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는 방문판매, 실제는 불법 다단계”

최근 극동건설 인수 등으로 단숨에 재계 서열 50위권으로 진입한 웅진그룹의 주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 웅진코웨이가 아직까지 불법다단계 판매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둘러싼 내부 직원(피해자)들의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 본지는 연재기획 2탄으로 웅진코웨이를 집중 해부한다. 정수기, 비데 등을 판매하는 웅진코웨이의 판매사원들이 판매원 모집 시 기타 상호 등을 내세워 마치 정규 내근직 사원을 뽑는 것처럼 광고해 놓고 실제로는 다단계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방문판매업체에 대한 직권조사에서 상당수 업체가 사실상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며 “이미 지난 5월 11일자로 직권조사는 마무리가 됐고 결과를 발표할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웅진그룹의 일등공신 계열사인 웅진코웨이가 직원모집에서부터 정수기 방문판매방식 및 운영 등 일부 문제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지국과 판매(위탁)업체들의 허위·과장 직원채용광고, 방문판매원들에 대한 제품구매 강요 등의 부작용이 다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집과정 및 입사 후 정식직원이 되는 과정의 문제점

실제로 최근 서울, 광주, 부산 등에서 방문판매로 피해를 입었다는 방문판매 사원들이 잇따라 제보를 하면서 문제의 핵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웅진에 근무했다는 피해자들은 공정위,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시민단체 등에 투서를 하고 본지에도 사건을 제보해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또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웅진코웨이를 비롯한 방문판매업체의 다단계판매, 불법취업광고 의혹 등이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으로부터 제기돼 이미 조사에 착수, 지난 5월 11일까지 조사를 마친 상황이다.

방문판매원들에 대한 회사 측의 암묵적인 제품구입 및 불법 판매방식 강요로 인한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사실상 방문판매원들에게 자사제품구입을 강요하고 있다.

웅진 광고를 보고 입사해 피해를 봤다는 A씨는 “교차로 웅진코웨이 B지사 직원 모집광고를 보고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 후 집요하게 전화가 와서 교육을 받았죠. 정수기 등의 교육 후 인성교육이라며 웅진의 비전을 부풀려 스톡옵션으로도 연봉협상이 가능하다. 물 안 먹는 집이 있느냐. 인체의 80%가 물로 돼있다. 발전할 수밖에 없는 회사다”는 교육을 받았다.

A씨는 조금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단다.


공식 입장은 엄중처벌, 속으론 모르쇠

“회사의 비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대자동차 직원이 대우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말이 되냐’ 본인의 회사 제품을 써 봐야지 제품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러니 일단 집에 정수기부터 넣어라. 이왕이면 공기청정기, 비데도 권하고 싶지만 그건 첫 달 월급을 보면 자동으로 사게 돼 있다” 이와 유사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현재 웅진다단계 피해자들의 모임인 안티웅진에는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그리고 이보다 조금 심한 경우의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그 자리에서 카드가 있으면 할부로 구매해서 써보고 나중에 품질이 나쁘면 언제든지 해약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카드가 없다고 하자 할부계약서를 작성해서 계약서가 들어가야지 사번(사원인식번호)이 나오고 그래야 정식직원으로 등록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정직원이 되는 줄 알고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B씨는 또 “속았다는 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구인광고에 속고 가서 나같이 피해를 입는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신분을 노출해 가며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잘못은 일부 위탁업체 운영상 문제”

웅진코웨이 측은 불법적 행태를 엄밀히 단속한다고 주장하지만 허위광고·강매 등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경우 코디 및 방문판매원은 2만 여명인데 비해 이들의 불법적 행태를 감시하는 전담 부서인 감찰팀은 손가락에 꼽힌다. 또한 판매지부의 과장·허위 취업광고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각 지부장들은 더 많은 판매원을 관리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허위·과장광고를 내면서까지 판매원모집에 나서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웅진본사는 빠지고 각 지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해 회사는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또한 각 지부(지국 등) 등이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이기에 문제가 생기면 감사 후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일선 지부에 근무하고 있는 코디 D씨는 “사원증까지 만들어서 걸고 다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며 “우리는 모두가 지사 소속의 정식 직원”이라고 말했다.


제도적인 보완책 시급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5월 11일까지 웅진을 비롯한 방문판매업체들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가 조사는 끝난 상황이고 이제 발표를 앞두고 조사한 내용을 정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웅진 등 전국 2만7000여개 방판 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업체들이 3단계 이상의 판매원 구조를 통해 판매해 온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대규모 직권조사는 지난 95년 이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조사대상 업체의 상당수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상당수 방판업체에 대한 다방면에 걸친 조사가 끝났고 이제 이를 정리하는 작업이 남았는데 인력 등의 부족으로 작업 시간이 좀 걸린다” 며 “7~8월 중 소위원회를 거쳐 발표 시기를 확정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누구?
방문판매업계 대부, 브리태니커 판매왕 독식


웅진그룹은 방문판매업계의 ‘모범교과서’로 불린다. 모기업인 웅진닷컴부터 국내 정수기업계의 일인자인 ‘웅진코웨이’까지 웅진그룹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방문판매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방문판매 조직을 활용, 건강식품 업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방문판매업계에서 웅진그룹이 발군의 역량을 보이는 데는 윤석금 회장의 역할이 지배적이다.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민 윤 회장은 입사 한 달 만에 국내 판매 1위를, 1년 만에 세계 판매왕을 차지하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방문판매의 모범 교과서다. 윤 회장은 1980년 웅진출판을 창사하며 사업가의 길에 들어서면서 윤 회장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웅진그룹의 모태는 지난 80년 3월 어린이용 교재를 만드는 헤임인터내셔널(웅진씽크빅의 전신). 방문판매용으로 제작된 36권짜리 전집인 <어린이마을>은 고가의 제품이어서 대부분 독자들이 할부로 구매를 했다. 따라서 판매실적이 좋아질수록 당장 제품제작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윤 회장은 86년 회원제 학습지인 <웅진아이큐>를 내놓으며 자금 확보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흑백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학습지 시장에 컬러로 제작된 ‘웅진아이큐’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출시 1년 만에 회원이 40만명을 넘어섰고 정기구독료로 모인 돈이 150억원에 이르렀다. 이를 토대로 86년 웅진식품, 89년 웅진코웨이를 설립하면서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97년 외환위기 때 매출이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고가의 정수기 판매량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윤 회장은 ‘어차피 못 팔 거라면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것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렌털 비즈니스 도입 등 발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2000년 이후 매년 10%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2007년 현재 1분기 매출액이 2900억원이 넘어 독보적인 정수기 시장점유율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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