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박물관 등 삼성가(家) 문화재 거래에 얽힌 비화 단독공개

우리나라 최고 그룹인 삼성이 속았다면? 그것도 그룹 총수 부부를 상대로 벌어진 사건이라면? 삼성그룹의 설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애지중지하던 삼성문화재단 계열의 문화재를 두고 일어난 일이라면? 아마도 이런 사실을 고미술품의 전문가인 이건희 회장의 선친 고 이병철 회장이 알게 된다면 무척 진노했을 것이다. 본지는 단독으로 고미술품 업계의 대가인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삼성가를 둘러싼 고미술품계의 ‘삼성家 속이기 대작전’의 감춰진 내막과 비화를 밝힌다. 삼성가를 상대로 일어난 수천억~수조원대 고미술품 판매상들의 검은 커넥션을 들춰냈다.


“다른 것은 모두 삼성을 이길 수 있어도 문화재만큼은 이길 수 없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재계의 라이벌이었던 현대가 말끔히 승부를 인정하는 것은 문화재 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 최고의 소장자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며 최고 많은 소장품을 가지고 있는 곳은 삼성 리움미술관이다.

이건희 회장의 공식적인 소장품은 이름을 나열할 수도 없을뿐더러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회장 소유의 국보는 31점, 보
물은 92점이다. 이건희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설립자가 1987년 타계할 당시 많은 국보와 보물을 상속받았다.

당시 이 회장의 선친인 이 전 회장에게 물려받은 국보만 무려 24점이며 삼성문화재단으로는 단 5점이 기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건희 회장 소장 국보 31점, 보물 92점

그러나 이 전 회장의 경우 82년 호암 미술관을 설립할 때 고미술품 2000점을 기증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 회장의 경우 몇 점의 고미술품을 소유하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리움 미술관에 고미술품과 근현대작품을 포함, 총 2만여점이 소장되어 있다는 공식적인 자료 외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기자가 리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3명에게 물어봤을 때조차도 “알 수 없다”며 “수장고 또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는 반응만 보였다.

또한 문화재청 관계자들도 통화에서 “한번도 리움 미술관의 수장고를 방문한 적이 없어 소장품의 이름과 개수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리움 홍보실 관계자는 “수장고의 위치와 어떤 작품이 있는지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리움의 소유인 국보와 유물이 어디에 수장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왜 알려고 하느냐”며 반문했다.

다만 고미술품 관계자들만이 한결같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고미술품이 빛을 보지 못한 채 리움의 수장고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문화재 수집과 관련해 도굴품 수집과 문화재 세탁에 의혹을 남겼다면 이건희 회장은 국보 보물의 진위품 여부에 대한 비화가 있었던 것으
로 증언됐다.


승승장구 그룹회장의 아픈 상처 ‘고미술품’

한때 삼성의 고미술품 거래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고미술품업계 대가인 A씨 증언에 따르면 “삼성가는 많게는 1조원대, 적게는 수천억원의 부풀려진 금액으로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선친만큼 고미술품의 남다른 조예와 관심, 수집욕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1992년 세계 D램 시장 1위, 1993년 메모리 분야 세계 1위, 1995년 S램 세계 1위에 올랐던 94, 95년쯤에는 직접 인사동에 나와서 고미술품을 싹쓸이 해갔다는 일화는 인사동 고미술품업계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한참 많은 고미술품을 구입했을 때는 1년에 수천억원씩을 구입했다는 것. 그러나 최근 5~6년전부터는 고미술품에 대한 수집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그는 “일각에서 홍라희 여사가 근현대작품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 회장 부부가 그동안 진품뿐만 아니라 위품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를 지불하고 난 뒤 사실을 알아버리게 되어 고미술품업계와 업자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공식적으로는 “이 회장이 직접 고미술품을 구입하는 방식에는 여러 단계 거래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크게 3단계로 나눠지는데 중간 단계에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고미술품업계의 관계자 3~4명이 연루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삼성가에 팔기 위해 싸게 구입한 유물을 국보와 보물로 지정 작업을 해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의 돈을 받고 넘겼으며 또 삼성가에서 수집한 유물들을 국보와 보물로 지정받게 한 일등 공신이라는 것.

특히 그는 “고미술품업계를 좌지우지할 만한 놀라운 인물이 포함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바로 최근 2년 전까지 고미술업계의 지존이었던 D씨이다. 그의 고미술업계 파워는 막강해 그의 전화 한 통화면 평범했던 유물이 보물로, 국보로 지정될 만큼이라는 것이 업계에 공공연히 전해지는 이야기다.

특히 A씨는 “삼성가는 그를 가장 많이 신임해 진위품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했으며 삼성의 국보와 보물 지정에 관계되어서도 깊숙이 연관되었다는 것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있다”고 전했다.

또한 홍라희 여사의 든든한 신임을 받았던 C씨도 현재는 고미술업계의 유명인사이자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미술품 관계자들은 “미술전문가도 아닌 그가 삼성가에 고미술품을 팔아 몇 천억원을 벌었으며, 건물을 올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나도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D동 노른자위 땅에 큰 건물을 몇 채씩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국보, 보물의 지정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보와 보물로 유물 소장자가 지역에서 각 지자체에 신고해 문화재 관련 종사자 3명이 이를 심의한다”며 “이후 문화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가 이를 보고 검토해 국보나 보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홍라희 여사 신임 C씨, 노른자위 건물 몇 채 소유

결국 지역에서부터 문화재청까지 3단계 정도의 심의를 거치지만 실제로 도자기나 그림 등 전문가는 달라 이를 심의하는 전문가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한때 삼성가에 고미술품을 납품한 적이 있었다는 A씨도 “국보와 보물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만큼 재벌과 재력가를 상대로 한 고미술품업계 관계자들끼리의 검은 결탁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삼성가를 상대로 한 간 큰 고미술품관계자들의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단지 한때의 꿈이 아니었을까. A씨의 증언만을 토대로 삼성가는 이들만을 배불리며 가슴쓰린 문화재를 구입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건희 삼성회장의 고미술품 수집이 최근 2001년부터 끊겼다는 이야기는 전해지고 있었다.

이에 왜 이회장이 선친부터 이어졌던 고미술품에 대한 수집을 중단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일고 있다, 리움의 수장고가 가득 찼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슴쓰린 아픈 기억들이 있는 것일까, 아직도 리움의 수장고는 굳게 깊게 닫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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