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측, “아직은 때가아님 … 현대건설 정상화 후 가능 ” 인수후보, 범(凡) 현대가 그룹 지목 … 외국기업에도 관심지난 2001년 외환은행 등 채권단의 경영관리를 받고 있는 현대건설이 새 둥지를 틀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중공업 현대차 KCC 현대그룹 현대백화점 등 현대가(家) 방계그룹의 원뿌리로 지난 2001년부터 외환은행 등 채권단의 출자 전환을 받아 주인 없는 기업으로 운영돼 왔다.기업 경영보다 채권 회수에 목적이 큰 은행이 대주주라는 점에서 현대건설 매각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었다. 최근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 전초작업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매각설`이 재계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다.

`매각설`과 관련, 현대건설과 외환은행은 이를 즉각 부인하면서 가까운 앞날의 일이 아닌 먼 장래의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서 현대건설의 `매각설`은 인수업체의 이름까지 거론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매각설`을 부추기는 것은 현대건설의 실제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 외환은행이 추진하는 지분감자안 때문이다. 현대건설 지분 24%를 보유한 외환은행 등 일부 채권단이 지난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현재 지분 5억500만주(납입자본금 2조 5,000억원)를 5,600만주로 줄이는 9:1감자안을 통과시켰다. 매각설의 핵심은 감자 뒤에 내년 1월 외환은행 등 6개 채권은행이 보유한 약 7,500억원(약 1억 2,000만주)의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주식 전환 후 6개 채권은행의 현대건설 지분은 현재보다 더 늘어 약 70%에 이르게 된다. 6개 채권은행 입장에서 감자는 손해볼 게 없는 것이다. 또 감자안 통과로 복잡한 지분구조도 간단하게 개편되는 효과를 누린다.

현재 현대건설의 대주주는 산업-외환-우리 등 3개 은행이 약 24%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 55개 금융기관이 약 10%의 지분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환은행의 감자안 추진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개정안 반대에 나선 일부 소액주주들은 “투기자본인 론스타에 넘어간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매각을 추진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의 불만은 채권단이 소액주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인 현대건설 소액주주 모임 회장은 “채권단이 지난 2001년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에도 지분을 완전 소각시키고 출자전환으로 지분 90%에 이르는 대주주가 됐는데도 다시 시장에 지분을 내다 팔아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늘렸다”며 “현재 이들 채권단의 지분율이 30%대로 축소된 상태에서 다시 감자를 추진하는 것은 소액주주들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딴 목적으로 감자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측은 “감자안 추진과 현대건설 매각은 별개”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현대종합반 관계자는 “작년 증권거래법이 개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납입자본금의 5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관리종목으로 편입된다는 규정이 생겼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자본금 감자를 추진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건설과 채권단이) 2001년 6월, 2년마다 경영을 실사키로 약속해 2003년 6월 실사한 결과 평가기관인 A회계법인에서 현대건설의 감자와 채권만기 연장을 권고해왔으며,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여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며 연말 현대건설의 채권만기를 연장할 뜻임을 시사했다. `매각설`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당장 보다는 먼 장래의 일로 감자 추진 때문에 일부 소액주주들과 시장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것으로 현재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이 건설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등 경영에 나설 수 있는 노릇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주인을 찾아 매각절차를 밟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현대건설도 증권시장에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데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외환은행 등 채권단의 경영관리를 받고 있어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원하고 있지만 `매각설`이 나돌아 사내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회사 내에서는 온 신경이 새로운 주인이 누구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매각설은 나돌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감자안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증권거래법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의 납입자본금은 2조5,000억원으로 자본 잠식이 돼 현재 남아 있는 자본금은 6,700억원이다.

외환은행과 현대건설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현대건설 `매각설은 원칙적으로 매각은 하되 당장은 계획에 없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아직까지는 소문에 불과하다는 것. 다만 매각 시기와 절차는 현대건설이 정상화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전환사채를 당장에라도 인수하게 되면 현대건설 인수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건설 `매각설`이 뜬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게다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의 경우 구조조정 전문 펀드인 것으로 알려져서 은행 구조조정 차원에서나 국내 1위의 건설업체인 현대건설 매각 자체가 큰 돈벌이가 된다는 점에서 `매각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현대가 기업 중에서 채권은행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전환사채 인수 제의를 해왔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매각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기업은 어디일까. 여전히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범현대가 그룹들이 지목된다. 그중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유력하다는 설이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건설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의 장자로 그룹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에 애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건설 본사 건물인 서울 계동사옥을 이미 사들인 상태다. 정몽구 회장 입장에서 현대건설 매입은 회사 자체에 대한 메리트도 크다는 점에서 부담도 적다. 현대건설은 작년 매출 5조원이 넘었으며, 지난 2001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고 있는 데다 이미 국내 실적과 해외수주 현황에서 국내 최고의 건설사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차입금이 1조7,000억원대에 이르러서 인수하는데 위험부담도 있다. 채권단도 차입금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재벌급 기업이상이어야 인수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산업개발도 후보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 3자에게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외환은행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대건설의 해외수주 능력이나 국내실적을 볼 때 외국 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질만하다는 점에서 국제 입찰을 통한 매각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