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계 ‘기술유출’ 논란 내막
최대 활황기를 맞고 있는 조선업계가 중국 등 ‘해외진출’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등 후발업체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측은 경쟁사들의 중국 등 해외진출에 대해 기술 유출 가능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후발업체들은 “현재의 상황에서 기술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을 고려해 해외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측이 괜히 ‘시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울산에 정치적 기반을 둔 정 의원 때문에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 없는 현대중공업측이 경쟁사들의 해외진출에 대해 트집을 잡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수주량과 건조량, 수주 잔량 등 전 분야에서 모두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을 제치고 1위를 고수하며 최대 활황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탄
탄대로를 걷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다.

이 때문에 한국 조선업계의 중국진출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등 한국의 대표적인 조선업체들이 앞다퉈 중국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진출 러시

삼성중공업의 경우 저장성 닝보에 선박용 블록공장을 짓고 가동중이다. 또 최근 이 블록공장을 연간 생산능력 20만톤 규모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둥성 롱천시에 연 30만톤 생산능력의 제2블록 공장도 건설 중으로 오는 2010년까지 연간 선박 생산량을 70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중국에 대규모의 선박용 블록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측은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선박 블록공장 생산량을 2010년까지 연간 22만톤으로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STX조선도 중국진출에 적극적이다. STX조선은 올 3월말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랴오닝성 다롄에 선박건조를 위한 100만평 규모의 조선소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STX측은 향후 2012년까지 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완성을 위해 총 1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들이 중국진출을 모색하는 이유는 ‘원가절감’이다. 한국의 비싼 땅값과 인건비 등을 따져보면, 중국에서 블록공장 등을 짓는 것이 ‘원가절감’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유출 없다”

이런 중국진출에 대해 조선업계에서는 ‘기술유출’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해 경쟁국인 중국에 투자하는 것은 호랑이를 키우는 격”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현대중공업측에서 이런 중국진출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 대해 중국진출에 적극적인 회사들은 “기술유출이 일어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선박 관련 기술자들이 유출된다면 몰라도 기업이 단순히 투자한다고 해서 기술유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TX조선 관계자는 “일부 특수선박을 제외하고는 중국도 선박제조 기술이 있다. 기술유출을 우려할만한 사항이 아니다”라며 “생산성문제 등에서 중국이 뒤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측도 “선박에 들어가는 내부 블록공장을 짓는다고 기술유출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도 “선박제조 기술격차가 중국과 10년이상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중국진출에 대해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고 밝혔다.

이같이 중국진출에 대한 ‘기술유출’이 지나친 ‘우려’라는 시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해외진출에 소극적인 현대중공업측이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해외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너인 정몽준 의원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중국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여타 경쟁조선사들의 발목잡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에 대한 정
치적 고려로 인해 현대중공업이 해외진출을 망설이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 따르면 정 의원의 정치적 기반은 울산이다. 만일 현대중공업의 일부 생산라인이 중국으로 이전될 경우 울산지역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고, 울산 시민의 반발로 정 회장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진중공업, 지주회사 전환 본격화

한진중공업이 지주회사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달 29일 주주와 경영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한 바 있다.

한진중공업은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의 분리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영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이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지주회사 전환 의결에 따라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한진중공업 홀딩스는 투자사업부문만 전담 관리하고, 사업회사인 한진중공업은 조선, 건설 사업부문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며 “앞으로 책임경영과 독립경영 수준이 확대되면서 실질적 이익이 중시되는 안정적 사업구조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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