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우리는 지금 ‘물 전쟁’

중동진출 붐이 한창이던 1970년대만 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먹는 물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30여년이 지난 지금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시대’가 도래했다. 생수시장이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출시중인 일반 생수 값은 휘발유 가격과 맞먹고 있으며 일부 수입생수의 경우에는 1ℓ에 수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본지 취재결과 올 하반기에는 당뇨병에 특효 성분을 갖고 있다는 광물질 바나듐을 함유한 삼다수 바나듐 출시가 임박했으며 일본의 후지산 바나듐 물의 대량수입이 급물살을 타며 진전되고 있어 한·일간 바나듐 물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제주도 삼다수, 동해안 해안심층수 등 토종 물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생수 수입시장 역시 한층 가열되고 있다. 갈수록 점입가경을 맞고 있는 먹는 물시장을 점검해본다.


유엔인구기금(UNPFA)에 따르면 물 소비가 현재 수준으로 이어지면 2025년엔 전 세계 인구 79억명 가운데 50억명이 깨끗한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게 되는데 우리나라도 여기에 포함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생수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대로 파악되고 있으며 오는 2010년에는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오염과 웰빙 트렌드가 맞물려 좋은 마실 물을 찾는 욕구가 시장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최대 할인매장인 신세계 이마트가 올 상반기 전국 106개 점포의 음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생수의 매출이 탄산음료를 처음 앞질렀다.

탄산음료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 줄어든 103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친 반면 생수는 21% 늘어난 1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음료 매출 부문에서 생수는 260억원의 과일음료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국내 생수 시장에는 농심·진로·해태음료·롯데칠성음료·동원·하이트 등 많은 대기업들이 진출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토종 바나듐 물과 일본의 후지산 바나듐 물의 일대 대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삼다수 바나듐 VS 후지산 바나듐 격돌

바나듐은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저지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뼈와 연골, 치아의 형성에 필요하며 세포 대사에도 필수적인 특정원소로 특히 당뇨와 고지혈증 치료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830년 스웨덴의 화학자 세프스트룀이 스웨덴산 철광석에서 이 원소를 발견해 바이킹 족의 여신인 바나디스(Vanadis)에서 명명한 것에서 유래되고 있다.

제주 삼다수가 지난 2003년 이후 국내 먹는 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해 온 데에는 그 품질의 우수성 뿐만 아니라 유통을 맡아 온 농심의 우수한 유통망도 일조해 왔다.

농심은 제주도지방개발공사와 함께 기존 삼다수와는 별도로 ‘삼다수 바나듐’이란 제품을 곧 출시할 목적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농심은 그간 삼다수 바나듐의 자체 생산 및 판매를 놓고 제주지방공사와 의견을 조율중이며 판매 시기는 이르면 올가을께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다수 바나듐과 관련, 한 관계자는 “연구결과 제주도의 화산석에는 바나듐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충분히 상품화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후지산은 1707년에도 폭발한 적이 있는 휴화산이라는 점에서 성분이 우수한 바나듐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05년 수입된 천연 바나듐수 제품에는 바나듐이 55~140ppb 까지 함유된 다양한 상품이 국내에도 출시되고 있으나 가격이 비싼 게 흠이었다.

이 후지산 바나듐 함유 물의 국내 대량 수입과 유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본 현지 법인을 통해 물을 퍼와 국내 수입상을 통해 국내 대형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업체를 선정해 후지산 바나듐을 국내에 보급한다는 게 취재결과 밝혀졌다.

현재 이 물의 국내 유통을 담당할 판매원으로는 과거 스파클이란 생수 사업을 운영하던 CJ와 비타 500을 통해 전국 소매상까지 유통망을 확보한 광동제약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수입상 관계자는 “일본 현지법인 설립을 완료한 후 국내 판매원을 선정해 이르면 올 가을께 물 수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인 수입생수와는 달리 가격도 크게 낮춰 대중성을 갖춘 상품으로 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을 ‘물’로 보면 안 되는 시대

제주삼다수의 아성에 동해안 해양 심층수의 본격적인 개발 등 국내 토종물간의 경쟁구도도 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해저심층수 개발과 관련된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3년여의 계류 끝에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위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9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그간 관련 법규가 없어 산업화에 제약을 받고 있던 해양심층수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해양심층수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노르웨이, 대만 등 5개국이다.

이 중 우리나라의 경북도와 강원도 인근 동해의 심층수는 세계 해양학계가 인정할 만큼 청정성과 수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동해지역에서 해양심층수를 개발해온 워터비스를 통해 롯데칠성음료, 해양심층수 소금을 시판하고 있는 울릉미네랄, 강원심층수 등이 올해 안으로 해양심층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해양심층수는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아래에 있는 바닷물로 수온이 항상 2∼5℃ 이하를 유지하면서 해양생물에 필수적인 무기영양염류가 풍부하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바닷물의 염분농도는 낮아지지만 이 역시 염분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제거하는 것이 해양심층수 개발의 관건이 되고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해양심층수는 의료·미용·농업·음료·관광·레저·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직·간접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해양심층수 산업에 뛰어든 일본의 경우 연간 2조원의 먹는 물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이중 전체의 20%가 해양심층수를 통해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3000억원에 달하는 해양심층수 관련제품을 수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양심층수와 관련, 높은 물류비용과 개발비용에 따라 상승할 수 있는 물값을 적정화 시키는 게 앞으로 숙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주도는 이달 삼다수와 관련, 오는 2017년 40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는 ‘물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제주 삼다수의 세계화, 기능성 음료 개발 등을 위해 새로운 상표를 개발하고 유명 기업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수출을 확대한다는 게 도의 구상이다.

도는 제주도의 지하수 이용 가능량(하루 176만8000㎥)의 3%에 해당하는 하루 5만3040㎥의 지하수를 물 산업에 이용하게 되면 연간 970억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지하수를 이용 제품과 삼다수 산소수, 바나듐 물 등 다양한 품목을 개발해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제주산 맥주보리와 제주 지하수를 결합한 ‘제주산 맥주’를 개발해 1단계인 2012년 연 1만5000㎘, 2단계인 2017년 5만㎘까지 단계적으로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가 이같은 전략을 수립한 것은 국내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이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지는 등 경쟁요인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내 기능성 음료시장 강화와 함께 해외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 차원에서 수립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늘 모르고 뛰는 물값

럭셔리 물은 크게 빙하수, 해양심층수, 화산암반수, 탄산수로 구분되고 있다.

빙하수는 칼슘 함량이 높아 물맛이 다소 텁텁하나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빙하수의 대표격인 에비앙은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은 뒤 자연이 만든 정수기(빙하층)를 통과하면서 여과된 물로 330㎖ 750원, 500㎖ 1000원, 1.5ℓ 2000원에 팔고 있다.

화산암반수로는 일본의 ‘Dr. VANA(닥터바나)’가 가장 유명하다. 이 생수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데, 아토피성 피부염 개선 및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Dr. VANA의 판매가는 ℓ당 9000~1만원 수준이다.

탄산수로는 이탈리아산 ‘산펠레그리노’(ℓ당 3200원)와 프랑스산 ‘주벙스’는 프랑스 발롱데보주 국립공원이 고향으로, ℓ당 8000원인 고가의 탄산수다.

우리나라에 곧 들어올 예정인 미국 테네시산 생수 ‘블링 H2O’의 가격은 평범한 생수의 750㎖당 35달러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높은 수입생수가 국내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이나 물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특히 생수병에도 현란한 디자인과 색상을 동원해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거품요인이 있어 적정한 가격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가
요청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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