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이익 수조원, 개발부담금은 0원

한화가 인천 소래-논현지구 도시 개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도시 개발지역에 대한 토지이용 변경과정에서의 막대한 시세차익에 대한 개발 부담금이 전혀 없다는 것과 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이다. 인천 소래-논현 지구는 한화의 화약 공장이 들어섰던 곳이다.
두 가지 의혹은 최근 열린 인천시의회 시정 질의에서 더욱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기부채납 비율이 타 개발지역보다 높게 책정돼 있는 등 공공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승현 회장이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에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혹은 왜 제기됐을까. 한화 소래-논현 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추진과정과 의혹을 짚어본다.


한화는 지난해 인천시 남동구 논현·고잔동 일대 72만평 규모의 부지를 2009년까지 미니 신도시급 친환경 주거단지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1만200여 세대의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곳 72만평의 부지는 한화의 인천 화약공장이 들어섰던 곳이다.

사업은 한화건설이 시행사를 맡게 되며 한화가 화인캐피탈에 35만평을 3100억원에 매각, 양사가 공동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지에는 전체면적의 60%를 녹지로 조성, 기존 대형 주거단지에 비해 쾌적성이 뛰어난 친환경 주거공간이라는 것이 한화 측의 설명이다.

이번 사업은 민간업체가 도시개발법에 따라 건설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도시개발법 따른 민간업체 최대규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최근 도시개발법에 의해 추진된 한화의 인천 소래-논현 지구의 도시개발이익이 2조원을 넘고 있지만 개발부담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인천 소래-논현 도시개발 사업지구는 72만평 규모로 지난 1997년 공업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된 지역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토지 용도변경에 의한 개발이익은 417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분석은 정상적인 지가상승분을 제외해 산정한 것이다. 또 용도변경에 의한 지가상승은 2004년 개발 시행사가 제출한 부지감정가격과 1997년 공시지가액에서 정상 지가상승분을 제외하고 추정했다. 한화 측이 사업 추진 이전에 토지 용도변경만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토지판매수입에서 토지조성에 소요된 비용과 정상지가상승분을 제외한 택지매각에 의한 개발이익이 1조181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화의 자금운용계획서와 남동구청이 공개한 택지 가격을 분석한 결과다.

한화 측이 제출한 자금운용계획서에서 개발이익환수법령의 개발부담금 산정에 인정되는 직접비 항목을 선별하면 토지 조성비용은 1조58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총사업비를 유상면적으로 나누면 토지조성원가는 3.3㎡(1평)당 355만원으로 분석됐다. 유상면적은 총면적에서 기부채납면적을 제외한 면적으로 했다.

그러나 남동구청이 공개한 택지 가격은 3.3㎡당 865만원으로 토지매각에 따른 수익이 2조2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됐으며 임대주택지 조성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택지 판매수익이 2조14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판매수입에 토지조성공사비용과 정상지가상승분을 제외한 개발이익은 1조1811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경실련의 분석이다.

경실련은 건축비에도 5700억원대의 거품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2007년 서울시 SH공사가 2차로 원가 공개한 발산지역 건축비(3.3㎡당 370만원)와 소래-논현지구 사업자가 감리자모집공고시 신고한 건축비(3.3㎡당 530만~700만원)의 차액으로 추정한 금액이다.


실질 개발이익 2조177억원 추정

경실련은 이에 따라 토지용도변경, 택지매각, 건축비 거품 등 사업추진 단계별로 발생하는 한화의 개발이익 총액이 2조1700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에 의한 개발부담금은 0원으로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 분석자료를 보면 현행 개발이익은 종료시점 지가에서 사업 개시시점과 정상지가 상승분, 개발비용을 합한 금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고 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소래-논현지구의 개발이익은 -2013억원으로 나타나 개발부담금 의무면제 대상이 된다.

결국 2조1700억원으로 추정되는 실질적인 개발 이익이 아무런 제약 없이 시행사에 돌아가는 셈이라는 것이 경실련의 주장이다.

지난 10일 인천광역시 시의회에서 열린 시정 질의에서 한화 소래-논현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부실 환경영향 평가에 대한 것이다.

이날 허식 의원은 한화지구 환경영향평가서에 나타난 토양오염조사 방식을 문제 삼았다. 환경영향평가서 조사 항목에 화약성분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시정 질의에서도 의혹 불거져

화약제조 성분은 환경부가 고시한 카드늄, 구리 등 16가지 토양오염물질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급독성과 생식세포변이원성, 발암성 물질로 분류돼 있다고 허 의원은 강조했다.

또 한화의 사업부지가 오랜 기간 화약을 제조·판매해 온 공장이었던 곳으로 토양 조사 시 15m 깊이로 시료를 채취,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화의 사업부지는 1955년 한국화약이 조선유지공판 인천공장을 인수한 후 인천시와 공장부지 개발관련 사업 약정서를 체결한 2005년까지 50년간 군용 고성능 화약류를 생산한 공장이었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시정질의를 통해 소래-논현지구 개발 사업 승인이전에 기존 공업지역의 주거지역 용도변경에 따른 수천억원대의 지가 상승이익을 환수 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인천시와 한화 측은 기부채납비율이 높게 책정돼 있는 등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는 시정질의에서 토지이용계획상 전체 사업면적의 64%에 해당하는 150만㎡를 기부 채납토록 해 과도한 개발이익이 사업자에게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고 해명했다.

한화 측도 지난 10일 ‘시정질의에 대한 우리의견’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가상승은 주변지역 개발과 공시지가를 현실화한 정부 정책에 기인한 것이며 용도변경만으로 지가상승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소래-논현 지구는 도시기본계획의 내용(주거·상업·문화위락·공원녹지)과 부합되도록 계발계획을 수립한 것”이라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이 자료를 통해 부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해명도 했다. 사업부지가 오염물질이 흡수되지 않는 갯벌을 매립한 지역으로 15m깊이의 시료를 채취할 필요가 없었으며 지난해 환경단체와 주민대표, 환경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구성, 사업부지 594개 지점에 대한 토양 오염조사를 다시 실시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경실련이 제기한 공시지가 부분에 오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개발부담금을 산정하면서 건축비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04년 11월 경실련에서 이미 같은 의혹을 제기했는데 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2년반이 지난 시점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의도를 모르겠다”
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개발부담금은 사업 준공시점 지가 평가를 통해 산정된 금액만큼 납부할 계획”이라며 경실련의 의혹제기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팀장 인터뷰

“도시 개발이익 사유화 우려 높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팀장은 한화가 추진 중인 소래-논현 지구 개발사업에 대해 시행사의 차익에 대한 환수장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남 팀장은 “기부 채납이 필수 공공시설 면적으로 모든 사업장에서 실시되고 있다”며 “아무리 기부채납 면적이 많다고 개발부담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 밝혔다.

또 “한화지구의 건축비가 발산지구의 건축비보다 높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갑절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기부채납 면적에 대한 개발비용이 업체의 부담이 아닌 입주자의 부담인 것을 말해주는 부분” 이라고 덧붙였다.

남 팀장은 “높은 분양가를 유지하면서 기부채납면적을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남 팀장은 실효성이 있는 개발부담금 부과제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들이 공장용지를 주거용지로 변경,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도시개발법을 이용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사유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 팀장은 “토지용도변경으로 인한 이익은 공적인 계획 변경에 의한 개발 가능성으로 발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사업 시행자의 노력이 전혀 투자되지 않은 이익이기 때문에 전액 환수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에 대해서는 50% 수준으로 환수해 사회에 재투자하고 나머지 50%는 시행자의 몫이 되도록 개발이익환수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남 팀장은 “대형 개발 사업에 대한 이익이 모두 사유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도시개발과 재건축 등에 대한 조사와 감시를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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