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터지면 끝’ 강도 높은 규제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성희롱 행위 근절 운동 ‘미투(me too)’가 문화·의료계에 이어 정치권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미투 열풍에 재계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오너와 관련된 미투가 시간상의 문제일 뿐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다만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한 직원들이 쉬쉬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사건들 재조명될까 기업들 ‘전전긍긍’
“인사상 불이익 받을까 봐”쉬쉬 의견도


성폭력 피해자 중심의 ‘미투’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면서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임직원이 수천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에 달해 일률적으로 통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거나 외부로 알려질 경우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이고 심각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칫 오너 일가와 연관해 성폭력 폭로라도 나오는 날이면 그동안의 공든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어 최대한 관리한다는 후문이다.

이미 재계 오너로 번질 미투 운동을 사전 차단했다는 주장도 있다. 직장인들의 경우 자신의 생계가 달린 만큼 미투가 쉽지 않다. 다만 전임자 중에 불미스러운 폭로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는 기업 내 조직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인사는 “오너와 관련된 미투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논란이 될 사안에 대해 최대한 방어를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오너 일가가 성폭력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온라인이나 뉴스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불매 운동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라 특히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례 또 나올까?

이는 미투 운동이 시작되기 전 불거진 일부 성폭력 관련 사건들이 재조명되는 것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앞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경우, 3년간 함께 일한 여비서 A씨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고소를 당했다. A씨는 작년 2월부터 7월까지 약 6개월간 강제 추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DB그룹 측은 신체접촉은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준기 회장 측은 “A씨가 김 회장의 신체 접촉을 유도해 동영상 촬영한 뒤, 이를 제시하며 100억원을 요구했지만 조건을 수용하지 못해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범현대가 기업인 정몽훈(59) 성우전자 회장은 2016년 9월 24일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음식점에서 20대 알바생에게 강제 키스를 시도하고, 허리를 손으로 감싸는 등 적절하지 않은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예방 조치 ‘고삐’

이에 따라 기업 내부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 건전한 회식 문화 권장, 임직원 교육 확대 등을 실시하고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될 수 있는 언행도 조심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성희롱이나 성추행 문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혹시 모를 일이 터져 사업에 악영향을 받는 것을 피하자는 분위기다.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연간 2회 임직들한테 발송하는 정도경영레터를 올해부터는 미투 사례 등을 담아 4회로 늘리기로 했다.
업종 특성상 여성보다는 남성 직원이 많다 보니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내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미리 막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조직문화 SOS 채널’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운영하고 있다. 만약 성폭행과 언어폭력, 성희롱, 음주문화 악습 등이 보고되면 신고자의 의사에 따라 개인적 해결 혹은 회사 조치로 구분해 처리된다. 신고자가 회사 조치를 원할 경우 신고자 면담 및 피해자 보호 조치가 즉각 시작, 이후 상벌위원회 개최되고 사후 관리 등을 거치게 된다.

현대자동차도 성범죄를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성범죄 신고가 접수되면 즉각 진상조사 작업을 거쳐 성희롱, 성폭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가 내려지는 동시에 피해자 보호조치도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성희롱 신고 상담센터와 신고전화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전문 심리상담사와 상시 면담할 수 있는 ‘톡톡(TalkTalk) 센터’를 통해 성희롱, 대인관계 등 직장내 생기는 문제를 상담할 수 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두산과 한화, 효성 외에도 여성 직원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관련 제도를 운용 중이다.
회식 등 사내 문화 개선에 나선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는 ‘회식 지킴이’ 문화도 있다. 회식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 회식 지킴이로 선정돼 회식 후 참석자들이 집으로 모두 안전하게 귀가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회식 후 귀가할 때는 남직원과 여직원이 같은 차를 타지 않도록 한다. 이 외에도 1가지 술로 1차에서 2시간 이내에 끝내자는 ‘1-1-2룰’도 만들어져있다.

사후 대처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직원의 성윤리 위반 사례가 드러날 경우 직위를 바로 해제하거나 퇴출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포스코와 SK이노베이션 등 남성 비중이 높은 기업에서 관련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체 고발 및 징계시스템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직업을 걸어야 신고할 수 있다’는 인식을 안고 사는 실정”이라면서 “피해자가 집단 안팎에서 2차, 3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시스템까지 갖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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