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로 자율적 가격경쟁 도입해야”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민단체인 5대 거품빼기 범국민운동본부(이하 5대운동본부)와 YMCA 등이 휴대전화 요금이 적정 이윤의 폭을 넘어선 과다 책정으로 폭리라는 주장을 펼치며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지난해 말 휴대전화 가입자가 4000만명을 돌파하며 ‘1인 1휴대전화’ 시대가 열렸다.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된 요즘 통신요금 부담은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선을 앞두고 휴대전화 요금 인하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 논란을 쉽게 결론 내지 못하는 이유는 통신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단체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서울 YMCA는 지난 5월부터 ‘이동통신 4대 괴물 몰아내기 소비자 행동’을 시작했다. 문자메시지(SMS) 요금, 이동통신 가입비, 발신번호표시(CID), 이동전화 기본요금을 조속히 내려야 할 ‘4대 괴물’로 지정하고 인하 운동에 발 벗고 나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1인 릴레이시위를 벌이고 있다. 5대운동본부도 지난달 18일부터 출퇴근 시간에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휴대전화비’ 인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제가격과 비교해 이동통신사 요금 정말 저렴한가?

정치권에서도 여기에 가세하고 나섰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일 국민들의 실제 생활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6대 생활비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경선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통신비 등 생활경제정책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박 의원은 “요금 규제, 진입 규제, 칸막이 규제, 보조금 규제 등 각종 규제를 풀면 통신요금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며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사실상 정부가 인가하는 요금규제도 철폐해서 통신사업자간에 요금인하 경쟁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통신사업자들이 시장에 많이 못 들어오는 이유는 주파수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주파수를 선점한 기간통신사업자(SKT, KTF, LGT)들이 통신서비스를 도매해서 파는 재판매 제도를 의무화하면 사업자들이 늘어나 경쟁이 발생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들이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공격을 받을 때 반대 논거로 가장 먼저 인용하는 OECD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0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평균 이동통신 요금은 421.6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인 556.4달러의 75.8%에 불과하다. 회원국 30개 중 8위다. 하지만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이 통계수치의 이면을 지적한다. 서울YMCA 김희경 팀장은 “업체들이 OECD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05’ 보고서에서 인용한 요금 수치는 월평균 75통
을 거는 중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통화 빈도가 낮은 가입자에게는 정작 불리한 요금 수치”라고 지적한다.

OECD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2003’ 보고서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이동통신 1위 사업자를 대상으로 월평균통화 횟수가 25통인 사용자의 요금을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의 요금이 가장 비쌌다. 그런데 이후 이 부문 통계에서 SK텔레콤의 기본요금제가 빠졌다.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YMCA는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계속해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고 지속적인 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원가 보상률 100% 초과 논란

휴대전화 요금 인하의 근거로 제시되는 원가보상률은 가장 큰 쟁점이다. 원가보상률이란 원가를 실제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100% 이상이면 요금이 적정이윤을 포함한 원가보다 높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지난해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2세대 원가보상률이 각각 123%, 105%, 102%로 모두 100%를 넘어 초과 이윤을 거뒀다. 이동통신사업은 공공의 자원인 주파수를 이용하기에 공공의 성격이 강하고 사업자가 이미 가격인하 여력을 갖춘 만큼 요금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SK, KTF 측은 “차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신규투자 등의 비용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LG텔레콤은 “후발주자로 기본적으로 요금인하 여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에야 비로소 누적 적자를 해소할 수 있었다. 수익률이 너무 높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의 논리에 대해 서울YMCA 시민중계실 김희경 팀장은 “이동통신 요금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내는 사용료이지 기업에 내는 투자금은 아니다”라며 “기업의 경영은 기업의 문제지 소비자에게 기업의 경영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반박했다.

김희경 YMCA 팀장은 또 “발신번호표시(CID) 요금만 해도 휴대전화의 기본 기능에 불과한데 통신업체들이 마치 신규 서비스인 것처럼 소비자를 속여 요금을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와 통신업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보통신부가 신규 이동통신사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 구조가 사업자에게 유리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구조로 돼 있어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가 생길 경우 요금 인하와 신규 서비스 확산 등 효과가 기대된다.


자율적인 가격경쟁이 시장의 체질 개선

이와 관련해 5대운동본부 이태복 상임대표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정책적 설계자체를 바꿔서 비용을 낮춰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은 신규 사업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낮추고 원가절감을 통해 소비자에게 환원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다”며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서 제도개선이 시급하고 기업은 적정 이윤을 추구하되 합리적인 구조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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