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11조 거대 금융공룡 ‘최대 위기’
국내 은행업계의 절대지존 KB국민은행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신한은행 등 2위권 은행들이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로또복권 사업자 선정배제, 유동화채권 발행 무산, 대우빌딩·KGI증권과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 무산 등 하는 일마다 제동에 걸리며 체면이 구겨지고 있다.
1963년 정부가 국민은행법을 제정하며 서민금융전담 국책은행으로 발족한 국민은행이 1995년
2월 민영화 됐지만 아직도 잔존해 있는 공기업 색채가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 10월 말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재연임이 불투명한 상황을 맞고 있다.


국민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절대강자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갈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1998년 6월 퇴출된 대동은행(주)을 인수했고 2001년 4월 한국주택은행(주)과 합병했다. 2003년 5월 국민신용카드(주)와 합병계약도 체결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2588만명이 국민은행 통장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 전국 1135개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점망과 여·수신은 물론 펀드, 방카슈랑스,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도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국민은행 위상이 삐걱거리고 있다.


‘로또’ 참여 사업자 배제 이면

최근 국민은행은 “로또 복권사업과 관련, 지점 판매가 금지돼 판매수수료 수익이 없어 운용수수료로는 사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로또 사업은 한번 선정되면 5년 간 고정수익과 함께 앉아서 수수료 수익도 연간 최소 400억~600억원을 거둘 수 있는 사업이다.

국무조정실 산하 복권위원회는 기존 로또복권 운영사업자인 국민은행 및 시스템사업자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의 위탁계약이 오는 12월 1일로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사업자 선정에 들어갔다. 복권위는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했거나 보전처분 또는 그 밖의 강제집행을 받은 업체’에 대해 참여를 제한함에 따라 국민은행과 KLS를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배제했다.

국민은행은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KLS컨소시엄에 특혜를 줬다는 논란과 KLS에 9.523%의 고율 로또 판매 수수료를 과다 책정해 정부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민은행(4458억원 규모)과 KLS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감사원은 국민은행과 KLS 등이 공모해 KLS에 과도한 고수익을 보장하는 건을 담합한 사실을 밝혀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고 현재 개인비리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첫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채권 발행 무산인가, 연기인가

국민은행이 처음으로 추진하던 10억 달러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채권(RMBS) 발행이 지난달 말 무산됐다. 국민은행은 이를 통해 자금조달 창구의 다원화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코자 했으나 주택담보대출 부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속에 무산된 상태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유동화 후에 조건변경을 요청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RMBS 발행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으나 향후 일정은 미정이다.한편, SC제일은행은 7차례나 RMBS를 발행해 국민은행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우빌딩ㆍKGI증권ㆍ외환은행 인수 잇따른 무산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금융업계 몸 불리기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대우빌딩·KGI증권·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국민은행은 현재 6000여명에 달하는 본사 인력이 여의도, 명동 등 6곳에 분산돼 있어 업무 효율 차원에서 통합사옥 설립은 꼭 필요한 과제다.

금호아시아나가 자금 숨통을 트기 위해 내놓은 대우빌딩은 국민은행에는 좋은 표적감이 되었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금호아시아나는 인수가를 놓고 극심한 신경전을 벌였고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국민은행은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통합 본점 이전지로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를 확정하고 운영 책임사인 AIG 측과 배타적 협상 계약을 체결했다.

KGI증권 인수전에 있어서도 국민은행은 법적 논란으로 중도 하차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약세인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했으나 론스타 매각 협상 불발로 무산된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자금여력이 충분한 국민은행의 잇따른 인수 실패는 내부조직 체계가 완전히 민영화를 이루지 못하고 공기업적 행태를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후발 은행들 맹추격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 총자산은 211조8604억원. 우리은행 186조5000억원, 신한은행 177조원이다. 지난해 신한, 우리은행의 자산 증가율은 각각 58.9%, 32.8%로 4.3%의 답보상태에 머문 국민은행을 맹추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LG카드 인수와 지난해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계기로 시너지를 얻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자체성장만으로 46조5000억원의 자산을 늘렸다.

올해 상반기 은행 영업실적에서도 신한은행은 원화대출에서 상반기 9.9% 급증한 98조476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상반기 6.4% 증가한 141조5425억원을 기록했으며 총예금도 상반기 중 0.2%만 늘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보수적 운용과 위험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상반기 중점 추진해 옴에 따라 이런 현상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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