 다모클레스는 아주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어 디오니시오스는 다모클레스에게 머리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라고 했다. 천장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칼이 한 올의 말총에 매달려 있었다. 다모클레스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디오니시오스가 다모클레스를 옥좌에 앉혀본 것은 권좌가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칼 밑에 있는 것처럼 항상 위기와 불안 속에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그 유명한 ‘다모클레스의 검’ 이야기다. 
닉슨, 코스비, 연산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모두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 ‘다모클레스의 검’을 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번이라도 천장에 가늘게 매달려 있는 그 칼을 느꼈더라면 그 같이 무지막지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 직을 사임할 일도 없고, ‘위선자’로 낙인찍힐 일도 없고, 왕위에서 쫓겨날 일도 없고,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수모를 당할 일 또한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미투운동’이 각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 쓰나미가 어디까지 밀어닥칠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인들이 연일 ‘미투운동’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언제, 누가 또 가해자로 폭로될지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미투운동’의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사회적 권력자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 역시 닉슨, 코스비, 연산군,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힘이 있을 때 ‘다모클레스의 검’ 따위는 아예 생각할 필요 없는 한낱 이야깃거리에 불과했으리라, 자기네가 가진 권력은 영원하고 악행들은 폭로되지 않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권력자의 머리 위에 가는 실로 매달려있는 ‘다모클레스의 검’은 떨어질 시간을 전혀 예고하지 않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