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는 이랜드 노조 탄압
이랜드그룹의 유통계열사인 이랜드 뉴코아와 지난해 출범한 이랜드리테일(옛 한국까르푸)의 노사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인력구조조정 프로젝트 아래 벌어지는 대규모 감원으로 노조와 극심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져 노사의 대립은 극으로 향하고 있다.


이랜드홈에버 일산점 농산파트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통보를 받고 안타까와 했던 수납파트의 비정규직 최모씨도 며칠 후 해고통보를 받아야 했다.

수납파트장은 24일 최모씨가 퇴근하기 직전 불러 “평가점수도 높게 주었기 때문에 해고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가 아무 일도 해줄 수 없다는 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납직원인 최모씨는 2005년 8월 일산점에 입사했으며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징계를 받거나 업무를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얼마 전 구월점에서 해고당한 김모씨도 해고되기 직전 ‘친절상’까지 받은 모범사원이었다.


이랜드그룹 인력구조조정 프로젝트란?

뉴코아는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에 대해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해고를 통보했다. 이미 경남 창원과 부산, 울산, 경기 평택 등 5개 점포의 계산원 업무를 용역으로 전환했고 이달 말까지 전국 17개 점포 소속 비정규직을 용역으로 전환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뉴코아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특히 계약 기간을 1일, 2일, 1주일 등으로 초단기 근로계약을 요구하거나 계약기간을 ‘공란’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뉴코아는 축산, 수산과 일부 영업담당 비정규직 90여 명과 계산직 380여 명에게 계약해지와 재계약 의사 없음을 통보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이랜드리테일과 홈에버 출범과 관련, 까르푸의 기존 직원들을 100% 고용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랜드리테일 홈에버 매장에서는 지난 4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550여 명을 집단 해고 했다. 5월 들어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홈에버는 6월 초부터 기습적으로 ‘그룹연수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원 수 백 명을 타 계열사로 이동시켜 퇴직금정산과 연봉제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랜드 노조에 따르면 3200명에 달하는 홈에버 매장 정규직원을 절반 이하인 1500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다.

사측은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보호법과 관련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지 말아야한다는 ‘차별 시정 조항’을 준수하기 위한 차원에서 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코아 사측은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계산업무를 전문 업체가 책임지고 전담케 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랜드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코아 노조 최호섭 국장은 “차별금지를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을 없애자는 건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고 정규직까지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이랜드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1997년 인력의 40%를 줄이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실이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현재 사태는 인력구조 조정 프로젝트에 따라 발생하는 일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는 평가다.

계산원을 비정규직만으로 운영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 등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에 아직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예기간이 2년 정도 남아있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 앞에서 조폭까지 동원

지난 11일과 13일에는 뉴코아 강남점과, 평촌점에서는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매장 노조 직원과 사측이 고용한 용역 경비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물의를 일으켰다. 13일 홈에버 시흥점에도 용역 경비들이 투입됐으나 물리적 대치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은 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비노조원이나 사무직까지도 매장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고 있으며 노조의 파업은 영업방해 행위로 간주해 용역 경비들을 동원하고 있다.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강남점에서는 노조원 15명, 평촌점에서는 8명의 노조원이 전치 2~3주의 부상을 입었다. 사측은 부상당한 노조원들에게 한 푼의 치료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사측 한 관계자는 “정상 근무를 하던 비노조 직원도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용역 경비를 투입하는 것은 매장의 정상영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충돌이 물의를 일으키자 사측은 용역 경비들에게 절대 폭력을 쓰지 말고 다만 노조의 영업 방해 행위가 있을 경우 사진으로 찍어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해결 실마리 보이지 않아

노사 대표는 현재까지 공식 협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랜드와 뉴코아 노조는 홈에버, 뉴코아, 2001아울렛 소속 노조원들은 주말마다 전국 매장으로 파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해고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비노조원들과 사무직까지 매장 투입으로 사실상 노조가 파업을 감행해도 사측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코아 노조와 이랜드 노조는 “각각 사측에 대화 창구를 열고 대화에 임하자는 공문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도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을 감안해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이랜드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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