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사 불법 돈거래 제보의 비밀
지난달 26일 본지에 모 영화사 프로듀서가 부당한 방법으로 영화 제작비를 가로챘다는 내용과 은행통장 사본이 들어있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영화 프로듀서인 A씨가 스태프, 하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인건비를 높게 책정해 되돌려 받는 수법 등으로 영화 제작비 1억여 원을 빼돌렸다는 것.
이에 해당 영화사인 K엔터테인먼트(이하 K사)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개인과 개인감정에 의한 다툼이 회사의 이미지까지 큰 타격을 줬다는 주장이다.
이에 경찰은 영화사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으며 거론된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의 진상 파악에 나섰다. 또한 제작비 1억여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프로듀서 A씨에 대한 수사를 통해 조만간 사건의 진위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세간에 화제를 몰고 온 K사의 제작비 횡령사건. 프로듀서 A씨와 그를 투서한 B씨,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본다.


K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A모 PD의 리베이트 부분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제도상 개인적인 리베이트가 불가능하다는 것.
K사의 한 관계자는 “외주 자금을 편성할 때 철저한 통제와 체크로 자금이 지급되는데 개인이 회사를 속인다는 것은 무리로 판단된다”며 “처음부터 예산을 잡을 때 부풀려 잡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지출 되는 부분에 있어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관계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치밀하게 편집된 투서

또 A씨가 비자금으로 받았다는 300만원에 대해서도 “총 사업 추진비가 500만원으로 비교적 여유롭지 않은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A씨가 받았다는 300만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씨도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투서가 20통 이상 각 임원들 앞으로 배포된 것으로 봐서 회사의 내부사정에 밝은 사람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횡령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물로 유포된 통장에 대해서도 “두 곳의 사무실을 사용하는 관계로 문제의 통장이 사라진 것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다”며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통장을 복사하고 편집해 리베이트의 증거물로 사용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A씨와 K사는 통장이 교묘히 편집됐다는 주장이다.

돈을 받은 부분만 기재돼 있고 보낸 부분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으며 통장의 거래 내용조차 영화사 사람들과 일시적으로 돈을 빌리고 갚은 내용에 불과해 이 부분을 은행을 통해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A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월급으로 보낸 것조차 돈세탁을 한 것처럼 편집해 배포했다는 것이다.

K사측은 결정적으로 문제의 투서 내용 중 은행 2곳에 더 많은 비자금이 저축돼 있다는 부분이 명백하게 결백을 증명하는 것으로 회사 감사팀과 해당 은행이 통장이 실제로 존재 하지 않음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투서에 거론된 스태프들과 하청업체 관계자들 모두 경찰에 자진 출석해 진술서를 작성하고 입출금 내역조회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조사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투서에 이름이 거론된 감독들과 스태프들은 이미 영화계에서 성공하거나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인기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유명스타들이 외주 PD인 A씨에게 리베이트 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한 것은 수사가 종료된 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동안 연예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리베이트 사건. 경찰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어머니께 보낸 월급까지 비자금 둔갑

일부에서는 투서로 제시된 증거자체가 모두 위조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K사측은 경찰조사에서 A씨의 갈취 부분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제작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대중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까봐 쉬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거짓 혹은 진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A씨와 그를 투서한 익명의 제보자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일각에서 일고 있는 영화 제작사의 제작비 부풀리기가 다만 뜬소문이 아닌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지 내내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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