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강영중 회장 경영일선 복귀 내막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대교그룹 강영중(58) 회장이 6년여 만에 놓았던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오너경영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2001년 송자 전연세대총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젊음을 바쳤던 교육현장을 조용히 떠났다. 그런 그가 올 4월 초,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자신의 뜻을 뒤로한 채 경영일선에 다시 돌아왔다. 현직에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의 의중을 살펴봤다.


한 동안 경영일선에서 물어나 있던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이 6년여 만에 다시 현직에 복귀해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대교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6년 전 그는 오너경영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국제배드민턴연맹 회장직 등 대외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며, 송자 전연세대 총장을 대교 회장으로 영입했다.

자신의 젊음을 바쳤던 대교를 송 전총장에게 송두리째 내어줄 만큼 그에 대한 강 회장의 신뢰는 굳건했다. 당시 강 회장은 송 전총장이 회사 경영에 ‘올인’할 수 있도록 사무실도 서울 봉천동 본사 회장실에서 나와 역삼동의 한 전세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부터는 이사회에도 안 들어가며 본인의 표현대로 대교에서 일절 손을 뗐다.


대교 강영중 회장 컴백

그러던 두 사람의 관계가 지난해 7월, 대교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전후로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묵묵히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강 회장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

실제로 강 회장은 한 일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사업 진출도 없고, 돈을 쌓아만 둔 채 투자도 하지 않아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람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인내심이 필요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하며 ‘송 회장식 경영방침’을 힐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룹의 주력회사인 (주)대교는 2004년 매출 8392억원에서 2005년 8154억원, 2006년 8350억원을 기록, 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뗀 이후 매년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송 회장식 경영방침’에 부족함을 느낀 강 회장은 마침내 대교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통해 복귀 의사를 밝혔다. 강 회장은 대교 창립 30주년 기념식과 함께한 경영비전 선포식에서 “2010년까지 매출 3조원, 영업이익률 15%의 세계적인 교육·문화 기업으로 거듭나라”며 “속도가 나지 않으면 다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이후 올 4월 초 강 회장은 그룹 경영에 복귀, 짐도 풀지 않은 채 회사를 눈높이사업 부문과 신규사업 부문 2개로 개편하고, 해외사업 등 신규 사업을 활발히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본사 인원도 100여명을 감축했다. 또 올 9월엔 본사도 18층의 번듯한 보라매 사옥에서 허름한 4층 사당동 대교 건물로 옮길 예정이다.

취임 일성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공언은 아니었던 셈.

송자 회장이 경영에 손을 뗀 것과 관련, 대교 관계자는 “송자 회장님의 경우 대교 회장을 2001년부터 7~8년간 해오셨다”며 “송 회장님의 나이가 벌써 일흔을 넘기셨고, 막말로 창업주도 아닌 전문경영인이 그 나이시면 물러날 때도 된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송 회장님이 강 회장님에게 팽 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는데 현재 송 회장님은 회장직을 내놓으신 후 고문으로 계신다”며 “사무실도 강 회장님과 같은 층을 사용하시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계구도 염두에 둔 포석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겠느냐”며 또 다른 이유를 내놓았다. 실제 강 회장은 슬하에 장남 호준(27)씨와 차남 호철(25)씨 등 두 아들을 두고 있다. 현재 첫째 호준씨는 벤처 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둘째 호철씨는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중이다.

그러나 이들 나이가 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2세 경영을 위한 수순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강 회장의 두 아들은 그룹 지주회사인 대교홀딩스나 (주)대교 등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 그룹 관계자는 “지분 관계도 전혀 없을 뿐더러 강 회장님은 자신도 자수성가했듯이 자제분들도 스스로 크길 원하시고 있다”며 “장남인 호준씨가 대교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곤 대교문화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송자 전 대교 회장, 고교 교장 된다

송자 전대교회장(71)이 고교 교장이 된다. 대교가 서울 은평 뉴타운에 추진 중인 자립형사립고 추진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 송 전회장은 1992~96년 연세대 총장 시절 1500억원의 발전기금을 모아 화제를 모았고, 이후 명지대 총장과 교육부장관을 거쳐 2001년부터 올 초까지 대교 회장을 맡아왔다.

대교는 오는 2009년 3월까지 은평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를 신설, 개교 5년 이내에 세계 톱10 안에 드는 명문 사립고를 만들 계획이다. 은평 뉴타운 자립형 사립고는 전원 기숙사 생활에, 국어와 역사를 제외하고는 전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할 예정이다. 교사 대 학생 비율은 1대10 정도로, 한 해 입학생은 150여명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은평과 길음 뉴타운에 자립형사립고 설립을 각각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대학 총장 출신 고교 교장으로는 이택휘 전서울교대총장(한영외국어고), 박성수 전전주대총장(서울 명지고), 이달순 전수원대총장(경기 계명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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