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불량제품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로 상대방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의 유해성과 안전성을 들먹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애완동물의 사료, 치약, 장난감 기차, 타이어와 메기 새우 등 해산물에 문제가 있음을 들고 나왔고 중국은 미국산 건포도와 건강보조제, 항공기 부품 등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양국의 신경전은 단순한 불량제품의 단계를 넘어 자칫 무역마찰로 번질 우려도 아주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한 해 2000억 달러가 훨씬 넘는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든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고 중국은 미국 시장을 넓혀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먼저 공격을 했다. 지난 3월 중국산 애완동물의 사료에서 유해물질이 나오자 미국은 이들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의회 청문회와 중국 현지조사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발을 하면서도 일단 미국 당국과 공동조사를 하기로 했다. 불만스럽지만 조사를 통해 유해물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쪽에서 4건의 불량제품을 문제 삼았다. 미국 FDA는 1일 중국산 치약에서 독성물질인 디에틸렌 클리콜이 들어있다며 수입을 금지토록 했다. 중국은 함유량이 허용치를 넘지 않아 사람 몸에 아무 해가 없다고 반박했다.

17일에는 장난감 수입업체 RC2가 중국산 장난감 기차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며 150만 개를 리콜했다. 27일에는 미 고속도로안전관리국이 중국산 타이어 45만 개에 대해 리콜명령을 내렸다. 중국은 타이어 생산업체의 음모라며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8일에는 메기, 새우 등 중국산 수산물에서 인체에 해로운 살균제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이들 제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시켰다. 검역도 대폭 강화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미국은 협조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산 제품에 문제를 삼으면 중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다.

중국 제품에 대한 압박은 행정부 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뉴욕출신의 찰스 슈머 연방 상원의원 (민주당)은 아예 중국산 수입품을 감시할 전담기구를 미국 상무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궁지에 몰린 중국, 불만 속 자정노력 시작

그러면서 당분간 중국산 식품의 수입을 중단토록 요구하고 있다. 중국산 불량 수입품은 종류도 많고 양도 많아 기존의 기구만으로는 제대로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재미나는 점은 미국 미네소타주의 결정이다. 네소타주는 올 연말부터 미국산 성조기가 아닌 미국 국기를 팔 경우 최고 1000 달러의 벌금이나 90일 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에서 수입된 성조기는 530만 달러였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이 문제는 자칫 국산과 외국산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조치가 나온 것은 미국 시장에 파고드는 중국산 문제가 심각함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중국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 ‘왜 하필 중국산만 문제냐’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중국이 불량 저급 상품의 수출국이라는 누명을 쓰는 것은 억울하다는 견해다.

중국은 지난 6월8일 미국산 건포도와 건강보조제에 대해 박테리아가 득실댄다는 이유로 이를 반송, 폐기했다. 건포도와 건강보조제는 미국이 자랑하는 수출품.
그러면서도 중국은 지난달 자국에 있는 유해 식품공장 180개의 문을 닫도록 했다. 자국 식품이 안전하다고 주장해왔으나 더 이상 국제사회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손을 든 것이다. 자국 식품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지난달 27일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역총국이 공업용 화학품과 첨가제를 식품제조에 사용한 180개 식품제조공장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공장은 식품사용이 금지된 착색료인 포름알데히드, 공업용 왁스가 들어간 사탕과 피클, 크래커, 해산물 등을 팔다 적발됐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최고급 요리에 쓰이는 상어 지느러미나 소 힘줄 등에 수산화나트륨과 염화수소 등을 넣은 업체도 적발됐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국가질량감독검역총국의 한 간부는 안전기준 위반이 한 두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털어놨다.

중국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도 국무원 웹사이트를 통해 불량제품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가짜 또는 저급 제품을 만들어 판 15만2000 곳의 무허가 식품제조업체와 소매상을 지난해 폐쇄했다. 또 1만5000t의 불합격제품에 대한 출하를 금했다고 전했다.

이들 두 기관의 강력한 조치는 이례적인 것으로 수출품에 문제가 있다는 국제여론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중국산이 불안하다는 국제사회 주장에 대해 ‘중국제품 수출을 막기 위한 술수’라고 주장해왔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을 비롯한 언론들은 중국에서는 부정·불량식품에 대한 단속 손길이 영세업체에까지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땅이 너무 넓고 인구도 많아 구석구석까지 정부 통제 아래 두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중국이다.

이런 문제점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 고위관리가 지난 5월 뇌물수수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기도 했다. 부정불량식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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