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경관조명사업(일명 바닷빛 미술관) 비리의혹 전말
동북아시대 해양수도로 급부상하고 있는 부산광역시, 이곳을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한 광안리조명경관사업이 고 백남준 작가 위작시비와 엉터리 국제공모전, 그리고 해당지역 국회의원의 외압시비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복마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역 정가와 시민단체까지 나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업주체인 부산광역시가 특정업체에 밀어주기식 행정을 펼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파장은 더욱 확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혹1-디지테이션1993은 백남준 작품 아니다


사건의 발단은 광안리조명경관사업에 전시된 백남준의 작품 ‘디지테이션1993’이 개장식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배포한 브로셔와 일치하지 않으면서 시작되었다. 원본사진에 나온 환풍기의 색깔이 실제와 다르고 원래 청자로 알려진 작품의 좌대가 금속구조물에 도색한 것이라든지 원본에는 없는 소니상표가 모니터에 부착되어 있는 등 곳곳에서 위작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체인 부산시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외 유명작가의 작품인 경우 작가 자신의 진품임을 인증하는 인증서가 첨부되어 거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부산시는 작성한 시방서에도 특기사양으로 진품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증서를 반드시 제출하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판매상이 임의로 작성한 인증서로 대체하는 등 구매대행사인 일커뮤니케이션의 입장에서 터무니없이 사업을 진행한 흔적이 드러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위작 의혹이 더해진 것은 “작품에 있는 친필사인이 위조 된 것이다”라는 사설감정원의 감정결과가 나오면서 부터다.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작품의 하단에 날인된 백남준의 사인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의 작가친필과 문서감정이 다르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작가의 사인이 여러 형태로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필체의 습관과 구조적 형태는 다를 수 없다“며 감정기법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혹2-내정된 현상공모전

초기 백남준 작가 위작시비로 촉발된 사건은 업체 선정과정에서 몇 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시가 공고한 공고 제2005-587호 ‘광안대교 및 광안리해수욕장 일원 도시경관 조명사업 국제디자인 현상공모 공고(안)에 참여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조명’사업으로 응모했는데 선정된 것은 ‘미술품 설치사업’이었다는 것이다.

본래 조명사업으로 시작된 사업이 고가의 미술품 전시사업으로 막을 내리면서 경관조명디자인 공모에 참여한 조명전문업체가 탈락하고 관련이 없는 디자인전문업체가 최종 선정되면서 현상공모 전에 이미 선정업체가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설치미술 전문가에 따르면 이 업체에 출품한 작가들의 경우 현상공모전에 출품하고 ‘심사를 받을 클래스의 작가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최근 이와 관련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입수되었는데 열린우리당 부산시 하선규 의원에 따르면 본래 응모자격요건에 전력기술관리법 제14조 및 동법 시행령 제27조에 의한 종합설계업 또는 전문설계업 1종에 등록된 업체여야 함에도 알디자인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업체임에도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부산
시의회는 최근 이례적으로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부산시는 업무이관과 자료미비에 대한 잘못을 시인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의혹이 가는 대목은 총사업비 40억중 32억7천2백만원이 실시설계와 상관없는 고가의 미술품 구입비로 사용되었고 문제가 되었던 백남준의 ‘디지테이션1993’의 경우 수입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계약한 것으로 드러나 구매과정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의혹3-지역 국회의원 외압

이런 불투명한 일처리 과정에 한나라당 P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지역 정가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관계자에 따르면 예산 증액 당시 전직 부산시의회 건교위 위원장이었던 박현욱 의원이 본인의 소관업무와는 무관한 광안리 경관조명사업 예산증액을 위해 시의원들을 상대로 “살려달라”며 집중 로비를 펼쳤고, 예산증액이 성공한 뒤 P 의원의 지역구에서 구청장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된 것을 들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 사업의 배후인물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 국회의원의 부인인 J씨와 일컴의 K씨는 J씨의 큐레이트로 있었던 K씨를 통해 서로 이미 알고 있었고 경관조명사업이 미술품설치사업으로 변질된 과정이나 그 가운데 막대한 사업이윤을 벌어들인 쪽이 그가 대표로 있는 일커뮤니케이션으로 결코 이 모든 과정이 우연히 전개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J씨는 “의혹을 받고 있는 K씨는 2006년 12월에야 알게 되었고 의혹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해당 지역구에서 이런 일을 벌이겠느냐?”고 반문하는 등 광안리경관조명사업은 검찰의 수사로 제2라운드를 맞이하고 있다.

지역정가와 시민단체는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고 검찰에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연일 촉구하는 등 부산을 아름다운 빛의 향연으로 만들고자 했던 광안리경관조명(바닷빛 미술관)사업은 비리와 의혹만을 남긴채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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