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 불편한 금융당국, 채용비리·지배구조 칼날 정조준

사진=정대웅 기자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채용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수개월째 지속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그룹의 눈치싸움이 본격적인 ‘파워게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앞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으로 낙마한 것 관련, 이 같은 정보가 하나은행 내부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는 소문이 불거지며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의 사임으로 금융당국의 수사가 도리어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 사임 배후에 하나은행 내부 관계자 의혹
하나금융 부인… 최종구 금융위원장 “감독기관 권위 세울 것”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에 대한 맹공세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 채용비리 특별검사반을 꾸리고 지난 13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특검단은 약 20명으로 검사총괄, 내부통제, IT 등 3개 반으로 편성됐다. 이는 개별 금융사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검사 기간은 다음 달 2일까지지만 필요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인력 및 기간 제한 없이 하나은행 채용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확인,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튿날인 지난 14일 현안 기자간담회에서도 “문제의 본질은 사회적 관심사인 ‘채용’과 관련한 것이다. 이 부분을 확실히 규명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감독당국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칼날을 빼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에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등에 CEO 참여 금지 ▲CEO 선임 투명성 강화 ▲대주주 적경성 심사제 손질 ▲5억 원 이상 임원 연봉 공시 등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셀프 연임’ ‘회전문 인사’ 등을 거론하며 금융사 CEO 선출 과정에서 현직 CEO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으로 금융권이 공공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새 경영원칙을 확립한다면 국민의 오해를 불식하고 금융업의 새 혁신 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금융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채용비리와 더불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막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흥식 금감원장 사임 고강도 수사 ‘촉발’
 
금융당국의 이 같은 광폭 행보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사임으로부터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재직 당시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지난 12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최 원장은 의혹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하나금융 등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당국의 수장이 거론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크다.

이와 관련 금융권 내에서는 최 원장의 의혹이 하나은행 내부에서 흘러나왔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주장의 핵심은 지난해 11월부터 최 원장과 최 위원장이 김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하나금융이 반격의 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설이다. 하나은행은 배후 의혹을 부인한 상황이지만, 최 위원장도 “최 원장에 대한 의혹은 하나은행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렇다면 하나은행 임원도 알고 있었다는 일반적인 추론이 가능하다”고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었다.

이 같은 소문이 금융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만약 하나은행 내부에서 흘러나온 소문으로 당국의 수장이 낙마된 것이 사실이라면 권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하나금융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원장의 사임이 도리어 금융당국의 수사망 활로를 열어줬다는 말도 나온다.
 
김정태 회장 ‘마이웨이’에 3연임 가도 ‘흔들’
 
일각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되는데,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며 찬반 의견이 크게 대립한 것.

우선 지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팀베스트는 김 회장 3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의 하나은행 인사 개입 의혹과 김 회장 아들 및 금융지주 계열사 간 부당거래 의혹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관련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김 후보는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무죄라고 해도 현 상황에서 이미 김 후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됐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반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같은 날 찬성 의견을 제시하며 상황을 원위치시켰다. ISS는 하나금융의 실적을 최대로 끌어올린 김 회장의 공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수사 중인 의혹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싸움에 김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운 지난해 11월부터 채용비리, 지배구조와 관련해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개별 사건마다 하나은행 측에서 반박 입장이 나왔을 뿐이다. 이 가운데 김 회장은 평창 패럴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는 등 공식 행보를 이어가 ‘마이웨이’란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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