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전진’ 한국당 vs ‘꼼수’라는 청와대…‘개헌 고차방정식’ 어디로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개헌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지지부진하던 개헌 논의가 조금 진전되는 듯했으나,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제1야당과 청와대 간 정면 대결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총리 선출 방식과 개헌 시기 등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개헌을 둘러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을 오는 21일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당 ‘개헌 로드맵’ 처음 밝혀…‘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6월 개헌안 발의
청와대 “국회가 총리 추천·선출? 본질은 의원내각제…포장 안 돼” 野 때리기
오는 21일 文대통령 정부案 발의 예고…정국 냉각·여야 극한 대치 우려

 
16일 한국당이 개헌 입장을 내놨다. 이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제시한 개헌안의 핵심은 ‘분권형 대통령제-책임총리’다. 권력구조 개편이 개헌의 시대적 과제이고, 이번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시키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이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되,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국정을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 시점에 대해서는 기존의 ‘10월 개헌’보다 넉 달 앞당긴 ‘6월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헌정특위가 6월까지 활동시한이 정해져 있는 만큼 그 안에 국민 개헌안을 마련하고 6월 국회에 여야 합의로 발의해 이후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종전보다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내놓긴 했으나 여전히 총리 선출 권한 문제와 개헌 시기를 놓고 정부여당과 한국당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향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개헌 입장 밝힌 한국당
총리 선출 ‘국회’ 역할↑

 
이날 김성태 원내대표는 책임총리제를 언급하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를 안착시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 선출 방식과 관련해 국회가 상당 부분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한국당의 입장을 감안할 때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기보다는 총리를 임명 또는 선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권 부여는 정부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해 꾸려진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에 총리 추천권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은 하승수 헌법자문특위 부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개인 의사”라고 언급하며 일축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국회의 총리 추천권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기류가 강한 반면, 민주당은 현행 방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방식이 총리 선출 방법 외에도 인사·예산 권한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국회 차원의 단일 개헌안 마련을 위해선 국회가 총리 임명 절차에 있어 보다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도 있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국회의 총리 추천권을 사실상의 당론으로 삼고 있고, 정의당 역시 국회 총리추천제를 제안한 상태여서 향후 여야가 총리 추천권을 고리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6월이냐 6월 이후냐
시점 놓고 ‘이견’ 극심

 
개헌 시점을 놓고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시각 차가 극명하다. 한국당은 이날 개헌 로드맵을 밝히면서 ‘6월 개헌안 발의’ 입장을 밝혔다. 종전 10월보다 앞당긴 시점이지만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에는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개헌 시점과 관련해 “국회에서 헌정특위를 한창 가동하고 있는 마당에 문재인 정권은 개헌 발의 시점을 21일로 못 박으면서 지방선거 곁다리 개헌을 끝내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 중차대한 개헌을 뭐가 그리 급해서 시간에 쫓기듯 얼렁뚱땅 적당히 넘기려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개헌안을 발의하면 60일 이내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을 의결하고,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한국당의 로드맵을 따르면 최장 9월 이내에 국민투표를 하게 된다.
 
그간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 입장이었던 정의당이 개헌 시점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한치도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자 조건부로 시기를 조종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심상정 정의당 헌정특위 위원장은 지난 15일 “한국당이 헌법 개정에 확고한 의사를 표명한다면 국민투표 시기를 6월 이후로 연기하는 데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개헌 로드맵은 심 위원장의 입장 발표 후 이튿날 나온 것이어서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로드맵을 언급하면서 “어제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의 입장 발표에 대해 감사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 여당은 6월 지방선거-동시 개헌 투표는 여야 모두가 국민과 약속을 한 만큼 이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개헌안 당론도 정하지 않고 10월 개헌을 주장했던 한국당이 이제는 6월 개헌 발의를 들고 나왔다”며 “개헌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조건 등을 내세우면서 개헌 논의를 막아섰던 한국당의 뒷북치기에 국민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년이 넘도록 국회 특위 등을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개헌안 마련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이유가 없다”며 “양대 투표 동시실시를 통해 소중한 국민 혈세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靑, 한국당 案에
“국회 위한 개헌인가”

 
청와대는 이날 한국당의 개헌 로드맵과 관련 핵심 사안 모두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파장을 예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 총리 선출 방식과 관련 추천이든 선출이든 다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겠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전혀 다를 바 없다”며 “선출이든 추천이든 모두 사실상 국회에서 총리를 선임·임명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국회는 개헌논의 과정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혼합형 대통령제’라는 용어를 썼는데 그 본질은 결국 의원내각제에 있고, 좋게 말해 이원집정부제를 뜻한다”며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국민이 생소한 개념이라 이해가 떨어진다거나 호감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인지 그것을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혼합형 대통령제라는 말로 포장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 선출 관련 문제는 권력구조와 직결된 문제”라며 “그 권력구조의 문제를 분권형 대통령제, 혼합형 대통령제, 국무총리 추천권 등 여러 가지로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회는 국회를 위한 개헌을 하자고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개헌 시점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의 뜻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지선 때 동시투표 기회를 놓치면 단체장과 대통령의 선거주기를 일치시키는 게 또 언제 오겠는가”라며 “계산해 보니 20년이다. 한 번 선출된 분들의 임기를 조정하는 것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 시기를 포함해서 정말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국회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해 달라는 얘기”라고 밝혔다.
 
정부 개헌안을 오는 21일에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러한 ‘개헌 데드라인’은 지방선거-동시 개헌 투표 공약을 감안한 시점이다. 다만 국회가 다음 달 28일까지 국회 개헌안을 도출 경우 대통령 발의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것은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단할 것”이라며 “그런데 저희들은 21일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고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심은 역시 대통령께 맡겨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만약 실제 문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21일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개헌 정국은 급격하게 냉각되고 국회에서는 여야 극한 대치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수 정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이고, 범진보 진영에 속해 있는 민주평화당, 정의당까지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강력 반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이번 국회에서 개헌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긴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시기를 놓고 서로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복잡하고 지난한 양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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