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정말 몰랐을까

여의도 증권가가 사상 초유의 ‘허위 공시’사태에 술렁이고 있다. SK증권의 모 직원이 1년 전 허위로 개인투자자의 5% 지분보유신고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것. 쉽게 말해서 사지도 않은 주식을 샀다고 신고한 셈이다. 허위신고를 한 사실자체만으로도 큰 문제가 되는데다 그 시점 자체가 해당기업이 M&A(인수합병) 다툼에 휘말려 있던 민감한 시기였던터라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그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이번 사안을 수사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건이 증권가에 일어난 초유의 사건이란 점과 유사사건이 재발할 경우 증권거래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성사건’이란 점에서 수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7월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매물로 나왔던 ‘서울증권’의 인수를 놓고 2~3개 기업 사이에 치열한 경영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유진기업이었으며 한주흥산이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서울증권 주식 5%를 보유하고 있던 개인투자자 J씨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당시 서울증권의 지분보유 상황을 살펴보면 최대주주였던 서울증권의 강찬수 회장이 보유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한 상태였으며 인수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던 유진기업이 12%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한주흥산도 인수 의사를 밝히며 유진기업과 한주흥산간의 지분 보유 경쟁이 달아오르던 중이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유진기업이 20~25% 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고, 한주흥산이 20% 내외 정도의 지분확보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J씨가 서울증권의 지분 5%를 보유했다고 공시했으며 5%는 유진과 한주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수치였다. 실제로 유진기업이나 한주흥산 고위관계자들은 J씨를 직접 만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지도 않은 주식 ‘샀다’ 신고

허위신고 사실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드러났다. 증권사 직원이 J씨의 아들의 돈을 가지고 선물옵션에 투자했다 8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고 여기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사건이 드러난 것.

드러난 바에 따르면 J씨는 5%가 아닌 4.7%의 지분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J씨는 SK증권을 통해 0.3%를 매입한 후 금감원에 공시할 것을 SK증권 측에 일임했다.

M&A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공시를 할 필요 없이 4.99%의 지분만을 샀으면 됐지만 5% 지분을 채워 공시한 것을 보면 J씨는 분명 두 기업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5% 미만 보유는 공시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러한 과정을 일임받은 SK증권의 A직원은 0.3%의 지분을 매입하지도 않은 채 금감원에 5% 지분보유를 공시했다. 물론 J씨가 SK증권 측에 이 모든 과정을 일임했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책임은 J씨의 몫이다.

그러나 만약 J씨가 5% 지분을 공시하지 않았으면 J씨는 경영권 쟁탈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며 심각한 경우에는 유진과 한주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지 않아 ‘M&A 효과’로 인한 주가상승도 없었을지 모른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주가조작으로 볼 수도 있는 상황.


주가조작 의혹도

문제는 이 직원이 사지도 않은 주식을 왜 허위로 신고했냐는 것과 이러한 과정들을 SK증권이나 J씨가 몰랐냐는 것이다. 현재는 J씨가 캐스팅보트를 쥐기 위해 무리하게 공시를 했다는 주장과 증권사 직원이 J씨의 돈을 빼돌렸다는 설까지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타증권사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서울증권 주식 0.3%는 그다지 매입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즉 얼마든지 5%를 채워 공시할 수도 있었다는 것. 당시 서
울증권 주가는 1300원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SK증권이 공시를 할 시점에서 J씨는 허위매입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SK증권 관계자의 추측이다. J씨보다는 SK증권 직원이나 증권사 쪽에 의혹이 가는 부분이다. 이번 사건이 회사 측의 내사로 인해 알려졌다지만 당시 증권가에서 가장 큰 화두였던 서울증권 M&A와 관련됐던 부분을 과연 회사는 몰랐냐는 것도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현재 SK 증권 측은 “A직원이 왜 그랬는지는 우리도 모르는 상태이며 단순 실수는 아닌 것 같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회사 측의 사전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현재 이 직원은 SK증권의 내부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며 금융감독원과 경찰도 이 사안을 수사하고 있다. 지분보유 허위신고라는 증권가 초유의 이 사건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여의도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삼성전자 2001년 이후 최악의 실적 기록

삼성전자가 반도체값 급락 여파로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2001년 4분기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삼성전자는 2분기에 매출 14조6300억원, 영업이익 9100억원, 순이익 1조42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에 비해 매출은 2.0%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 11%씩 대폭 하락한 것이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2001년 4분기 690억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 2분기 실적에 대해 시장 기대치(영업이익 평균 전망 9110억원)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반도체값 하락 등 사업여건과 3000억원대의 마케팅 비용 증가를 감안한다면 선방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등 IT 호조세와 LCD 업황 개선 등을 놓고 볼 때 3.4분기 이후에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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