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가득 낀 하늘 아래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오래전 흘러내린 용암의 흔적이 섬을 뒤덮고, 거대한 반얀트리가 길목에 서서 뿌리를 내린다. 화려하고 번화한 휴양지를 꿈꾸며 찾아온 여행자들에게 빅아일랜드가 보여주는 진짜 하와이의 풍경들.
 
          사람들이 하와이라고 생각하고 부르는 섬이 사실은 다른 이름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와이키키 비치와 호놀룰루 다운타운이 위치한 섬은 굳이 말하자면 하와이섬이 아니라 오아후섬이다.

실제 하와이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는 섬은 오아후에서 약 40여 분 날아가면 도착하는 빅아일랜드. 이름 그대로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지도상에 ‘하와이섬’이라고 적혀있는 곳으로 하와이의 주도인 오아후와 헷갈리지 않기 위해 빅아일랜드라는 지명을 사용하게 됐다.

빅아일랜드는 여러 모로 오아후섬과 다르다. 섬 크기도 크기이지만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 섬의 중앙에서 뜨겁게 끓고 있으며, 정글처럼 우거진 열대우림과 오랜 역사가 보존된 자연의 모습이 곳곳에 숨어 있다. 빅아일랜드, 풍요로운 숲과 광활한 풍경을 끝없이 보여주는 거대한 섬으로 하루 여행을 떠나본다.
 
          변덕쟁이 힐로
 
빅아일랜드의 동쪽에 위치한 힐로는 변덕쟁이 하늘로 유명하다. 1년 365일 중 맑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 실제로 힐로에서 서쪽의 코나지역으로 넘어가면 날씨는 완전히 달라진다.

매년 강우량이 100mm를 웃도는 코나에 비해 힐로는 약 3000mm가 넘는다고 하니, 그 수치만 보아도 이곳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있다.
          힐로의 맑은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행운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 흐린 하늘에 비라니, 여행자들을 가장 낙담하게 하는 날씨가 대부분인 힐로를 그럼에도 방문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힐로는 그 옛날 하와이의 모습을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도시와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힐로에서의 산책”
 힐로 사람들의 놀이터, 코코넛 아일랜드

 
파도에 금방이라도 휩쓸려 사라질 것 같은 코코넛 아일랜드는 힐로 다운타운 근처에 자리한 아주 작은 섬으로 육지에서 섬까지 육로로 연결돼 걸어서 갈 수 있다.

섬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한 바퀴를 도는 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 섬은 평평하다. 중앙은 잔디로 덮여 있고 바다 근처에는 하늘을 향해 단단하게 뻗은 코코넛 나무가 바람에 잎을 펄럭인다. 코코넛 열매가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팻말도 함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힐로 주민들도 이곳에서 피크닉을 하거나 스노클링, 다이빙을 즐긴다고 한다.
 
        일본식 정원, 릴리우오 칼라니 가든
 
릴리우오 칼라니 가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목재로 이루어진 일본 신사의 토리이다. 야자수와 반얀트리, 열대우림에서나 만날 수 있을 법한 수풀 사이에 우뚝 서 있는 일본 신사의 흔적은 묘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정원은 과거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최초로 하와이에 이주한 일본인들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정원에는 일본식으로 건축된 붉은 색의 아치형 다리와 석등을 비치해 동양의 분위기처럼 꾸며 놓았다. 거대한 빅아일랜드와 정적이고 아기자기한 일본식 건축물이 서로 어우러져 언밸런스한 매력을 풍긴다.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크게 조성된 일본식 정원이라고 하니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올드한 멋, 힐로 다운타운
 
화려한 번화가를 생각하고 왔다면 힐로 다운타운은 조금 낡아 보이고 심심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로 북적이거나 백화점과 숍들이 넘쳐나기보다는 상점가의 건물들 대부분이 오래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꽤나 한적한 편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컬러의 건물과 앤티크한 느낌이 묻어나는 귀여운 간판에서 힐로 다운타운은 그 자체만으로 아기자기한 맛과 더불어 올드한 멋이 느껴진다.
       그 흔한 프랜차이즈 카페나 레스토랑은 보이지 않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상점가만 가득하기에 더욱 정감이 간다. 겉만 보면 이곳에 뭐가 있을까 싶겠지만 곳곳에 숨은 갤러리와 기념품 숍, 부티크 숍이 가득하니 오히려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레스토랑들이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문을 열지 않거나 오후 3시~4시면 문을 닫는 곳이 많아 식사를 하기 위해서 미리 체크하고 가야 한다.
 
<info> 슈가 코스트 캔디
다운타운에서 놓쳐서는 안 될 캔디 숍. 특히 아이들에게 이곳은 천국이다. 바구니에 가득 쌓인 캐러멜과 캔디, 하얀 유리병에 담긴 초콜릿과 벽에 걸린 막대사탕까지. 그저 보기만 해도 달콤함이 넘쳐난다. 이곳에서 캔디를 사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추억이 남는다.
 
“빅아일랜드에서 만나는 거대한 자연”
열대우림 속, 아카카 폭포 주립공원

 
힐로 바로 위, 하마쿠아 코스트의 북동부 해안에 자리한 아카카 폭포 주립공원. 힐로에서 차로 30분만 이동하면 도착하는 이 주립공원은 짧은 하이킹 코스로 이루어져 있어 길을 따라 걸으면 카후나 폭포와 아카카 폭포에 닿을 수 있다.
      물론 폭포까지 가는 길은 깊은 열대우림의 수풀을 헤치고 지나가야 하는데,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우거진 반얀트리의 뿌리에선 물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쓰러진 통나무에는 초록빛 이끼가 가득한 정글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립공원을 걷는 내내 보이는 모든 자연의 모습이 이 섬의 역사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자연을 해치지 않은 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이 풍경은 여행자들을 금세 감동하게 만든다.

트레킹 중 어느 때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자. 고요한 정글 숲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대자연의 감동, 아카카 폭포
 
135m의 협곡 위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여행객의 넋을 앗아간다.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지다 보니 폭포수가 수면에 닿기까지 한참이 걸린다.

물줄기 주위로 흩어지는 물방울이 하얗게 퍼져 마치 물안개가 피어나는 듯 뿌옇다. 폭포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는 건너편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폭포 상단과 일직선상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 한눈에 잡히질 않는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는 여행객들은 한 장의 사진에 폭포의 모습이 다 담기지 않아 아쉬워하면서도 연신 셔터를 누른다. 폭포를 둘러싼 울창한 숲과 자연의 일부분이 폭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어 돌아가는 내내 걸음을 붙잡을지도.
 
    세계의 유산,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지금도 용암이 끓고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이 있는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빅아일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라해도 좋을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TV 속에서나 볼법한 실제 용암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여행객들을 설레게 만든다. 화산국립공원을 여행하는 방법은 코스를 따라 가는 트레킹과 자전거 투어, 드라이브 코스 등으로 다양하다.
    화산과 질투의 여신 펠레의 집이라 불리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는 토마스 재거 박물관과 함께 위치해 있다. 박물관 내에는 화산과 관련된 전시 외에도 용암처럼 검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드리운 채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는 펠레의 그림도 함께 볼 수 있다.
    박물관 밖에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보통, 일정이 촉박한 사람들은 이곳에 들러 분화구만 관람하고 가는데, 낮 시간에는 깊게 파인 분화구에서 연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풍경만 볼 수 있어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위에 퍼지는 짙은 유황냄새가 산 밑에 뜨거운 용암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1967년에는 분화구에 용암이 가득했다고 하지만 현재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해질녘이 되면 한 번씩 튀어 오르는 붉은 용암을 목격할 수 있다.
 
   거북이의 쉼터, 푸날루우 블랙샌드 비치
 
빅아일랜드는 화산으로 이루어진 섬이기에 하얀 모래사장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 블랙샌드, 즉 검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변가의 바위들도 대부분 용암이 식은 잔재들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까맣게 밀려오는 파도가 신비롭게 느껴진다.
   푸날루우 블랙샌드 비치가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모래가 검어서 뿐만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하와이의 행운의 상징인 거북이를 자주 볼 수 있다.

검은 모래사장 위에 올라온 거북이는 낮잠을 자거나 한 곳에 머물며 한참을 쉬어간다. 물론 거북이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만지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와이 여행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 거북이라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놀러온 여행객들 모두가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해변에서 쉬고 있는 거북이를 반긴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들의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서 찬찬히 바라보기만 한다. 자연을 지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내버려두는 것. 그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빅아일랜드이다.
 
  해변의 유적마을, 카일루아 코나
 
빅아일랜드의 서쪽, 코나 지역에 위치한 유적마을 카일루아 코나는 힐로와 마찬가지로 해변가를 따라 조성되어 있는 마을이지만 분위기는 전혀 상반된다.
  1년 중 절반 이상이 우중충하고 흐린 힐로에 비해 코나의 날씨는 대부분 화창한 편이다. 그래서인지 코나 마을에는 활기찬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바다를 마주한 레스토랑 테라스에는 여행객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긴다.
  카일루아가 유적마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곳 빅아일랜드에서 중요한 역사적 유물인 훌리헤에 궁전과 모쿠아이카우아 교회 등이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근처에 스노클링하기 좋은 해변도 많으니,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다.
  힐로 다운타운이 힐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여행자들의 시작점이라면 코나국제공항으로 들어와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카일루아 코나가 여행의 시작점이다. 또한 힐로에서 시작한 여행의 마무리에 더없이 어울리는 곳. 공항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니 하루 동안 빅아일랜드를 둘러보며 지친 몸을 쉬어 가기에 더없이 좋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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